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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뒷걸음 배웅하던 날

수산나 0 813
어디 만치
풀물 배인 치마자락 살랑이며
하얀 너울 쓴
환한 미소 봄 처녀
오고 있을까
설레임과 두근거림에
손가락 헤어가며
먼 데
아른거리는 산자락 응시하고 있는데…


아직은 옷깃을 여미게 하는
싸리한 놈 때문에
앞서 내 달리는 들뜬 마음의 발길을
주춤거리게 하지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비밀스레 감추어둔 휘장이 열리고…
초록 냉이,
보들보들 버들강아지
뽀사시 하-이얀 매화
꼭꼭 여민 여인네 속곳 같은 단아한 목련
내민 입술 뾰족이 앙증맞은 노란 개나리
수줍음에 홍조 띤 연분홍 진달래
…….
오케스트라 향연같이
동시에 어우러져
봄의 환영을 들어내겠지.


오늘은
새꼬롬한 냉기와 더불어
심술 덕지덕지 붙은 회색 하늘이
빗줄기 뿌리다 심사가 뒤틀렸는지
눈까지 날려보내는 오기를 부리더군.
아무리 앙탈을 부려보지만
찰박거리는 빗물 속에
틈새로 스며드는 빗물 속에
기쁨의 환성을 지르는 대지의 숨결을
떠밀려 가는 놈도 어쩌지는 못하겠지.


스산한 바깥 날씨 덕에
애꿎은 커피만 목줄기를 타고 흐른다.
진한 커피 향을 맡으며
거머쥔 두 손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 온다.
간간이 바깥의 동정에 귀를 쫑긋해 본다.
일본과의 야구가 접전이라는 데
대 놓고 나가 보지도 못하고
사무실 들어 오는 인편에 한 귀퉁이씩 전해 듣는다.
기필코 이겨야지… 이기리라…
아-함 그렇고 말고.
야-호 정말루 우리가 이겼단다.
갑자기 꿀꿀하던 기분이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이 길로 퇴근을 서둘러 재 방송이라도 보리라. .
바쁜 걸음 내달아 집으로 향한다.
우-와
퇴근길 바라다 본 설산 풍광은
설날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길섶 잔 가지들이 물이 올라 통통하게 살이 쪄 있는데…
잔설이 다 녹는가 싶더니
또 다시 반백을 머리에 얹고…
안으론
생명의 움직임으로 부산하기만 한
봄을 가득 안은 산이 거기에 있는데….

ㅎㅎㅎ
하얀 서릿발 머리에 이고서도
설익은 나잇살로
꿈 속에 머물러 있는
늘 열 아홉 소녀인 나를 닮은 산…(ㅋㅋㅋ)

겨우내 다짐하며 3월이 오면 철떡같이 약속한 것
오늘도 구실 찾기에 성공…
눈밭에서 불어 오는 냉기는 건강에 좋지 않으니
운동일랑 따뜻한 봄날에나…
오늘은 모처럼 만에
컴 앞에 앉아 넋두리나 늘어 놓아야 할까 부다.
이렇게…
요렇게…

지금 먹다 남은 요플레 국물 얼굴에 바르고
게슴츠레한 눈(돋보기를 쓰지 못해)으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답니다.
글씨가 가물 가물…
울님들!!!
날씨가 변덕이 심하니 건강 조심하세요
제일 좋은 것은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거예요.
좋은 밤… 예쁜 꿈… 님 만나는 행복한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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