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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빈치코드" 감상 소감

김형준 13 961
            -- 영화 "다빈치 코드" 감상 소감--
 
                                              by 김형준


가곡 배우는 시간과 동창 만나는 저녁 약속 시간
그 사이 시간에 빈 공간이 뻥 뚫렸다.
종각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정작 볼 일은 허탕을 쳤다.

종각과 종로 3가 사이에는 극장들이 여러 개 있다.
가장 현명한 선택은 종로 3가로 가는 것이었다.
서울, 피카디리, 단성사 이렇게 세 개의 멀티플렉스가
모여 있는 곳이다.

다빈치 코드는 책으로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
수천만부가 세계적으로 팔려 나갔고, 한국어 번역으로
250만부 이상이 팔려 나갔다 한다.
게다가 그 내용에 있어서 기독교의 기본 교리와 다른 부분이
논쟁의 소지가 있음에 분명했다.
미국 뿐 아니라 한국의 기독교계에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우리나라에서의 가처분 신청이 최근 기각되었다.

세 극장에서 모두 다빈치코드를 상영하였다.
마침 피카디리에서 2시에 시작하는 것이 있었다.
표를 구한 시각은 1시55분..
아직 점심도 못 먹었지만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아
영화를 다 본 뒤에 식사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행히 제일 뒷줄 표를 구할 수 있었다. 그다지
인기가 높지는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까.
개봉한지 하루, 이틀 밖에 안 된 상황에서
아무리 대낮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반도 들어차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상연 5분 전에 가장
뒷 줄 표가 남아도는 영화.......

책 '다빈치 코드'를 거의 2년 전에 영어 원서로 
다 읽었다. 댄 브라운이라는 미국 사립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을 하던 사람이 쓴 소설인데 참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내친김에 그 사람이 쓴 나머지 3권의 소설도
집중하여 원서로 미친듯이 갈증을 느끼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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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의 루블 박물관 관장이 무언가를 노리는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것이 첫 장면이었다. 마침 빠리에 강연차 왔던
하버드대학의 종교,예술 분야의 코드학 교수인 로버트 랭던이
이 일에 연루되게 되었다. 관장과의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공교롭게 그 날 저녁 살해되자 혐의를 뒤집어 쓰게 되었다.

프랑스 경찰이 살해 현장인 루블박물관으로 랭던교수를 데리고 갔다.
관장은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무언가 해독하기 난해한 암호성의
메시지를 남겼다. 경찰은 랭던이 그 암호를 해독해 내기를
바랬지만 쉽게 풀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 프랑스 경찰 소속
암호해독 전문가인 젊은 여성이 나타났다. 랭던교수가 화장실에
갔을 때 그녀는 그 남자 화장실에서 랭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프랑스 경찰이 랭던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그의 주머니 속에 추적 장치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머니 속에서 추적 장치가 나오면서 쫓고 쫓기는
서스펜스가 시작된다. 

박물관 관장을 살해한 인물은 '오푸스 데이(Opus Dei)'라고
가톨릭 교회 내의 비밀스런 단체 소속인 사일러스였다.
이 사람은 십자가 상에서 예수가 못박혀 돌아가시면서 느꼈던
고통을 느끼기 위해 장단지에 쇠못이 박혀 있는 원형의 금속물을
끼워서 피가 흐르고 상처가 나게 했다. 또한 채찍으로 자신의
등을 사정없이 내려쳐 핏자국이 나게 한다. 그처럼 철저한
보수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 사람의 얼굴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하얀 선천적인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Teacher'라고 하는 베일에 싸인 사람의 조종을 받아
자신들이 믿는 종류의 신앙에 철저히 반대되는 종류의 사람들을
암살하게 된다. 박물관 관장을 죽인 이유도 그와 유사하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달려 돌아가기 전 날밤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나눌 때 쓰던 포도주 잔을 서양 역사에서 'Holy Grail
(성배 - 성스러운 잔)'이라고 부르며 그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가 많은 버전으로 떠돌고 있다. 이 성배를 찾아헤매는
'복 사냥꾼(fortune hunter)'들은 한 밑천 건지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서양 전설에 따르면 이 '성배의 비밀을' 수호하고자
기사단이 형성되어 십 수 세기동안 활동을 해왔다. 이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가톨릭 교회, 즉 정통 기독교와 심각한 갈등을
빚어 왔었다.

랭던은 프랑스 경찰 소속 암호해독 전문가인 '소피 (/지혜)'와
도망을 하게 된다. 둘 다 암호 전문가이지만 랭던이 훨씬
단수가 높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 관장이 남긴 유품 중에
큰 열쇠가 하나 있었다. 이것은 은행의 비밀 구좌 박스를 열 수
있는 열쇠였다. 문제는 이들이 계좌번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그 박스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열쇠와 계좌번호,
이 둘이 다 필요했다.

