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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회 내마음의노래 창작 가곡제'<소나기>를 마치고

송인자 8 1466
‘너에게 노래가 되어’

5월 30일(토), 건대입구 ‘광진문예회관’ 나루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청소년을 위한 문학과 음악의 만남’이라는 부제를 단 “제6회 내 마음의 노래 창작가곡연주회”가 있었습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12인의 시인과 작곡가께서 ‘황순원’님의 ‘소나기’라는 소설을 테마로 곡을 만든 ‘연가곡제’였답니다.
 
처음 시작은 무대 전면의 대형 화면에 빔프로젝트를 통해서 소나기의 내용을 보여줬는데 그 영상 작업은 합창단의 ‘이경종’님께서 연출자인 ‘황인옥’님의 딸‘이현주(수송중3)’양과 ‘권혁민’님의 아들‘권기현’(염창중2)군을 모델로 촬영했답니다.

그 영상이 나오는 동안 4인으로 구성된 실내악단(피아노: 고승희, 신서사이저: 이은주, 플루트: 김신혜, 클라리넷: 이은숙)이 고전적 오페라처럼 극의 진행을 암시하는 서곡을 연주해서 훨씬 친근감을 주었습니다. 연주될 12곡의 중요한 멜로디를 따온 서곡을 듣고 나니 곡을 들을 때도 훨씬 공감하기가 쉬웠습니다.

그날 연주자들은 3시와 7시의 연이은 공연으로 말도 못할 고생을 했습니다. 피아노와 신서사이저연주자께서는 손가락이 온전한지... 풀루트와 클라리넷 주자는 입술이 부르트지 않았는지 염려됩니다.

서곡 연주는 새롭게 시도된 연출부문 중에서도 가장 돋보였습니다. 모든 곡이 동일한 테마가 있어서인지 마치 한사람의 곡처럼 응집되어 자연스러웠으며, 또한 각 작곡가의 스타일도 살아있어서 신선했습니다.

무대 위에는 원두막도 설치되어 있었고, 돌다리와 호두나무도 장식되어 있었답니다. 개울가에 깔린 초록의 부직포는 멀리서 볼 때 잔디처럼 괜찮았습니다. 화면에 길게 뻗은 하얀 신작로가 나타나자 뭔가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게 배어나오는 듯 했습니다.

‘내마노합창단’멤버인 ‘정현화’씨는 소년소녀가 돌다리를 건널 때 지나가는 동네 아저씨 역할을 맡았는데,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정현화’ : “날더러 대사를 빼래. 내가 너무 잘해서 배우가 죽는데” (대사를 빼려니까 미안해서 하는 소리였는지 모르지요.^^)
‘고광덕’ :“어...배우들 원래 죽어”
‘정현화’ :“아니, 그게 아니고 내 연기 때문에 배우들이 죽는다고”
‘고광덕’: “그니까, 주인공이 원래 죽는다니까”
모두들 훤히 아는 내용이니 무얼 말하는지 모를 리 없건 만, 정현화씨가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여서 재미있어 했습니다.

원래는 대사 없이 지나가는 역할이었다는데, 본인이 “니가 김초시네 손녀냐? 예쁘게 생겼구나. 그런데 어디가 아프냐? 핼쓱해 보인다.”했더니 리허설 때 애드립이 너무 심하다고 잘렸다가, 다시 조금만 넣으라고 했답니다. 학창시절에 연극을 했다는 정현화씨는 배우처럼 잘했습니다. 2회에서는 실수로 바위에서 미끄러져 물에 빠지게 되자 ‘아이 차거워!’해서 모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한은숙’님이 협찬해준 한복과 밀짚모자를 쓰고, 내내 거들먹거리며 온갖 폼을 잡아서 귀여웠습니다.

첫 번째 곡 <나비와 꽃처럼: 장미숙님 시/정덕기님 곡 - 이영화님(테너)>
테너‘이영화’님이 연주했습니다. 극 전체의 분위기를 전하듯 힘을 많이 빼서 부드럽게 불렀습니다.

두 번째 곡 <춤추는 물고기의 노래: 윤연모님시/ 윤교생님곡 -이미경님(소프라노)>
소프라노 ‘이미경’님이 연주했습니다. 이미경님은 날씬하게 균형 잡힌 몸매에 흰바지와 하늘거리는 빨간 민소매의 셔츠를 입었는데, 긴 갈색의 웨이브진 머리와 잘 어울려서 참 아름다웠습니다. 처음 듣는 그녀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만큼 대단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그녀는 ‘릴릭 소프라노’인 모양입니다. 울 ‘윤교생’샘님의 곡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이 곡도 본인의 스타일을 여지없이 보여줬습니다. 

