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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찾겠다 꾀꼬리! 너나 찾아보세요.

김형준 12 831
한 번 만난 그 상록수 어디로 갔나.
늘 푸른 나무와 같은 맑은 님이여
단 한 번 만나 정겨운 인사 서로 나누었다.
내 맘에도 푸릇푸릇한 싹이 트기 시작했다.

'사우(/동무생각)'

푸르른 님의 기운 충분히 느끼기도 전에
까마귀 한 마리 내 입 안으로 파고들었다.
푹 삶아 놓은 것이 웬지 내 구미를 당겼다.
뭔지 모르고 통째로 꿀꺽해버렸더니 까마귀란다
'애 퇘퇘!'

'까마귀, winterreise numero 15 von F. Schubert'
'때는 늦으리!' '늦기 전에!'

‘까악, 까악’
까마귀의 울음이 나의 뇌를 때리며 울려 퍼진다.
바로 그 순간이었나보다.
상록수의 심상이 내 기억 네트워크에서 급썰물되어 나갔다.

'auld lang syne'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아무리 기억 흔적들을 파고 들어도 보이지 않는다.
'기억력 좋다'해서 안다이 박사였는데 이젠 종말이 왔다.
까마귀와 좋은 친구된 기억세포들이 나를 철저히 배신했다.
되살리려 해도 돌아오지 않는 파아란 상록수의 그 단아한 모습.

'무정한 마음(core'n grato)'
'기다리는 마음'

한 달을 부분 치매와 벗하며 스릴 속에 살았다.
알려 줄 듯 말 듯 내 손가락 사이를 스쳐갔다.
‘어떻게 나를 잊었어요?’하며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일을 우짤꼬!' 어딘가에는 있을 그 불쌍한 기억의 흔적.

'물망초(forget-me-not)'
'Non ti scorda di me'

노래와 꿈, 우정이 담긴 7월, 마포 가곡 축제의 밤.
드디어 바로 그 상록수가 내 앞에 환영처럼 다시 나타났다.
아! 믿을 수가 없었다. 실날같은 그 기억이 돌아왔다.
내 속살을 꼬집어보니 무지 무지 아프다. 샘통일까 심통일까.
살짝 웃음 짓는 늘 푸른 이의 얼굴에서 얼음이 부드러이 녹아 내렸다.

'Don't worry, be happy!'
'그대 그리워 노래하네'

다시는 까마귀 고기를 먹지 말아야지.
차라리 하아얀 새 한 마리 구워 먹을까?
이번엔 ‘하얗게’ 잊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손 들었다.
푸르른 솔잎 따 맑은 냇물에 씻어 상큼한 그 쓴 맛 즐기련다

'청산에 살리라'
'Tannenbaum(소나무), folklied'

'더불어 사는 즐거운 인생살이'
'Que cera cera'
'Nice meeting you AGAIN!'

그리하여 어렵싸리 상록수 증발 미스테리 전모가 밝혀졌다.
12 Comments
김형준 2006.07.30 22:29  
  아무리 4시4철이 있어야 더 아름답다 해도
상록수가 없는 동네는 삭막하다.
주변이 하얗게 눈으로 덮이거나
황색의 낙엽들이 거리를 잔뜩 메울 때에도

여기 저기 보이는 상록수들로 인해 우리의 마음도 푸르러진다.
상록수는 우리에게 늘 장마 뒤에는 무지개가 뜰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평생 청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세라피나 2006.07.31 22:31  
  김선생님! 무지한 저는 이해가 많이 어려워요.^^
살짝, 공포^^스럽기 까지해요.^^
7월의 가곡축제가 아름다웠었다는 말씀이시지요?^^
만나뵈었던 기억, 해 주시나요?^^ 아닌가요?^^


김형준 2006.07.31 23:34  
  hhhhh, kkkkk!
'공포'요?    ㅎㅎ ㅋㅋ....
아니에요.
그런 내용이 아니고
제가 누군가와 만났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해서
벌어진 해프닝에 대해서 약간  mysterious하게 써 놓은 것이랍니다.

그럼요. 기억하고 말고요.
'별헤아림님'과 또 다른 여성 한 분과 대화를 하다가
만나서 상견례(?)를 했었잖아요. 문 바로 앞에서....

그렇죠.
참, nickname이 예쁘네요.
'세라피나'는 무슨 뜻이에요?
그저 이탈리아나 스페인 계통의 여성 이름인가요?
그날 반가웠습니다.
김형준 2006.08.01 00:19  
  세라피나님!
지난 7월 모임에서 만났을 때
'.....해서 댓글을 달기도 힘들어요' 하셨나요?
저 사실 그다지 '....한' 사람이 아니랍니다.

저와 언제 대화를 나누시다 보면
10세 소년과 80세 노인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그런 사람임을 알게 되실 겁니다.
보통은 그저 10세 소년의 모습이 더 잘 드러나는 편이지요. (^_^)

인연이란 슬며시 장마와 태풍의 눈 속에서도 자라나는 모양입니다.

멀면서도 가까이, 가까우면서도 멀리.....
세라피나 2006.08.01 00:40  
  내용을 설명 해 주시니까  제가 정~말 무식한 사람같아요.^^
뭐~~!^^ 유식한 것도 아니지만요.....^^ (농담 입니다.^^)

물어 봐 주시니 답을 드려요..^^
유년시절 '소공녀'의 주인공 이름 '세라'를 알고
이렇게 * 예쁜* 이름도 있구나!  반해버렸었지요.

'카톨릭재단'의 학교를 다녔던 영향이겠지요.
 항상, 신앙을  가져야겠다.생각만하던, 예비신자였어요
어떤계기?^^가 있어  그 순간의,  절실한 신앙이,
 저에겐 필요했답니다.  꼭,'고해성사'하는 것 같네요?^^
저의"세레명'입니다.('세라'가 들어간 성인의 이름이기에..)^^
참 싱겁죠?

