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수
■ 호수
글 박미애
떠나는 그대
바다처럼
폭풍의 말을 몰라 붙들지 못하였습니다.
산처럼 그대녹일 용암의 눈물몰라
무심히 보내었습니다
썰물로 사라지지도 밀물로 다가설 수도 없어
우두커니 바라만 보았습니다
사시사철
가슴 저미는 숲의 갈채는 낯설기만 하고
그대 머물게 할 그늘도 몰랐습니다
밤이면 일어나 그대 닮은 달빛에 미소짓고
어린갈대의 유희는
그대 손바닥처럼 따스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어느 낯익은 호수에 이르면
꼭 한번만 응시해 주세요
굳은살처럼 가슴바닥에 박힌
오로지 그대 향하던 눈길
죽기까지 한자리로 있어 맑아지고
끝내 비추이나요
그대가 되어버린 내가
03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