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그 하얀 눈길
하얀 눈길따라 밤을 걷는다.
앙상한 가지와 상록의 침엽림이
적당히 얽힌 사이의
넓지 않은 하얀 길
눈 밟는 소리는 겨울 밤의 작은 노래
내딛는 발걸음 마다 은밀한 화음이어라
하얀 눈 하나 뭉쳐 하늘로 던지니
밤 하늘 다락끝에 환한 보름 달로 걸리었고.
한 웅큼 편설은 무수한 별이 되어
깊은 어둠의 창공에 반짝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그 빛들 내려
솔가지 전나무 사이로 흐르다가
바람 결에 사위에 퍼져 땅 위에 내리고
잔설에 그 빛 부서지어
일시에 지상의 별로 되살아
환희로 반짝이며 다시 하늘로 오르는
하늘과 땅의 귀엽고 정갈한 속삭임
격렬하고 화려하지만
결코 수선스럽지 않은
작은, 아주 작은 영롱한 군무들
온 몸을 휘감고 天空을 채우는 이 황홀함으로 하여
잠시의 침묵
매서운 찬 바람 탓도 아닌데
어느 새 물기 배인 두 눈엔
별이 들어와 앉았는가?
내 눈 속에서 부옇게 그러안고 있다.
이 겨울 밤 한없는 유랑을 꿈꾸며 허정거리고 있다.
2005.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