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다 진 자리

서정우 시/심진섭 곡/소프라노 김인혜/피아노 이은영

너무 늦게 찾아 왔다 꽃 다 진 자리
한 봄 내내 꽃대마다 힘있게 피었다가
이곳 어디 혹은 바람 속 어딘가에
씨앗 뿌리고 뒷일 부탁한다 꽃 다 진 자리
사람들 모여 서서 한동안 옛일 돌아보다가
입 딱 닫고 쿵쿵쿵 땅 파 올리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무의 하관식
그가 남긴 씨앗들 홀연히 날아들어
배웅하는 꽃 다 진 자리 아지랑이 때문에
눈길 잠시 흔들렸지만 어찌 모르겠나
꽃은 피면서 진다는 것 씨앗 한 줌 쥐고 살다가
손바닥 펼치면서 비로서 꽃은 꽃이었다는 것을
너무 늦은 만남 그가 멈춘 자리에
꽃 이름 석 자 새겨놓고 내려온다
꽃 다 진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