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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빈자리에

바다 9 2083
그 빈자리에

갈색바바리 코트 깃을 세워 입고
가을 향기 가득 안고 나는 그 곳에 간다

 그 거대한 서울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가슴엔 그리움을 가득 안고 달려간다

 맨 먼저 한밤중에 노크도 없이 불쑥 찾아온
 우아한 한복에 쪽진 머리를 한 우아한 귀부인
 이제는 귀족이면서 릴케 같은
 내 고향 친구 가객을 만난다

맑은 시냇물 같고 천사 같은 마음씨에
정열적인 삶은 사는 미리내도 만나보고

아이들과 생명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미래의 희망을 키워주는 가장 모범된 엄마
백남옥 같은 쪽진 머리에 고운 모시 한복을 입고
동심초를 부를 것 같은 동심초도 만나본다

부처님 사랑이 하늘에 닿을 것 같은
관음사랑님을 뵈니
저절로 부처의 향기에 취하는구나

청초하고 아름다운 수선화를 보니
.김동진의 수선화 그대는 차디찬이...
절로 나온다

박금애님은 홈에서 늘 함께 하나 뵌 적은 없지만
같은 일을 하는 것 같아  한 식구 같고
동화작가 같은 느낌이 온다
어느 군인의 독백을 듣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고

음악친구 황상궁은 내 동생 같다.
애교스럽고 당차고 재치 있고
솔직하고 모두 마음에 든다

미르님은 언젠가 동호회 창단 멤버라고
같은 연배라며 자기 소개를 한 뒤 소식이 없고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는 별은 무수히 봤으나
이 홈에는 낮에도 반짝이는 별님이 있구나
밤에는 더욱 빛나고 글 솜씨 또한 대단하구나

좋은 CD와 가곡집을 보내주시고
음악회도 초대하셨으나
못 가보고 받기만 했으니
감사함과 죄송함을 함께 간직하며
그러면서도 앞으로도 아름다운
우리들의 노래를 많이 만드시라고
이안삼선생님께
또 늘 건강하시라고 빌어 본다

이렇게 나는 그 빈자리에  함께 했답니다

9 Comments
미리내 2002.10.11 12:00  
  바다님^^
정말로 대단하십니다,,어케 고로케 하나하나 배려에 다시한번
머리가 숙여집니다,
와보지도 못하신분이  와보신분보다도 더 세심하고 고운마음씨로
표현을 하시구려^^

다음 모임에는 꼭 ~~~~~뵙기를 청하는바입니다,,
아니면~ 제가 필히 광주라는 곳을 가보아야겠다오^

글잘보았습니다,,
바다님^^ 건강하세요^*
아랑 2002.10.11 12:09  
  "부처님 사랑이 하늘에 닿을 것 같은
관음사랑님을 뵈니
저절로 부처의 향기에 취하는구나"

관음사랑, '아랑'으로 닉네임을 변경하였습니다

바다님, 이렇게 감사히 평해주시니
관음을 닮고 싶은 마음 더해 집니다

만날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여기서 님의 마음을 뵈니 반가웠습니다

좋은 하루가 되세요

가객 2002.10.11 14:27  
  바다님!

철이른 낙엽 몇개 뒹구는 쓸쓸한 음악당 앞 뜰
잿빛 양복과 잿빛 넥타이 차림의 한 중년남자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갈색 바바리코트를 입은 중년여인이 지나갈 때마다
연신 뚫어지게 쳐다 보건만
결국은 눈길을 허공에 띄우고 말더군요.

이윽고 1부공연이 시작되었지만 꿈쩍도 않은채
한숨을 뿜어대는듯 외로이 담배연기만 하늘로
날리우고 서있었어요.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공연이 시작되는 신호가 울리자
그제서야 체념한듯 핏기없는 얼굴로
2층 A석의 한가한 자리로 가서 혼자 앉습디다.

"국화꽃 저버린 겨울 뜨락에 문열면 하얗게..." 하면서
'고향의 노래'가 흐르자
그 중년사내는 두고온 고향과 친구를 생각하는듯

멍추처럼 눈을 지긋이 감고 듣다가도 못내 아쉬운
뭔가가 있는지 곁의 빈자리를 더듬곤 하다가
끝나기가 무섭게 쓸슬한 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져 갑디다.

평화 2002.10.11 17:40  
  모처럼 사랑방에 들어오니 스산한 가을날에 따뜻한 마음이 모여들어 있군요.
음악회에 가지는 못하였지만 제 마음의 화한은 가을하늘 솜사탕같은 흰구름
편으로 보내드렸답니다. 바다님처럼 저또한 어느 빈 한자리를 차지하였지요.
아름다운 가곡사랑방 여러님들이시여 깊어가는 고즈녘한 이 아름다운 가을날
단풍처럼 곱고 소담스런 추억들 많이 가꾸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에 겨웁기를
기도드립니다. 언젠가는 평화도 여러님들과 함께 자리하리라 꿈을 가져봅니다.
바다 2002.10.11 18:39  
  급히 쓰다보니 이안삼 선생님 이름이 빠져버리고
김동진 작곡자가  김동명 작시자로 써졌네요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제대로 읽어 주셨지요?
미리내님,아랑님, 가객님.평화님 감사합니다
음악친구 2002.10.11 22:23  
  베네딕다 언니!
마음은 육체를 떠나 우리와 함께 계셨었군요.

오늘 ~어제 만난 님들 생각에 하루 종일 웃고 지냈어요.
얘들이 "선생님! 왜 그러세요?
"응? 아니 ~ 그냥~"하곤 또 웃었어요.

내 서른 아홉의 가을은 쓸쓸함이 아닌, 새로운 만남으로  가슴 훈훈한  가을이 되었어요.

내가 저 분들 처럼 아름답게 늙을 수만 있다면(죄송)~ 나이 먹는게 뭬 두려우랴~

100일도 안남은 40대가 기다려 집니다.

언니!
담엔 언니가 오시던지 제가 가던지 해야 겠어요.
정말 보고 싶어요.


박금애 2002.10.11 23:15  
  모두들 이곳에 오셨군요. 오늘따라 늦은 귀가에  님의 글을 보니 눈시울이------
저도 어제 특히 바다님과 평화님이  떠올랐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만나뵙지요.
수선화 2002.10.12 01:04  
  바다님!
이 밤에 님의 글을 읽으니 가슴이 뭉클해 지는군요.
많은 분들을 어제 반갑게 뵜지만 그 빈자리에 바다님이 계셔서
마음 한 곳이 허전했답니다.
누구보다도 꼬옥 뵙고 싶었던 분이었기에..
몸은 머얼리 계셔도 마음만은 늘 우리 가까이에 계신 것 같아
님의 향기가 느껴진답니다.
이 해가 가기전에 님의 모습 꼭 뵐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언제나 따뜻함으로 함께 해 주세요.
2002.10.12 12:27  
  늦었습니다. 몸이 그랬어요. 마음은 먼저였을 텐데. 바다님!
바다님이 빠진 것이 큰 자리였읍니다만
다음 만날때 더 진~하게 만나라고 약간의 감당할만한 아쉬움을 주신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오버코트의 깃을 세우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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