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여 그대는

박문재 시/윤전경 곡/소프라노 허미경/피아노 이은영

사랑이여
어린 풀잎들도 숨죽인 수척한 겨울 강가
갈대 저희끼리 몸 섞는 갯벌 가장자리에
물새들도 제각각 세월의 앙금 위에
갈색부리 적시며
서로의 체온 간절히 나누는데
우리들의 시간 영원할 수 없을까
사랑이여
시리도록 아린 겨울 하늘 끝
그대 고운 음성 메아리 치면
이 눈부신 희열 무슨 빛깔로 나 감당해낼까
밤이면 돌아오는 무드리 물이랑 소리
그 무성한 음성 그대 살아있음의 축복이런가
석양 무렵 산 그림자 홀로 내려와
우리들의 키 훨씬 넘어서지만
그 황홀한 아픔 하마 적실까 몰라
사랑이여
갈대 서걱이며 지나온 시절
그 아픈 상처만큼 그대는 알까
그대는 알까


신작 서정가곡.합창곡집 2004 - 한국100인창작음악연합회(2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