감히, 접근을 못하겠어요.^^박식^^하심에..
머리에 쥐날려고 그래요.^^
 저같은사람  주눅들지않게^^조금만 쉽게
글, 써 주셔요.^^ (말이 되는지 잘 모르겠네요.)^^
반가웠습니다.
세라피나 2006.08.01 00:44  
  아! 헤아림선생님 옆에 계셨던 분은
'에버그린'님 이십니다.^^
저도, 처음 뵈었는데 마음예쁜  언니시더군요.^^
김형준 2006.08.01 01:43  
  세라피나님!
nickname이 아니라 baptism name이시군요.
제 선생님의 영세명은 파올로 이셨답니다.
선생님 생각은 얼른 접으렵니다. 눈물샘이 터지려고 하니까요.

'세라피나!' 너무나 예쁜 이름이에요.
'ㅅ + ㅔ', 'ㄹ + ㅏ', 'ㅍ + ㅣ', 'ㄴ + ㅏ'
이렇게 자음과 모음으로 결합된 네 개의 음절로 이루어져 있네요.
그저 부르거나 읽기만 해도 아름다운 4음절입니다.
이탈리아어가 노래를 하기에 편한 것은 그렇게 자음과 모음이
결합되어 자연스럽게 단어들이 모음으로 끝나서 모든 단어들을
legato로 부드러이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라피나, 세라피나, 세라피나, 세라피나.......
It sounds so pretty!'

글을 쓰시는 것을 보면 마음이 착하고 아름다우신 것을
금방 느낀답니다.

어떻게 보면 제게 가톨릭 교회의 '신부'와 같은 품성도 있답니다.
근데 그런 제 모습은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셔야 알 수 있으실 겁니다.

BINGO!
그렇습니다. 이 글은 '에버그린'님을 전에 만났는데
기억을 잘 하지 못해서 벌어진 해프닝에 대한 것입니다.
'Evergreen'은 '상록수'라는 영어 단어이지요.

'에버그린'님께서 제가 기억 잘 못한다고
약간 마음 상하셨다가 다 풀어주신 것 같아요.

님의 이름에 대한 자상한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김형준 2006.08.01 01:57  
  제게 '신부님'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고해성사를 안하셔도 되요 (^0^)
반 자폐적인 증상을 보이는 어느 분이
제가 참석하는 오페라 동호회에 늘 나오신답니다.
일반 사람들이 하지 않는 엉뚱한 일을 그 분이 자꾸 하셔서
다른 이들이 '아이구, head야' 하시곤 별로 말도 안 걸어 줍답니다.

헌데 제게서는 따스함을 느꼈나봐요.
지난번에 우연히 예술의 전당 구내에 있는
예술정보원에서 마주쳤는데 제게 말을 막 '폭포수'처럼 해댔어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단 한 마디도 안 하던 분인데요.
저도 막 말을 많이 해주었어요.
남들 앞에서는 둘이서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요.

아마 제 속에 있는 불완전함, 소년의 동심, 아픔 같은 요소들이
그 분의 마음 속에 전달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어느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아드님도 약간은 자폐적인 면이 있는데
저와 있으면 늘 밝아진답니다.
그래서 그 사람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가 자기네 아들과
시간을 더 많이 나누어 주었으면 해요.
저도 그러고 싶구요.
돈 많이 가지고 있고, 머리가 좋고, 노래 잘 하고,
다른 이들의 인정을 많이 받는 분에게는 제가 별로 필요하지
않을 지 몰라요.
어딘가 문제가 있고, 힘들어 하고, 아픈 이들에게는
저같은 사람이 필요한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기들이 가진 고통과 어려움이 제 안에도 많이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아픔이 있는 사람들은 서로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으니까요.

많이 사랑하시고, 많이 기뻐하시고, 많이 많이 우세요. 자유로이.
그럼 어느 순간에 본인 속에 있는 진실과 행복감이 따스히
감싸주는 것을 느끼실 것이랍니다.
세라피나 2006.08.01 20:51  
  어머! 제가, 김선생님께  '고민 상담' 받고 난 기분이에요.^^
'네'^^ 말씀,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가 ,너무 자세히 설명을 했나봐요..^^
신앙심이, 그리 깊지않음을 말씀드리려했던것이..^^

선생님 저도' 한'상담 하거등요?^^
혹시 필요하시면 구원 요청하십시오.^^
 (만회 할 기회 주시라는 얘기지요.)^^
"네'
많이 사랑하고, 많이 기뻐하고, 많이 울?겠습니다.^^
즐거웠습니다.다음 기회에 반갑게 뵐께요.
김형준 2006.08.01 22:31  
  세라피나님!
감사드립니다.
혹시 제가 대화를 할 상대가 필요할 때
세라피나님을 염두에 두겠습니다.
늘 하시는 모든 일에 축복이 넘치기를 소원해봅니다.
김형준 2006.08.03 09:49  
  인연이란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온다.
오는 인연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가는 인연을 붙잡는다고 머물러 있을까.

함께 있는 동안 아름다운 마음의 교류를 이루고
서로를 위해 빌며, 서로를 위해 사랑하는 일에 힘쓰면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떠남이 있는 날에
그렇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별로 남지 않도록
함께 있는 인연으로 있을 때 보다 더 많이 나누도록 하자.
김형준 2006.08.07 12:12  
  I did not know that the forever green is
a member of the 'My Heart's Song' chorus.
That means she's been around the Korean Art Song
Singing circle and is known by quite a few people.

Oh, My!
Maybe I am relatively much greener than her.
I got to have a different perspective thanks to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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