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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가을로 오는 그대만이

바다박원자 15 1834
그저 가을로 오는 그대만이

                        박 원 자

비 와요, 거기?

안 와요
바람도 불지 않아요.
연인들의 속삭임도 들리지 않아요.
별들도 소곤거리지 않고
풀숲의 풀벌레도 잠이 들고
짝 잃은 들고양이도 울지 않아요.

다만
가슴 가득히
가을의 기도가 울려 퍼지고
어둠처럼 소리 없이
내 가슴으로 오고 있는 그대를 위해
모두가  침묵을 지킬 뿐

오늘 밤은
그저 가을로 오는 그대만이
저기 저만치 오고 있을 뿐이어요



***    ****    ***    ****  ***
 저는 어젯밤  김현승 시 정영택곡 <가을의 기도>에 빠져 있으면서
어느 분에게 안부를 물었지요.
 
그 분이
"비와요, 거기?"
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안 와요.오늘밤은 그저 가을만이 오고 있을 뿐이지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곤  가슴 가득히 차 오는 가을의 기도를 들으며 가을이면
더욱 그리운 누군가를 그리며 이 글을 썼습니다.
15 Comments
우지니 2004.09.19 14:50  
  가을이 산들 바람타고 오는소리
연인들의 속삭이는 소리
짝 잃은 외기러기 울음소리
귀뚜라미 합창소리
모두 모여 가을밤의 향연소리

다 잘도 들리 것만

다만 가슴속에는 그대로 인하여
귀와 눈이 멀어 들리지 않을 뿐
그대의 환상속에는
내 마음속의 그대만이 보이기 때문

오직 그대 생각에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고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 일편단심
  그런 사랑이어라       
평화 2004.09.19 16:48  
  참 아름다운 시 입니다.

가을이 오면
그리운 얼굴이
그리운 추억이
안개처럼 뿌옇게
가슴속에서 피어오릅니다.

바바리깃을 곧추 세우고
공중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걸며
낙엽이 져 내린다고
가을비가 흩뿌린다고
가을 햇살이 눈부시다고
가을밤을 밝히는
가로등이 졸고있다고
술 마시니 더욱 보고싶다고
세상에서 가장 크게 사랑한다며
내 가슴속에 대궐같은 집을 짓던 사람!

오늘은 가을이 오는 소리 들으며
바람편에 나의 안부 전하렵니다.


바다언니!
사랑이신 주님 은총안에서 이 가을 더욱 아름답고
고운 시 많이 지으시기를 기도합니다.
바다 2004.09.19 18:02  
  사랑에 빠지면 과연 아무 소리도 안들리게 될까 상상해 봅니다
사랑은 도둑처럼 몰래 가슴을 헤집고 들어와 가슴에 대궐보다
더 큰 집을 지어버리고 떠날 땐  폐허만 남기고 떠나지나 않을까
이 중년의 나이에 영원한 그리움의 실체는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이 가을에 우지니님 평화님의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겠습니다
유랑인 2004.09.19 22:50  
 
가을 밤에
솟대 하나 세웁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고
가을! 그를 재촉하는 비마저 멈춘 거기
숨 죽인 가슴과 떨리는 기다림으로
솟대 하나 세웁니다.

구름 사이로
언듯이는 달 보며
나는 묻곤 했지요.
그대 오시나요? 어디?

지상의 아무 소리 들리지 않고
다만 그대가 오리라는 침묵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나는
어느 덧 솟대가 됩니다.

바다 2004.09.19 23:03  
  유랑인님의 멋진 시를 읽게 되어 기쁩니다.

 먼 길 오시는 그대
꼿발로 서서 기다리다
타버린 가슴

말 못하는 솟대는
망부석처럼 서서
그대 오는 길목만
오늘도 바라봅니다.
별헤아림 2004.09.20 04:06  
  멋진 시...!
저도 가을로 오는 그대를 기다려 볼까요.
저기 저-만치서 오고 있네요....!  ^^*
비가 오는 그때도
비가 그친 그때에도 가을은 오고 있었습니다.
오숙자.#.b. 2004.09.20 07:29  
  아!

가을이 오는 바람소리, 낙엽소리 들려오고

가을이 오는 내음, 코 끝을 스치며

가을이 오는 빛갈, 울긋 불긋 눈을 찬란하게 하네

익어가는 가을의 맛 , 말(馬)도 나도 모두 살찌고

무르익는 가을, 우리의 마음  더욱 풍성하게 하네.

바다님.

가을이 왔다고 전화 할테니
꼭 기다려요~~      ^(^**
바다 2004.09.20 11:37  
  별헤아림님!
그러세요 .가을로 오는 그대가 님의 가슴에 아름다운 궁전을 지을 것입니다.
아마 그대는 눈이 오는 날도 오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같이 기다립시다.

존경하는 교수님!
가을이 온 날이 둥글고 환한 보름달이 뜬 날이면 더욱 좋겠네요.
" 가을이 왔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저는 이렇게 대답하겠지요.
단암 2004.09.20 14:38  
  청정한 마음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자 만이
아름다운 가을을 느낄 수가 있겠지요.
바다 선생님의 청정무구한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가슴을 벌려 가을이 오는 소리를 맞이하시고 풍요가 가득하시길...... 
             
바다 2004.09.20 15:14  
  단암님!
늘 격려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단암님의 세상을 바라보는 청정한 마음을
제가 따라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젠 단암님의 글도 이 곳에 올라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을 때가 왔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 가을에 좋은 글 많이 쓰시고요.
단암님도 가슴을 벌려 가을이 오는 소리를 맞이하시고 풍요가 가득하시길 빕니다.
산처녀 2004.09.20 16:20  
  가을의문턱에서 나리는 비는
그리운님의 발길을 재촉하나봅니다
옷깃을 여미고 깃을 올리니 바로
가을은 내가슴으로 수며드는군요
음악친구♬ 2004.09.21 00:24  
  비와요? 거기?

녜~
비가 오네요
바람도 차갑게 불구요

이 비 그치면 가을은 더 깊어만 갈테고
그대는 그 가을속에 계시겠죠

언제 오시렵니까?

가을이 가기전에...
슈-킴 2004.09.21 07:18  
  바다님 !
별고 없어시지요?
지난 여름은 폭염으로 정말 대단 하였지요.
이제 가을 입니다
가을의 향기가 나는 詩 잘 감상하였습니다
바다 2004.09.25 10:24  
  음악친구님!
여긴 오늘 날씨가 아주 맑고 바람도 서늘하군요.
그 가운데로 가을 그대가 성큼 다가오는군요.
슈킴님!
오랜만에 나들이를 하셨군요.

두 분 감사드리고 추석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나비 2004.09.28 19:52  
  저도 가을의 기도를 들으며
그저 가을로 오는 그대만이-에 푹 젖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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