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꽃
- 삐삐꽃-
그대여!
삐삐풀을 아시나요?
불타다만 언덕배기 검은 검불 위로
삐죽삐죽 초록으로 수 놓았던 풀
연두빛 속껍질 쏙쏙 뽑아
한 옴큼,
치마허리 바지춤에 말아 넣었던
그 시든 삐삐풀을 아시나요?
그대여!
삐삐풀 맛을 아시나요?
연두빛 속 매매 감추인
속살의 부드럽고 달작지근한 맛!
물오른 봄이 입속에서부터 시작됨을.
혹,
세어버린 속살도 씹어 보셨나요?
그대여!
세서 뱉어버린 알갱이가
꽃이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아니,
늙으면 꽃이 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상념의 지평선 위
허기진 봄
흰머리 풀어헤쳐
회한처럼 감겨오던 삐삐꽃 들녘,
그대여!
겨울보낸 마른 언덕 삐삐풀 되어
아, 늦봄
차라리 삐삐꽃을 꿈꾸고 싶소.
바람결에 하얗게 휘날리고 싶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