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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뒷풀이는 훨신 좋았다"

고진숙 16 1994
“이번 뒷풀이는 훨신 좋았다”
구랍 ‘송년가곡노래부르기’에서의 감상을 올린 중에
가사를 이치에 맞게 쓰자는 의견을 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을 보고,
기왕에 내놓은 마음을 하나 더 풀어 놓아야겠다 싶어졌습니다.

위 제목에 쓰인 낱말을 내마노에서 많이 보고 있습니다.
1.합성어에서 두 낱말이 합쳐지면서 된소리가 나는데 이때는
사이시옷을 적되 앞의 말에 받침으로 적어야 하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제대로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다’ +‘가’는 ‘바닷가’로 쓰는 것은 다 아는 상식입니다.(이때 ‘가’는 된소리)

그런데
거센소리가 합성될 때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습니다.
이유는 《한글맞춤법 통일안》첫머리에 있는 3대원칙이 있습니다.
그 중에,
“모든 낱말은 소리 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아야 한다”.를 주목해야 합니다.
바다+가는 까(된소리)로 나기 때문에 ‘소리 나는 대로’의 원칙에
따라 사이시옷(ㅅ)을 씁니다.

뒷풀이는 우리 사이트에서 잘못 쓰고 있습니다.
‘뒤’와 ‘풀이’는 각각 독립된 의미를 가진 말입니다.
그러니까
뒷풀이로 쓰기 쉽습니다.

거센소리{한자어로는 여러 가지로 쓰이는데, 파열음(破裂音)이 대표됩니다}
즉 ㅊㅋㅌㅍㅎ는 사이시옷(ㅅ)을 쓰지 않아도 소리 나는 대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사이시옷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또 써서도 안 됩니다.
‘뒷풀이’가 아니라 ‘뒤풀이’로 써야 합니다.

혹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소리 나는 대로 쓴다면
‘바다까’로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법에 맞아야 한다’는《한글맞춤법 통일안》의
원칙이 있어 그래서도 안 됩니다.
‘바다’라는 말과 ‘가’(주변, 변두리)라는 말은 각각 의미를 가진 독립된 낱말입니다.
두 독립된 낱말이 한 낱말로 합쳐질 때 두 낱말이 충돌하면서 된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의미가 없는 조사(토씨)는 윗말과 합쳐질 때 충돌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예컨대
‘바다가 넓다’에서
‘가’는 위에서 예를 든 것과 같은 의미는 없고 다만 낱말과 낱말을
연결시켜 주는 일을 하는 조사이기 때문에 된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이때 ‘가’는 조사이므로 이것은
“조사(토)는 윗말에 붙여 쓴다”라는 《한글맞춤법 통일안》의
원칙에도 맞는 것입니다.

2.훨신과 훨씬에 대하여
지루할 것 같아 여기서는 간단히 편법으로 말하고자 합니다.
순수 우리말 낱말에서 윗말 받침이 “ㄹ”이고 이를 받는 낱말의 초성(첫 소리)이 ‘ㅅ'인지
 ’ㅆ‘인지 그 소리값{음가(音價)}이 알쏭달쏭하면,
'ㅆ'을 쓰면 틀림 없습니다.

예컨대
이 글의 제목에서 보여 준
‘훨신’은 ‘훨씬’으로 써야 합니다.
예를 더 들어 보면
“촐싹거리다”  “(냄새가) 물씬 풍기다” “알쏭달쏭하다” 등등입니다.
16 Comments
바다박원자 2009.01.08 19:36  
선생님!
저도 <뒤풀이>를 <뒷풀이>로 썼습니다.
앞으로 명심하겠습니다. 좋은 공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엠킴 2009.01.08 23:27  
큰 공부 되었습니다^^
송월당 2009.01.08 23:46  
고진숙 선생님 공부 잘 하였어요.
내마노에 온 이후 계속 뒷풀이로 알고 썼는데
이제 잘 알아 뒤풀이로 쓰겠어요.
해야로비 2009.01.09 02:29  
감사합니다.  유념하여 쓰겠습니다.
정창식 2009.01.09 11:00  
고진숙선생님의 세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올해도 건강하시고 여러가지 잘못 전달되는 부분들을 자주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진숙 2009.01.09 16:35  
정창식님, 우리 글 바로쓰기에
관심이 많으시군요.도움이 되었다니 보람을 느낍니다.
이런 문법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거든요.
그 비슷한 소리 지겹다는 소리 들을까
조심하면서 썼습니다.

