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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 둔 마음

별헤아림 2 1073
버려 둔 마음
권선옥(sun)

획의 변화가 없는 전서(篆書)를 쓰며
두 달 동안 서예원을 오갔다
먹을 갈아도
내 마음을 갈아도
울컥 치미는 분노
맑지도 않고 다듬어지지도 않는
마음의 붓대를 잡고
검은 먹을 다스릴 수는 없는 법
자신이 쓴 연습본을 체본이라 우기다
얼굴 붉히며 발길 돌린 인내의 한계
삼십 년이란 시간의 여울을 건넌 지금도
서예원을 지날 때면 고개를 떨군다
버려 둔 붓발과 팽개져진 화선지는
세월 쌓인 선반 위에
시설아동 마냥 마냥 웅크리고 있다

<2004. 7. 24.>
2 Comments
밝은미래 2004.07.29 08:22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인생이야말로 제대로 사는 거겠지요.  자신의 어느 한 구석을 미련버리지 못하고, 못내 아쉬워 하며, 꼭 해볼 수 있었으면 하는 그 안타까움이 사람마다 다 있겠지요.
될 듯 하면서도 해내지 못하는 내 살이의 어느 구석도 무지 아프게 느껴집니다.
별헤아림 2004.08.05 12:41  
  아쉽기는 해도 제가 못 하는 일입니다.
봉투 접어서 붙이는 단순 노동이 제 체질입니다만,
붓글씨 쓰고 앉아 있는 일과 꼬막(패류) 바늘로 까고 앉아 있는 일
그리고 정구지(부추) 다듬는 일은 저로 하여금 발작적인 이상반응(?)을 일으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