세 번째 곡 <혼자서 그리는 마음: 박수진님시/ 김애경님곡 - 이미경님/ 이영화님>
‘이미경님과 이영화’님의 2중창이었습니다. 이미경님, ‘황인옥’연출자의 지시대로 몇 걸음 갔다가 뒤돌아본다거나, 마주칠 때 흠칫 놀란다거나, 손동작과 시선 등 잘 따라 했습니다. 역시 무대에 많이 서 보신 분들이라 다릅니다.

네 번째 곡 <기다림: 이경애님시/이영래님곡 - 김혜란님(소프라노)>
‘김혜란’님, 보석 박힌 흰 브라우스와 검정 스커트에 이마를 훤히 드러내는 우아한 헤어스타일로 역시 아름답습니다. 볼륨감 있는 목소리로 노래도 잘하셨습니다. ‘정덕기’감독님의 ‘와인과 매너’를 근사하게 불렀던 생각이 납니다.

다섯번째<그 가슴에 꽃으로 남을 사람아:박원자님시/김광자님-이미경님(소프라노)>

여섯 번째 곡<저기 저 꽃 무슨 꽃일까: 김필연님시/ 정보형님곡 - 비비도(5인조)>
무대 전체에 불이 환히 켜지고, ‘비비도’(민지아, 정영숙, 이주연, 강한나, 장지혜)가 빨강과 초록치마에 머리엔 핀을 꽂고 깜찍 발랄한 모습으로 예쁜 꽃을 들고 나와서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며 경쾌하고 아름다운 곡을 들려줬습니다. 곡은 아카펠라처럼 반주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화려함이 느껴지는 멋진 곡이었답니다. 중간에 “무슨 꽃일까?”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3시 공연 때는 짓궂은 학생들이 ‘장미꽃!’하고 가르쳐 줘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지요.

일곱 번째: <소년의 노래: 차성우님시/ 조원경님곡 - 송기창님(바리톤)>
객석에 환히 불이 들어오고, 소년 소녀가 통로와 객석 사이로 뛰어다니며
“이 꽃 참 예쁘다, 이름이 뭐야? 되게 예쁘다. 이 꽃들은 다 뭐야?”
“도라지꽃... 할미꽃... 그건 파잖아 여기 다 파밭이야.
“여기 되게 못생긴 돌도 있다.”
3시 공연 때는 아이들이 구경하느라 여기저기서 일어서기도 하고 ‘도라지꽃!’ 하며 따라하는 등 무척 재미있어 했습니다. 소년이 소녀에게 들꽃을 전하고, 그러다가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소나기 씬은 실제 내 주변에서 비가 내리듯 음향 효과가 만점이었습니다. 배우들은 연출에 공을 들인 보람 있게 참으로 섬세하게 잘했습니다. 그들은 무엇보다 발성이 잘 되어 있어서 전문연기자가 왜 다른지 알게 해주었습니다.

‘송기창’씨 “두근거리네.” 하면서 원두막 속의 소년 소녀를 돌아다보고.... 그 순간 웅크리고 있는 소년소녀에게로 조명이 들어와서 소년의 마음을 잘 표현해줬습니다. 이 부분도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여덟 번째 <빈 가슴에 피는 연가: 손계숙님시/ 황덕식님곡 - 김혜란님(소프라노)>
비가 갠 후 맑게 갠 하늘을 올려다보고, 소녀는 꽃에 묻은 물기를 털다가 불어난 물을 보고 놀라고, 소년은 검정 고무신 속의 물을 털고, 바지를 걷고서 업으라고 하고, 소녀 사양하다가 마지못해 업힙니다. 그런데 첫 번째 업힐 때는 꼭 엎어집니다. 관중들 웃고...아이들이 특히 크게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김혜란님 두 손을 모으기도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하는 등 자연스럽게 곡의 분위기를 표현해줬습니다.

아홉 번째 <소나기 지나간 자리: 유영애님시/ 송상준님곡 - 이영화님(테너)>
‘이영화’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잘 어울렸습니다.