바다박원자님
성품 그대로 솔직해 좋습니다. 그래서 시가 아름다운가 봐요.
이 방면의 전문가가 아닌 처지이니
이런 문제로 아름다운 시를 못 쓰는 것도 아니니까요.

엠킴님, 근래에 몇몇 댓글을 본 듯합니다.
내마노 사이트에서 의견을 나누는 일 서로 유익합니다.
많이 찾아 주세요.

햐야로비님, 지난해는 정말 '해야로비의 해'라고 할 수 있지요.
내마노 시인 신성으로 떠올랐으니 말입니다.
시 낭송도 잘하는 시인 드문데,
다 갖추었으니 많은 부러움을 사고 있답니다.

아하하, 소월당님도 한마디 하셨군요.솔직하게.
그런 것이 좋죠 뭐...고운 사진 올려 주심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경일 2009.01.09 16:53  
돈 안들이고 좋은 공부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진숙 2009.01.10 13:22  
오경일 선생님, 나도 님의 노래를
돈 안 들이고 들었습니다. 그 말 참 아름다운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고광덕 2009.01.10 11:41  
제 생각도 이왕이면 표준법에 맞게 쓰자는 주의입니다.
새로운 가곡이 탄생될 때도 누구의 착각인 지 몰라도 가끔 어법이 안맞는 경우가 있던데요.
그런데 우리 문법이 참 만만치 않게 어려워 알송달송한 게 많죠...
그래도 우리가 잘 가꾸어 나가면 훌륭한 언어가 되지요.
잘 공부하고 갑니다.
고진숙 2009.01.10 13:18  
좋은 생각인데요, 표준법에 맞게 쓰자는 말ㅡ 내 생각과 같습니다.
'우리 문법이 만만치 않게 어려워' 다음에 나온 낱말
'알송달송'이 잘못되었군요.
고광덕님의 글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관심에 감사합니다.
김메리 2009.01.11 14:37  
중학교시절 국어선생님을  마귀할멈이라고 했습니다ㅎㅎ
유독 몇명은 늘 종아리에 시퍼런 회초리자국이었지요..
오늘 선생님 강의 읽으며
매맞고 배우던 국어시간이었는데 그리워지는군요
고진숙 2009.01.12 15:15  
매를 맞았더라도 그 배움의 중학교 시절이 그리워진다는
김메리님은 공부를 잘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리워질 리가 없지요.
나도 그리워지는 중2 때 이야기 하나 하지요.
수학 기하 시간이었습니다. 옆 친구와 얘기해서인지
지금 기억으로는 확실치 않은데
뒤로 가서 벌을 서게 되었습니다.
기분이 언짢아하는 표정을 선생님은 알아챘습니다.
나는 강의는 안 듣고 계속 창문 밖으로 눈길을 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간 고사 기간이 되었습니다. 수학 문제 중에
이때의 문제가 틀림없이 나올 것은 예감하고 친구의 노트를 빌려
베끼고는 혼자 풀어 보려 하니 될 리가 없지요.
점수를 얻기도 하려니와 선생님의 나에 대한 표적 출제에
걸리지 않을 셈으로
수학이라도 이런 땐 따로 외어 버리자 하고
기하의 풀기는 젖혀 두고 몽땅 따로 외웠습니다.
시험 날 나의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그 문제가 나온 겁니다.
외운 대로 술술 써 나갔지요. 덕택에 수학이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며칠 후 선생님은 나를 보더니 의미 있는 웃음을
빙그레 띠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그 학창 시절이 그리운 것은 나에게도 있다는
한 도막 얘기를 적었습니다.
이경종(유랑인) 2009.01.29 02:38  
건강한 언어가 아름다운 우리 말을 지키는 것 같습니다 ^^
오래도록 올바른 문법과 그윽한 감성으로 우리 가곡에 맑은 생명으로 자리하고 계시길 기원합니다.
거기에 합당한 건안하심도 늘 함께 하시길~~  ^^
고진숙 2009.01.31 20:08  
이경종님,
반갑습니다. 그저 그냥 반갑습니다.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니 더더욱 반갑습니다.
시를 써 오면서 언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을 다 말하지 않으려 하다가
우리가 자주 쓴느 말이 잘못 쓰는 것을 고쳐 쓰자는 뜻이었습니다.
내가 더 젊은 때에 정훈 장교들에게 문장론과 국문법을 강의하는 직장을
가졌었습니다. 그 때에 몸에 밴 버릇인지는 모릅니다.
그렇다고 나는 하나도 안 틀리는 것이 아닙니다. 글 쓸 때는 조심조심하면서 씁니다.
이규택 2009.02.05 17:13  
국어 시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가집니다.
고등학교 국문법 선생님이 별명이 "똥자루"(키가 작고 짜리몽땅하신 경상도 분이셨습니다.)
고 3 대입시를 몇일 앞둔 저희에게 마지막 시간에 하신 말씀..
" 느이 놈들이커서 장가 가서 새끼 낳고 키울 때 그 때 네 새끼들이 어떤 말을 쓰는지 너희가 쓰던 말과 어떻게 달라지는지 잘 살펴 그걸 바로잡아 준다면 내가 너희들을 가르친 보람이 있을 터인데..."
요지음 같으면 어림도 없는 상황일테지요?  불과 열흘이면 대입 시험인데 말입니다.
작은 것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고쳐주시는 선생님의 마음을 보니 옛 스승님 생각이 납니다.
좋은 가르친 고맙게 받습니다.
고진숙 2009.02.05 18:35  
이규택님, 여기에 올린 글을 많이 읽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사투리로 말한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작은 것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라고 나를 치켜세우니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내친김에 작은 것 하나 더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님의 윗글에서,"고3 대입시를 몇일 앞둔 ...." 에서 작은 것 하나 말할 재료가 발견되었습니다.

