충장로에 비가 내리면

충장로에 비가 내리면
오경수 시, 김경양 곡, 테너 강훈

짧은 치마, 긴 머리, 큰 눈망울
소녀야!
지금 충장로엔 비가 내린다
좁은 골목길 한참을 돌아 왔건만
그 날 머리 젖어 말리던
김삿갓 주점은 사라진지 오래다
젊음과 사랑과 자유만이
아직도 그 때의 세상으로
나를 인도하는구나
우체국 처마 밑에서 잠시 눈감아
스무 살 빗길을 걸어온
설레임에 젖는다
문화원 입구 돌아 황금동
삼복서점 지나 우다방
차가 없는 길따라 백화점 하나
두 손 마주잡고 들리던 음악 감상실
시인이 쉬어간 자리 노벨다방
빗물에 씻기어 젖은 포도 위를 딍군다
소녀야, 지금 그 충장로에
그리움 서늘하게 식히며
소낙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