열 번째 <소녀와 대추: 이성관님시/ 박영란님곡 - 송기창님/ 김혜란님>
‘송기창’님과 ‘김혜란’님이 아주 멋지게 소화했습니다. 특히 ‘송기창’씨는 녹음된 것보다 현장에서 훨씬 잘 불렀습니다. 역시 남자는 굵직한 저음이 남성미가 느껴져서 좋습니다. 송기창씨는 목소리도 좋은데다 키도 크고 잘생겨서 합창단 아줌마들이 좋아했습니다. 

열한 번째 <호두따기: 한여선님시/ 신동일님곡 - 사운드박스(2인)>
‘사운드박스’가 기타 치며 경쾌하게 노래했는데, 아이들의 호응이 좋았던 곡입니다. 공연을 관람 했던 중3짜리 울 막내는 “엄마, 나무 때리던 소년을 아저씨가 덱꼬 들어가서 더 웃겼어!”하는 겁니다. 연출이 제대로 먹힌 셈입니다.^^

열두 번째 <무대가 암흑인 상태에서 소년 부모님의 대화만 나옵니다. “윤초시네가 악상을 당했다는군....그런데 계집아이가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아, 글쎄 입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했다는구만”>

열세 번째 <들꽃의 향기: 이상목님시/ 한성훈님 곡- 송기창님, 내마음의노래 합창단>
소년이 천천히 걸어서 등장하고, 조명도 소년을 따라 서서히 들어오고, “그리움 묻어나는...”읊조리듯 2소절을 부르면 울 합창단원과 ‘송기창’씨가 조용하고 신속하게 등장합니다. 바리토너 ‘송기창’씨와 합창단이 함께 부르는 ‘들꽃의 향기’는 멜로디도 멋지고, 합창단이 화음을 넣는 부분은 마치 사극의 배경음악처럼 부드럽고도 아름다워서 연습하는 동안도 아주 행복해했던 곡입니다.

처음으로 2회까지 공연했던 제 6회 ‘창작가곡제’는 많은 분들이 여태껏 치룬 ‘내마노’공연 중에서 최고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청중 동원에도 성공해서 1,2회 모두 ‘나루아트센터 대극장’의 전석을 꽉 채웠고, 언제 접해도 가슴 뭉클해지는 소년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다룬 작품 선택도 좋았으며, 연주자 4인의 동원도 탁월했습니다. 집행부에서 비용 등 여러 면에서 고생 많았다고 하던데, 충분히 보상 받을 만한 대단한 공연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소나기’를 만드신 모든 분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
8 Comments
신동일 2009.06.01 22:17  
와, 공연도 열심히 해 주시고, 후기도 열심히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Schuthopin 2009.06.01 22:28  
오우....  현장 스케치를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음악친구♬ 2009.06.02 00:18  
와~!!!
현장 스케치가 제 연출 대본보다 더 섬세하고 정확해서 깜짝 놀랐어요~^^
 넘 넘 감사 합니다.
유열자 2009.06.02 09:27  
현장 스케치도 대단하지만 그날 연출하신 황인옥님 대단합니다. 여러분들의 노고로 이토록 아름답고 귀한 공연으로 많은 족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 많은 공연이 있었지만 "소나기"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공연이였습니다.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합니다.
장미숙 2009.06.02 12:51  
오랫만에 만나 뵌 송인자 작가님!
그 날 많이 반가웠어요~
현장감 넘치는 후기 정말 감사합니다~~
이동균 2009.06.02 16:00  
송인자님의 현장 스켓치를 보고나니
서울 사는 사는 사람보다 이야기 줏어들은 사람이
더 잘 안다는 표현이 생각나네요.
이 쯤 되면 소나기 공연 보러 서울 갔다왔다고
사기를 쳐도 될 만큼의 지식은 충분하니
대구에서 홍보를 하겠습니다.
수패인 2009.06.03 17:56  
색다른 맛의 향연 이였을 텐데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요즘 제가 너무 바삐 사나 봅니다.
디지털칸 2009.06.05 15:38  
저는 연기자에도 포함이 되는 것 맞았지요..ㅎㅎㅎ 고무신에 적응이 안되어서 발이 까지기도 했지만
제가 초대하신 분들이 공연 후에 들려 주시는 소감에 칭찬일색인지라 너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역시 서로가 맡은 것들에 차질없이 최선을 다하고 하나로 모으니 이런 멋 진 공연이 되는구나 싶더군요.. 정말 오랜 시간동안 소나기 공연을 위해서 수고하신 연출가님과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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