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아일랜드의 향수

변창하 시/이재석 곡/소프라노 김희정/피아노 김도실

신열을 앓는 팔월의 버진 아일랜드
손가락 끝에 나직히 누워 있네
남쪽으로 기울던 피난살이 할머니의
외로운 등으로 굽어 누웠네
구부러진 잔등으로 노을이
색종이로 부서져 떨어지네
낡은 광주리 머리에 이고
뜨겁게 젖던 할머니의 눈빛이네
창마다 하나 둘 불이 켜지면
바다에서 일어나 내게로 오시네
할머니 품에서 따스했던 어린 내 시절
삭고 삭은 향내로 목젖을 파고드네
때 묻은 살갗을 씻고 덤풀 무성한
할머니의 무덤을 쓰다듬으라
등 미는 바닷바람 고향에 가야겠네
고향에 가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