이들이 누구던가!

바로 암호해독 전문가가 아닌가.

논리적 추측을 통해 계좌번호를 알게되어 문을 열어보니
박스 속에는 번호들이 잔뜩 있는 어느 작은 상자였다.
경찰들은 이들이 이 은행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 은행을
급습한다. 은행 매니저가 랭던과 소피를 경찰의 추적에서부터
보호할 명목으로 은행의 돈 운반 추럭을 직접 운전해서
삼엄한 경찰의 경비망을 짜져 나간다.

인간은 그렇게 늘 욕심덩어리여만 하는가.
매니저는 안전지대로 진입하자 그 작은 박스를 달라고
총으로 위협해댄다.

그 작은 박스 안에는 '성배'가 있는 곳으로 가는 지도가
있다고 설정되었다.

하늘의 뜻인가, 우연인가.
매니저는 자신이 쏜 총알 탄피로 인해
원하는 것을 못이루고
랭던과 소피는 그를 내버려두고 어디론가 떠난다.

떠나는 곳은 랭던의 친구 리 티빙이 사는 성.
아마도 티빙은 옥스포드대학교 출신인 듯 하다.
티빙은 이 두 사람에게 놀랄만한 사실을 이야기 한다.
'성배'의 전설은 사실 최후의 만찬시 사용된 포도주 잔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 사이에선
생겨난 예수의 후손에 대한 것이라고 논리적 근거를
들어가면서 전문가적 견해를 밝힌다.

티빙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잔'
속의 인물들 중에서 여성이 한 사람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막달라 마리아라는 것이다. 랭던은 자신의
친구인 티빙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경찰들이 은행
매니저를 통해 이들이 있던 성으로까지 밀려들자
티빙은 전용 비행기로 이들을 스위스의 쮜리히까지
실어나르려 계획한다. 나중에 영국으로 항로를 바꾸었다는
것을 눈치챈 프랑스 경찰관(장 르노 분)은 영국 경찰의
협조를 받아 이들을 체포하려고 시도하나 이도 실패하고 만다.

우연히도 티빙이 'Teacher'이라는 것이 알려진다.
티빙은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서 교회에 불리한 사실 내지는
진실들을 은폐하기 위해서 오푸스 데이 소속 사일러스를
조종하여 '성배' 옹호 기사단 인물들을 죽이고, 성배에 관한
사실들을 은폐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성배'에 대한
전설이 실제로 예수님의 자손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세상에 입증해 보임으로써 '인류를 종교적 암흑에서
자유롭게 하고싶다'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고자 하였다.

본인도 오푸스 데이의 일원인 프랑스 경찰관은 티빙이
사일러스를 조종한 범인임을 알게 되어 그를 체포한다.
그 과정에서 사일러스는 오푸스 데이 책임자인 주교에게
실수로 총을 쏘게 되며, 추격해온 경찰의 총에 맞아
자신은 죽게 된다. 프랑스 경찰관이 랭던을 살인용의자로
지목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랭던이 박물관장을
살해했노라는 고해성사를 자신에게 했노라고 그 주교가
거짓말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랭던과 소피는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에 대한
이론을 만들어 낸 뉴튼의 무덤에 이르른다. 이때는 아직
티빙이 경찰에 붙잡히기 전이지만 티빙은 자신의 마각을
드러내고 총으로 랭던과 소피를 위협하여 함께 갔다.
그곳에서 이들은 그 작은 상자를 여는 암호를 알아맞추려 노력한다.
만일 암호코드를 잘못 입력하면 그 박스 안에 있는 식초가
'성배'에 대해 파피루스 종이에 기록된 귀한 정보에 스며들어
다 지워버리게 되는 치명타를 날리게 되어 정확한 암호를
알아내야만 했다. 랭던이 누군가 바로 암호학의 대가가 아닌가.
그 암호는 다름아닌 뉴튼을 일약 유명한 과학자의 반열에
서게 해준 바로 'APPLE'이었다.

