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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꽃

찔레 5 1838

- 삐삐꽃-

그대여!
삐삐풀을 아시나요?
불타다만 언덕배기 검은 검불 위로
삐죽삐죽 초록으로 수 놓았던 풀
연두빛 속껍질 쏙쏙 뽑아
한 옴큼,
치마허리 바지춤에 말아 넣었던
그 시든 삐삐풀을 아시나요?

그대여!
삐삐풀 맛을 아시나요?
연두빛 속 매매 감추인
속살의 부드럽고 달작지근한 맛!
물오른 봄이 입속에서부터 시작됨을.
혹,
세어버린 속살도 씹어 보셨나요?

그대여!
세서 뱉어버린 알갱이가
꽃이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아니,
늙으면 꽃이 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상념의 지평선 위
허기진 봄
흰머리 풀어헤쳐
회한처럼 감겨오던 삐삐꽃 들녘,
그대여!
겨울보낸 마른 언덕 삐삐풀 되어
아, 늦봄
차라리 삐삐꽃을 꿈꾸고 싶소.
바람결에 하얗게 휘날리고 싶소.
5 Comments
달마 2005.03.05 14:48  
  그ㅡ러면 그렇치
모호한 기다람 오후가
하얀 낄레꽃으로 오셧습니다.

이리 좋은 시 엮어
오시느라 늣으셨곤요

잘 오셨습니다 !
삐삐꽃 향 
깨우쳐 주시러 오시길

무난한 길이  셨지요 !
그래 더욱
고맙습니다 !!
찔레 2005.03.06 17:27  
  저의 보잘것 없는 시에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전 이 홈에 회원으로 가입했기에 아직도 이홈에 들어오면 어리둥절하답니다. 모두들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시라 따뜻한 마음을 가졌더군요. 저도 우리나라 가곡, 부르기 듣기 너무너무 좋아한답니다. 앞으로 이홈을 많이 들락거릴 것 같아요. 참, 그리고 삐삐풀은 그옛날, 나 어릴때 경상도에서는 '피기'라고 했답니다. 봄이되면 들로 다니며 뽑아먹곤 했었죠.^^*
장미숙 2005.03.07 12:40  
  어린시절을 그대로 뽑아다 놓아주신 듯..
찔레님의 시가 정답습니다.
논둑에 살지게 올라오는 삐비꽃과 함께
연한 찔레순도 얼마나 맛있었는지요!!
좋은 시로 행복을 주심이 감사합니다~
단암 2005.03.10 08:45  
  논둑에서 무덤가에서 심지어 무덤봉분에서도 뽑아 먹었습니다.
여린놈은 먹어 허기를 달랬지만  세어버린놈의 용도를 몰랐더니 훗날을 위한 한 알 씨가 되는 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simon 2005.03.10 15:07  
  찔레님의 '삐삐꽃'을 읽다 보니
아득한 어린 시절, 고향, 동무 등등이 떠오르네요.
우리 동네에서는 '삘기'라고 했는데,
참 맛있게 뽑아 먹던 기억이 새롭군요

김형주님 시/곡의 "고향"처럼
아련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님의 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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