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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담배

나바보 0 991
술과 담배

술과 담배를 동시에 한 적이 있었다.
초보 백수 때는 가능한 일이었다.

군에서 쓰디쓴 화랑표 불과자만 먹다
제대하고 사제장초를 보니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꽁초도 길어보이고 맛있어 보였다.
거기에 술 한 잔 까지를 생각해 보라.

어느 날 집으로부터 향토 장학금이 왔다.
집안사정상 장학금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중대결심을 해야 했다.
술과 담배를 끊던지
아니면 은행이라도 털던지.
그때 심정은 은행이라도 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 스러운 일이던가.
선녀가 있다면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심정이었다.
"총각 돈 없으면 나중에 줘"
내가 얼마나 불쌍해 보였던지
술집 아줌마가
외상을 주지 않은가.
그 아줌마는 미스코리아 보다 더 예뻐 보였다.

그러나 담뱃가게 할아버지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담배 사러 가면
위, 아래, 좌, 우를 범인 잡듯이 흩어보며..
거기에다 덤으로, 어린놈이 쯔쯔쯔.....
내 돈 주고 욕먹어가며 피우는 담배
끊어 버리기가 고시 합격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습관을...
담배가게 할아버지의 카리스마적 눈초리를 맞고나서
그 후로 나는 담배를 사지 않았다.

그러나
돈 없어도 술은 마실 수 있어서
주욱 마셨고, 마시고, 마실 것이다.


83년 어느골방에서      M.H. 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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