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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바다 5 1931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이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부르기만 하면 달려가서
두 손을 깍지 끼고
은행잎이 바람에 날리는 그 숲을
걷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가녀린 허리 동여 매고
산들바람에 고개 숙여
인사하는 코스모스를 보면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국화향 가득한 꽃집 앞을 지날 땐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울었던 소쩍새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빨간 단풍나무숲을 지날 때는
그 단풍 한잎 입에 물고
내 마음이 단풍처럼 붉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가을 햇살에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 옆을 지날 땐
내 마음은 솜털처럼 부드럽고
미풍에도 흔들리는
가녀린 마음의 나약한 여인이라고
고백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지붕이 하얀 까페를 보면
향기가 진한 커피 한 잔에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그 음악 속에 릴케는
바로 당신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코발트빛처럼
푸른 하늘을 보면
내 그리움이 그렇게 푸르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멀리 바라보이는
가을산 끝자락을 보면
당신을 그리워하는 그리움이
그 산 끝자락에 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불고
낙엽이 우수수 지면
내 그리움도 사라질까
그 바람을 온몸으로
함께 막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마음 속의 친구가
몹시도 보고 싶은 가을입니다

<꽃구름 피는 언덕님이 올려주신  '릴케의 가을날'을 읽고 문득 작년에 써두었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5 Comments
꽃구름피는언덕 2003.09.02 10:46  
  바다님!
어쩌면, 이렇게 제 마음같은 시를 올려 주셔서 감사해요.
시를 쓰지는 못하지만 바로 이런 마음이었어요.

아니 지금 너무도 간절하게  님께서
노래한 그 노래가 나의 노래랍니다.

제 마음을 대신해서 그리운시 올려 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구 천상 시인인 당신! 사랑합니다.
임현빈 2003.09.02 11:04  
  저도 누군가에게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네요

바다님의 가을이
그리움 되어
햇살에 잠깁니다
서들비 2003.09.02 11:10  
  저도
그런 날에는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만히 미소짖게하는 그리움으로...........^^*
바다 2003.09.02 13:22  
  꽃구름 피는 언덕님!
제 마음을 닮은 당신을 저도 정말 사랑합니다
이 가을은 이런 사람들만 모여볼까요?

임현빈님!
당신이 늘 그리워하는 그 삶도 저와 비숫합니다

서들비님!
그대도 한없이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세 분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음악친구 2003.09.03 23:28  
  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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