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여행

송낙현 시/ 김경양 곡/소프라노 임수영/테너 강진모

여보 우리 여행 한번 다녀오자
때로는 기차를 타고 때로는 버스를 타고
차 닿는 곳 아무때나 민박집 정해놓고
호반의 오솔길 손잡고 걷다가
여보 당신 눈빛은 노을빛이예여
우리 부부도 저렇게 곱게 늙어갈 수 있을까요
살포시 마주보며 보듬어 안고서
넘어가는 석양빛에 기대어 보자
태양은 밤새도록 달빛에 묻혀 있다가
내일 또다시 찬란하게 뜨잖아요
거참 듣고 보니 그러네 당신 참 제법이야
여보 우리 여행 한번 다녀와요
차창 밖 흐르는 푸른 산 논밭 잘 익은 누런 벼
하루는 바닷가 모래밭에 뒹굴고
하루는 깊은 계곡 냇가에 닿아
때로는 길고 긴 터널에 들어거
어둠속을 헤집고 겨우 출구로 나온 것 같았소
당신은 아직 은빛 출렁이는 물결 속에서
펄떡펄떡 뛰어오르는 송사리 떼처럼 싱싱해요 여보
반딧불 초롱등불 따라서 걸으며
시원하게 달빛에 목욕을 해요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갈까
베란다에 물 줄때가 된 것 같은데
그래요 여보 내일은 장터에 나가 콩도 사고
더덕도 좀 사야겠어요 사과꽃 하얗게 핀 들녘에서
나 그대를 부질없이 기다리네
갈대밭 스쳐온 바람이 불고
그믐달 노랗게 익어가는 밤
사과꽃 달빛에 흩날리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