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유영애 시/정덕기 곡/소프라노 이미경/피아노 김민혜

껍데기라고 얕보지 말라
함부로 함부로 얕보지 말라
정월이라 대보름날 오곡밥에 아홉가지
묵은 나물 중에 시래기가 으뜸 아니던가
대관령 맑은 바람 햇살이 키워온
고운 속살 다 내주고 남겨진 푸른자락
헛간에 걸려서 찬바람 맞다가
된장과 된장과 눈맞은 속깊은 속깊은 사랑이라
된장과 눈맞은 속깊은 사랑이라
아름다운 우리네 사랑이라
푹 삶아야 한다 잘 우려내야 한다
널부러진 무청등짝 널부러진 무청등짝
뒤척이어 행궈 낸 잎사귀
어머니의 허기진 삶처럼
눈물같이 달라붙은 시래기 한줌
질긴 껍데기 벗겨내고 갖은 양념 더하여
아침상에 내놓으며
(여보 한번 잡숴봐 얼매나 맛있는디)
모진 세월 지나면서 어머니의 주름같이
굵게 패여 출렁이는
고향의 푸른맛이여 고향의 푸른맛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