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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후기를 써봅니다(제1회 인천가곡교실에 참석하고)

노을 12 1191
서울 가곡교실에 나가지 않은지 오래된 판에 인천 가곡교실에 가는 일은
좀 머뭇거려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좀 속 보이는 것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오랜만에 뵙는 분들로부터
‘여기 오니까 만나게 되네요’ 라는 인사를 들어야 했다.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연일 계속되는 맹추위에 인천 하고도 구석진 곳(그래도 서울 기점으로
최근거리 같긴 했다)
게다가 自生 아닌 派生이 아닌가 하는 선입감 때문에 마음 밑바닥에
걱정이 깔려 있었다.
나와 관계없는 이가 주선한 일 같으면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었다.
성황을 이루리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른 지방에 태동한 가곡교실과 달리 어쩐지 아슬아슬한 마음이 드는 건
우선 서울과 너무 가까운 지리적 조건 때문에 크게 새롭거나 반가운
모임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은 노파심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곳에서건 가곡교실이 열린다면 불원천리 달려가 주시는
내마노 기둥들의 존재감이 비로소 크게 다가왔다.
일일이 누구라고 지명을 안 하더라도 그분들이 누구신지는 다 짐작하실 것이다.
그분들이 계시기에 여기 저기, 이곳저곳에서 가곡교실이 만들어질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에서 가곡의 메아리가 울려 퍼질 수 있으리라.
조촐하게 치러진 인천가곡교실, 비록 적은 수가 모였지만 오랜만에 목이 터져라
불렀던 우리 가곡들의 아름다움은 최근의 가뭄만큼 메말랐던 정서를 흠뻑 적셔주었다.
역시 우리 가곡은 들을 때도 좋지만 부를 때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이 기막힌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언제 보아도 어눌한 말솜씨지만 그래도 길게 인사말을 해주신 정동기님,
박력 있고 속도감 있게 노래를 지도하시던 김영옥 선생님,
살짝 서툴렀지만 그것이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오던 사회자 김명희님
코믹한 동작으로 더 이상 날지 못할 것이라고 열창하시던 바리톤 양태갑님,
조용히 반주자의 자리를 지켜주시던 박진영님, 그리고 이제 경지에 오르신
자연스러운 가창력으로 뜻밖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신 송월당님,
시와 별, 그리고 동강이라는 아름다운 노랫말을 만드시어
우리의 감성을 더 촉촉하게 만들어주신 유영애 시인님
(이번에 그 노래의 진가를 새삼 발견했답니다)
물론 어렵게 그 자리를 준비해 주신 정열님을 비롯한 모든 준비위원들
머나먼 고성에서 오신 다솜미님 이하 그날의 참석자들 모두모두 참 고마웠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 앉아 차창 밖으로 보이는 야경의 아름다움이 유난히
가슴에 사무쳤던 까닭은 아무래도 그 밤 불렀던 가곡의 여운 탓이리라.
한 가지 내내 궁금했던 일
내 뒤에 앉아 노래하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셨을까?
돌아보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나중에 확인해야지 했는데 그만 놓쳐버렸다.
자연스럽고 고운 테너의 음성에 모든 노래를 다 잘 불렀다.
화음을 멋지게 넣기도 하면서....
당신은 누구신가요?
12 Comments
바다박원자 2009.01.14 22:03  
그 당신은 참 행복한 사람이네요. 이렇게 한 소녀의 가슴에 자리했으니.. ㅎ
보름달 4남매 중창단 .
참 멋진 모습 모든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샀겠네요.
인천가곡부르기를 안했으면 노을님을 까맣게 잊었을 텐데.. ㅎㅎ
다행히 인천덕분에 잊으려다 말았네요.
정말 보고 싶었는데.^.*
노을 2009.01.16 09:14  
바다님
진정 저를 잊으려 하셨나이까?
우린 만나지 못해도 항상, 날이면 날마다
저녁에 수평선에서 만나진다고 생각했는데...
노을지는 먼 바닷가.... ㅎㅎㅎ
언제나 광주 가곡 부르기에 가볼 수 있을지요.
저도 보고 싶답니다.
유영애 2009.01.15 00:24  
제1회 인천 가곡부르기 너무 멋진 무대였습니다..
집행부님들의 열정과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노을 2009.01.16 09:15  
시 별 그리고 동강을 검색하다 보니
유영애님의 노랫말로 된 가곡이 참 많더군요.
한 곡 한 곡씩 들어볼 예정입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이경종(유랑인) 2009.01.15 01:20  
자생이면 어떻고 파생이면 어떻습니까?  ^^ 
우리 가곡을 좋아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마음껏 불러 제끼는 공간이 동네마다 있은 들 ~~
그 아니 좋은 일이겠습니까 ㅎㅎㅎ

고맙습니다~~^^
노을 2009.01.16 09:17  
회를 거듭할수록 성황을 이루어
피붙이랍시고 모락모락 피어나는 노파심이
싹 사라질 수 있기를...
해야로비 2009.01.15 15:49  
오랫만에 뵙게 되어서..., 좀 더 먼곳에서 뵈어서...더 반가웠습니다.
가시는길 인사도 못 드렸네요~~

가만히 앉아서 신나게 부르는 그 기분....정말 짱이었습니다.
노을 2009.01.16 09:19  
아니, 해야님
날이 갈수록 아름다워지시면 어쩌자는 것인지요?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는 그 고운 모습
암만해도 가곡사랑이 깊어져 그리 되는 것 같습니다.
정덕기 2009.01.15 16:20  
노을님 고맙습니다. 저는 그 날 못가서 뵙지 못했지만 앞으로 자주 뵈어요 시와 동강...을 좋아해 주셔서 더욱 고맙습니다.
노을 2009.01.16 09:21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교수님의 곡들이 좀 어렵다 싶었어요.
저의 편견이었다는 것을 언젠가도 살짝 느꼈는데
인천가곡교실에서 확실하게 점 찍었습니다.
아름다운 곡, 정말 감사드립니다.
집에 와서도 혼자 부르고 또 불렀습니다.
유열자 2009.01.15 17:47  
노을님 오랫만이예요 나는 인천갈려다 못가고 집에 있었지요
성황을 이룬 인천 가곡교실 축합합니다

여기 저기서 많은 가곡교실이 생겨야합니다
수많은 가곡교실을 통해 많은 노래들이~~ 좀 못부르면 어떻고
잘 부르면 어떻고 상관없지요

노래속에서 행복해지면 산다는 것이 즐거움이지요
노을 2009.01.16 09:23  
송월당님은 오셨는데 늘 옆에 계시던 유열자님이 안 보이셔서
궁금, 또 서운했지요.
하긴 뭐 그간 내리 결석만 하던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닌 줄 알지만...
남산 모임이 기대됩니다. 거기서 만나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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