상자 속의 정보를 바탕으로 어느 산중의 성당에 이르른다.
그곳은 바로 소피의 할머니가 '예수의 자손'에 관한
역사적 기록들을 보관하고 소피를 보호하기 위해 일단의
사람들과 함께 모임도 갖는 곳이다. 그곳에서 소피는
자신의 할머니와 함께 오랜 만에 해후하게 된다. 또한
자기 자신이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자손의 계보에서
마지막 생존자임을 깨닫게 된다. 바로 그녀가 티빙이나
다른 모든 사람들이 학수고대 찾아헤매이던 그 '성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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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당초 보수 기독교계가 우려했던 문제를 심각하게
초래하지는 않을 것 같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물론 기독교계에서 이단시하는 문제가 이 미스테리의 핵이자
열쇠 역할을 한다. 허나 그러한 종교적인 내용은 상당히
복잡하게 묘사가 되어 이 영화를 보는 이들 대부분에게 
이러한 문제를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혼란을 야기시킬 것이다.
또한 '성배'에 관한 전설이나 막달라 마리아 등에 대해
별로 사전지식이 없는 우리나라 관람객들 중 특히
비기독교인들에게는 마음에 쉽게 다가오는
주제들이 아닐 것으로 보여진다.

두시간 반에 걸친 꽤 긴 영화이지만 책의 분량에 비하랴.
그러다 보니 원서가 거의 육백페이지에 달하는 책에서
상세하게 설명을 할 수 있었던 내용들이 많이 빠지고
간략하게 핵심적인 내용들만을 커버하다보니 스토리라인이
쉽게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종교적인 주제는 영화를 즐기려는 일반 관객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듯 싶다.
오푸스 데이라는 가톨릭 단체에 대해서도
영화를 보는 것을 통해서는 잘 알 수 없고,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가 사랑을 하였고
그 결과로 그의 자손이 현재까지 존재하는가
하는 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도
일반 관람객에게 그다지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미스테리 내지는 스릴러물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박진감있게 영화가 흘러간다기 보다는
상당히 잔잔하게 장면 장면이 연결되는 느낌이다.
'레옹'에서 강한 인상을 우리에게 준 프랑스 배우
'장 르노'가 프랑스 경찰관 역을 했는데 그의 뛰어난
연기력이 이 영화에서 잘 반영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 역의 '탐 행크스'도
그다지 인상깊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것 같지 않다.

감독인 론 하워드가 과연 무엇에 촛점을 두고
영화를 진행해 나가려하는가 하는 것을
나는 영화 관람 도중 두고 두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뚜렷하게 부각되는 무언가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일면 도큐멘터리물을 보고 있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리 티빙 역할을 한 이안 맥켈렌은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 역을 출중하게 해낸 영국배우이다. 이 영화에서
연기력이 돋보인 인물을 내게 들라고 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이안 맥켈렌을 들고 싶다. 그의 연기가
강렬하여 랭던역의 톰 행크스는 주연으로서의
빛을 제대로 발하지 못하고 오히려 조연과 같은 느낌을
내게 줄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주연의 카리스마보다
Antagonist(악역)가 더욱 주도적으로 느껴지다보니
상대적인 배역간의 균형이 덜 이루어졌다고 생각된다.

소피 역할을 한 오두리 토투도 은막에서 그다지
강렬한 인상으로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두 주인공 중
한 명인 그녀도 연기력이 뛰어나다거나 카리스마가
강하다거나 하는 느낌을 내게 주는데 실패했다.
그러다보니 톰행크스와 더불어 조연같은 느낌을
주는 주연이 되어 영화 전반을 이끌어 나가는 데 있어
강인한 긴장감을 창출해 내지를 못하고 오히려
도큐멘터리같은 극의 흐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기 보다는 관찰자와 같이 보이고 말았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영화를 보았거나 보게될
관람객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요 이슈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또한 그 이슈를 어느 정도
납득한다 하더라도 수박 겉핥기 내지는 주마간산격으로
스케치 형식의 이해만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 느낀다.

영화관의 의자에 앉기 전에 나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다빈치 코드' 책 속에 나왔던 그 많은 정보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펼쳐질까, 어떻게 그러한 종교적 요소들을
영화에서 흥미있게 표현할까에 대해 궁금해 하였다.
아무래도 이 영화는 그 책 내용을 단순히 스케치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았나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흥미있게 영화를 보긴
했지만 그렇다고 무언가 강렬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는 요소들을
쉽게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양의 침묵'에 나온 앤소니 홉킨스가 톰 행크스 대신
로버트 랭던 역을 맡았다면 어떤 영화가 되었을까하고
영화를 보면서 문득 생각을 해보았다. 관람 도중 그런 생각을
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홉킨스의
연기력에 내가 빠진 것일까, 아니면 행크스의 이번 연기에
대해 맥빠진 느낌을 받은 것일까.

여하간 이 영화는 그동안의 '다빈치코드'라는 책이 가져다준
많은 논쟁들에 더 큰 불은 지피지 못할 것이다. 또한 그동안
크게 부풀려져 있던 기대치에 상당히 못미치는 영화로 인식되어
한국에서 흥행이나 작품 수준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 보여진다. 

