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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레기 국.

권혁민 6 1989
오늘 아침 밥상위에는
할머니께서 손수 끓인 씨레기 국이 올랐다.

국을 바라보는 아이들.
그 얼굴 표정은 영낙없는
우거지 상이다.

이를 바라보던
안타까운 아비는
"국을 제일 맛나게 먹는 아들들에게는 500원의 달란트를 주겠노라"고 상금까지 내걸었다.

"냠냠 잡잡"

국도 먹어 몸에 부족한 칼슘도 보충하고
받은 용돈으로 방과후  아이스크림도 사 먹을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이로세.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께서
작년 가을 직접 기른 싱싱하던 무우의 무우청을 잘라서
햇살 듬뿍 받고 잘 말린 씨레기 다발.

그 맛을 느끼라고.
딸에게 사위에게 손자들에게 부쳐 온 그 씨레기 다발은 사랑다발이다.

이제,그 사랑다발로 할머니께서 멸치육수 직접 우려내고
된장 풀어 맛나게 끓여 내신 그 국을

나는 무려 세 그릇이나 뚝닥 비웠다.
어릴적 먹던 바로 그 맛과 향이다.
고향의 맛이다.
진한 그리움의 내음이다.

며칠 전
아내가 집안 살림하다가 허리를 삐긋하는 바람에 벌써 며칠째
할머니가 오셔서 집안 일을 도와주고 계신다.

내가 어릴 적 맛보며 자라던 그 맛을
손자들이 맛 볼 기회를 가져서 좋기는 한데.........
다시 맛보는 봄의 맛-어머니의 음식을 즐기는 나의 이 기쁨.
그 속내를 못내 속으로 속으로 깊이 감추고.....
 
허리 아픈 아내 옆에 두고  나만 혼자 속없이  실실 웃고 있지요.

돌아 가실 때는
근사한 봄 옷이나 한벌 사드려야 겠다.
요즈음은 현찰을 더 좋아 한다고 하시던데......
6 Comments
권혁민 2007.04.03 14:25  
  며칠 전에 올린 '속옷 이야기'를 어머니께 말씀 드렸더니 글쎄 어머니께서
그럼,이번에는 씨레기 국도 소재로 삼아 글을 써보라고 하시네요.
정덕기 2007.04.03 23:03  
  이것을 잘 다듬어 시로 현상화되면 곡으로 한번 써보고 싶은데
그렇게는 안되겠는지요
서정성과 사랑, 자연에서 벗어나 분노 격정 해학 전쟁 등 예술가곡의 다양한 소재를 늘 찾고 있는 중입니다. 정말 좋은 곡이 될 것같은데
김경선 2007.04.04 09:32  
  정덕기작곡 국타령 시리즈?
씨레기국, 대구 선지국, 쑥국, 미역국, 무시국...
정우동 2007.04.04 10:46  
  한 작곡가와 노래를 좋아하는 한 기업인의 예술적인 감흥이 일치하는
위대한 순간으로 보입니다. 오늘 두 분의 이 만남이 발전하여
좋은 시와 좋은 곡으로 꽃 피울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권혁민 2007.04.04 14:23  
  오늘아침 어머니를 신도림 전철역에 내려 드렸습니다.가곡씨디와 성가곡을 듣고 싶다해서 다 챙겨 드렸습니다.용돈은 집사람 몫이니 얼마를 드렸는 지는 전 잘 모르지요.차안에서 "아들아,절대 교만하지 말거라....주의 사자(목사)와 절대 대적하지는 마라.지금 너의 아내에게 잘 하거라".제가 아이들보고 머리 깍으라고 잔소리하듯 똑같이 어머니까 두발 지적 당해서 저 오늘 아침 미장원 가서 머리 깍았습니다.부모 마음은 왜 새대가 서로 달라도 이리 서로 닮았을까요?오늘새벽은 할머니,큰아들,저 이렇게 셋이서 새벽예배를 다녀 왔지요.3대가 나란이 말입니다.
바 위 2007.04.06 16:53  
  찬 봄밤 야경도는 마음이 씨레기국

만나서 찔금눈물 반갑다고 술 석잔

봄밤 맘 이저리 날아 콧잔등이 실룩여


탑텁한 바리톤 맞
글속도 국맞같아
추억 추심 덜어내오니
고향하늘로 고개 돌려지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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