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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수

박미애 7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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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

글 박미애



떠나는 그대
바다처럼
폭풍의 말을 몰라 붙들지 못하였습니다.
산처럼 그대녹일 용암의 눈물몰라
무심히 보내었습니다

썰물로 사라지지도 밀물로 다가설 수도 없어
우두커니 바라만 보았습니다
사시사철
가슴 저미는 숲의 갈채는 낯설기만 하고
그대 머물게 할 그늘도 몰랐습니다

밤이면 일어나 그대 닮은 달빛에 미소짓고
어린갈대의 유희는
그대 손바닥처럼 따스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우연히 어느 낯익은 호수에 이르면
꼭 한번만 응시해 주세요

굳은살처럼 가슴바닥에 박힌
오로지 그대 향하던 눈길
죽기까지 한자리로 있어 맑아지고
끝내 비추이나요
그대가 되어버린 내가


03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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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별헤아림 2004.07.08 09:37  
  아름다운 시 잘 감상했습니다.
<끝내 비추이나요 >에 대한 이해가 제겐 좀 어렵습니다.
박미애 2004.07.08 16:14  
  네 별헤아림님...사전적 의미는 아시다시피 마침내란 의미이겠습니다..
끝내 무엇이 되고만 모양인데요..너무 맑아진 호수는 모든 것을 비추이게 되겠지만
아마 그대만 비추는 것으로 나타내고 싶은 모양입니다. 호수는 그대를 그리다가
끝내 그대자신이 되어버린 모양입니다.  이렇게 답하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습니다....
나비 2004.07.08 17:47  
  만년설처럼 쌓인 그리움이 호수를 가득 비추이네요!
저 호수를 걸어서 내게 으는 님있어 그저 조용히 미소짓겠습니다!
별헤아림 2004.07.08 19:17  
  제 느낌을 그저 쓴 분에게 얘기해 보는 것이니 이해해 주십시오.
그렇게 말씀하시니 의미는 잘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단순히 제 생각입니다만
끝행의 <그대가 되어버린 내가>를
=> <그대가 되어버린 나를>로 하면 더 이해가 잘 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그리고
---
세월이 흘러 우연히 어느 낯익은 호수에 이르면
꼭 한번만 응시해 주세요

굳은살처럼 가슴바닥에 박힌
오로지 그대 향하던 눈길
죽기까지 한자리로 있어 맑아지고
끝내 비추이나요
그대가 되어버린 내가
-------
에서 위의 연은 대화하는 것 같아서
- 꼭 한번만 응시해 주세요.- 에서
비격식체인 ' -해요체'가 무리가 없습니다만

마지막연은 위의 1-3연에서 쓰인 격식체인
'-습니다'와는 통일이 되지 않은 듯합니다.

그냥 독자의 단순한 궁금증이오니,
시간이 되시는 대로 시인님의 시작노트에서
좋은 말씀 듣겠습니다. 
박미애 2004.07.09 00:08  
  네~~ 별 헤아림님 글쓰고 이렇게 오고가는 대화를 하니 참 재미나군요
또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크게 말하면 두 연인데요 제가 어찌 연을 띄워야 하는지 몰라서 서툴러
그런가 봅니다.  그래서 조금 애매하게  더 뛰워 놓은 것입니다
전반부 /따스했습니다/ 까지는
님 떠나는 때와 떠난 후의 오래 침잠된 세월을 의미하고
후반부는 먼훗날 어느 날인가 모든 것이 다 잠잠해 졌을 경우에
호수를 보게된 님을 상상해 봅니다... 호수는 말합니다....
내가 어인 형상으로 되어 있는지, 그간 어찌 지냈는지 알아 달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후반부는 호수가 된 나를 만나게 될 그대에게 말합니다...
응시해 주세요 그러면~마침내 그대가 되어버린 내가 보이지요?를 쓰고 싶었습니다
순서를 시가 아닌 제대로 된 말로서 한다면
죽기까지 한자리에 있어서 얼마나 가라앉았는지 맑디 맑은 호수.
(그 호수에) / 끝내(마침내는) 그대가 되어버린 내가 비추이나요/? (당연하겠지요 자기얼굴이비취니까요..호수는 그대가 된 것이지요...내가 아예 그대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라고 역설적으로 묻고 싶은 것입니다.
그것을 제딴엔 강조하는 마음, 보채는 마음,성급한 마음에 /끝내 비추이나요/? 먼저하고
/그대가 되어 버린 내가..../ 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대가 되어 버린 나를! 끝내 비추이나요 라고 쓰면 어법이 맞지 않겠습니다만..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또 이야기 해주세요~
박미애 2004.07.09 00:21  
  어이쿠  국문학 전공하신 선생님이시군요.
저는 중학교 때 교내 백일장에서 아주 소발이 쥐잡기로 엉뚱하게도 시로
장원한 기억 말고는 글과는 별로 친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최근들어서...
감정을 그냥 적어 보는 이런 저런 생활 글과 ,
가끔 시라고 하긴 뭣한 ..축약한  짧은 글을 저 자신을 위해서 정리하곤 합니다.
그러면 마치 김치 한통 담는 것 같은 묘한 성취감이 있더군요..
제가 읽은 시작서라곤 구상님의 시 쓰는 법에 대한 책 한권과 시읽는 기쁨 이란 책 두권을 재미있게 읽은 것 외엔 시집 말곤 시작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니 손댈려면 엄청납니다.~..  (^*^) 그래서 그냥 시작법에 대한 책도 안읽습니다.
읽고 나면 괜히 이거 저거 걸려서 그나마 글도 못쓰게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너무 기초가 없는 사람과 대화하면...한도 끝도 없지 않습니까...
그냥 괜히 죄송합니다....나이가 드니...아줌마의 용기만 늘어가지고..말입니다..
그리고 제 수다를 들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간단한 답글이 아니네요~~^^)
별헤아림 2004.07.09 16:06  
  자세하신 내용 설명과 아름다운 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