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도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머물면 너는 죽는 것을
떠나는 네 발을 끌어안고 싶다마는
모든 인연에 헤어짐 없는 것이
헤어짐 없는 것이 어디 있느냐
떠나 너는 너이고 머물면 이내 네모습 사그러지니
네가 떠도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으랴
저만치 떠나고 있는 네 뒷모습이 쓰라리고 아름답다
오늘도 4월의 여느때처럼 바람이 몹시 불었습니다.
백석예술대에서 내마노 합창단 여성들이 모여 파트연습을 하였지요.
지난 11월 '갈대의 시'를 합창연습때 처음 부르던 날..
너무 애절한 가사와 곡조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다음날 그만 감기에 걸려
여러 주를 고생했지요.. 거기에도 '바람'이란 단어가 여러번 나왔는데..
정작 '바람'이란 노래에는 '바람'이란 단어가 없건마는...
'바람'과 함께 '갈대의 시'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붙들고 싶은 데 그랬다가는 시들어갈 네 영혼의 꽃을 살리려
나는 안타까운 마음의 피를 쏟으며 너를 보낸다.
가야만 할 사람이라면 보내야 하리라.
내가 원한다고 무리하게 붙들다간 비극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리.
차라리 그럴 바에야 멀리 떠나버려라.
인연의 끈을, 보이는 인연의 끈을 놓았지만
내 맘에 있는 너와 연결된 그 진하고 굵은 끈만은 놓지 않으리라.
그것 마저도 네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만 있다면 놓아주리라.
오사라시/김진우곡의 '사랑에 대하여'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사랑에 대하여'를 부른 바리톤 임준식님과 이 곡 '바람'을 부른
바리톤 박흥우님의 감정 표현과 발성 방식 또한 비슷하게 느껴진다.
보통 박흥우님은 하이 바리톤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이 곡만은
로우 바리톤 또는 베이스에 가까운 발성을 하고 있다.
"청밀밭"이 향토색이 느껴지는 구수함 속의 외로움을 표현했다면..
"바람"은 어쩌지 못하는 사랑의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중반부의 '떠나 너는 너이고..' 부분에서의 격정적인 몰아침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지 못하는 마음이고..
격정이 사라진 후 '네가 떠나고..'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사랑에 고뇌하는 인간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