무엇인가 하면,'몇일'의 표기가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몇일'은 '며칠'로 적어야 합니다.

이에 대하여 어느 데에서 이렇게 말을 했더니 이론을 펴며 반문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즉'몇일'은 날의 동안(기간)의 뜻이 있고,'며칠'은 "오늘이 며칠이냐 할 때 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나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몇일'도 며칠이고 '며칠'도 며칠이라고.
그 이유는 <한글맞춤법통일안> 3대 강령(원칙)의 하나인 "모든 낱말은 소리 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아야 한다"는 데에 근거한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오늘이 몇 월(소리 나는대로는 '며둴') 몇 일(소리나는 대로는 ‘며칠’)이냐?"고 말합니다.
몇 월은 ‘며둴’로 소리 나지만, 몇 일은 '며딜'로 소리 나지 않고 ‘며칠‘로 소리납니다.
몇 월은 '몇'과 '일'의 독립된 두 낱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며칠처럼 '며춸'로 받아들자 않고 제3의 소리로 납니다.
그러나 '몇일'은 몇쨋날이나 기간이 몇 날 남았나 하는 뜻이 있는 것이 틀림없지만 소리 나는 대로 적어야 하는 원칙에 따라 '며칠'로 적어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합니다. 왜 며둴이라고 하면서 며딜이라고는 말하지 않는지 ...
수천년 써 온 우리 말이니 소리 나는 대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결론은 '몇일'이란 낱말은 쓰일 경우가 전혀 없습니다. 오직 '며칠'만이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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