소설과 영화는 둘다 픽션, 즉 사실에 대한 설명이 아닌
상상력으로 꾸민 것들이다. 이러한 픽션물 속에서 묘사되는
종교적 이슈들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일면 일리가 있는 의견이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며
픽션은 그냥 픽션으로 봐주어야 할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허나 픽션이라 할지라도'신성모독'이나 '특정 신앙에 대한 비하'
등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나는 경우 그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더러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소설이나 영화나 모두 마찬가지이다.
특히 일반 대중에게 영향력이 강한 작품일 수록
보다 정밀한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빈치 코드'는 영향력이란 관점에서 가히 핵폭탄에 가까운 수준이다.

수천만부에 달하는 상상키 어려운 판매부수를 생각해보시라.
또한 이 책에 대한 찬성, 반대 등의 의견을 담은 아류의 책들이
수십권이나 우후죽순식으로 발간되었다는 것만 봐도
이 책이 얼마나 큰 논쟁거리와 흥미를 제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번 덴마크를 필두로 유럽 신문들에서 이슬람교 선지자인
모하메드에 대한 세속적 묘사와 테러범들과의 관계를 암시한 만화의
게재로 인해 한동안 이슬람권이 요동을 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다빈치코드'가 이슬람의 교리에 대한 도전을
그 주내용으로 담았다면 비록  픽션이었다고 할지라도
엄청나게 큰 파장을 몰고왔으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예수님은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이슬람이란 종교에서 모하메드가
차지하고 있는 단순히 선지자만의 역할을 하는 분이 아니다.
그분은 삼위일체로 이루어진 하나님의 한 위인 성자이시고
동시에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여 궁극적으로 천국으로 인도하시는
메시야, 즉 그리스도이시다. 

2002년에 우리나라에서 영화 보이콧 사건이 발생했었다.
북한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대적 감정을 표출한다해서
007 영화 시리즈물인 '어나더 데이(Another Day to Die)'에
대해 시민 단체와 언론, 국민 여론 등이 합세해서 이 영화
안 보기 운동을 했었다. 아마도 한반도에서의 해빙 무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론을 이끄는 층에서 판단을 했었던 것같다.
그 결과 그 영화는 흥행면에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대실패한 것으로 기억된다.

또한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미국 내에서 흑인들을 비하하고
무시하는 분명한 인종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가 개봉되었다면
흑인 사회나 인권단체들에서 들고 일어나 피켓팅을 하고
보이콧을 시도했을 것은 뻔하다. 당연한 일이라고 느껴진다.

여성에 대해 차별, 비하적인 내용을 담은 것들도 또한 여성계 등에서
강력한 항의를 받을 것이다. '성차별주의자', '남성우월주의자' 등의
용어가 등장하고, 또한 보이콧과 그외 다른 압력들이 동원되리라
상상된다.

미국 내에서 누군가가 반유대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 그 사람이
비록 상원의원, 하원의원, 장관 등의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라도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또한 '반유대주의자' 딱지를
늘 붙이고 살아야 한다. 그만큼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하는
반증이 되기도 하려니와 하나의 집단으로서 자신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유대인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볼 수도 있겠다.
가톨릭의 정통보수 단체에 속한 호주 출신의 멜깁슨이 'Passion
of Christ (그리스도의 수난)'이란 영화를 만들었을 때 반유대주의적
감정을 촉발시킬 우려가 있다하여 유대계에서 비난이 쏟아져
나왔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만일 '다빈치코드'가 픽션인 영화이기는 하지만 한국민에 대해
매우 모욕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상연조차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설사 상연이 되었다 할지라도 보이콧 운동이
벌어져 단기간 내에 간판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저 픽션이니까 우리 민족을 아주 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재미있게 보고 즐깁시다!"

하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딘가 정신이 약간 잘못되었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을 것이다.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그러한
영화에 대해 항의하고, 보지 말자고 '집단 합의'내지는
'집단 농성', 즉 보이콧에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번 '다빈치코드'를 바라볼 때 기독교계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의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느껴진다.

이 영화가 자신들이 믿고 따르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대해
매우 큰 왜곡을 하고 있다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경우 말과 행동으로 강력하고 분명한 항의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의견을 가지고 있거나
항의하는 방식에 있어서 다 일치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여하간 이러한 노력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생존을 위한
본능적 몸부림일 수도 있다. 자신을 포함한 공동체가 당하는 공격을
함께 막아내고자 하는 방어기제의 한 형태일 수도 있으며
자신과 자신의 집단에 대한 자긍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형태의 보호본능은 어느 지역, 사회, 국가, 민족을 막론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을 유지, 발전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여진다.
내가 속해 있는 그룹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으로 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 다들 강건너 불구경하듯 어떠한 적극적 대처도 없이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면 그 집단이 건강한 상태로 생명을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물론 자신의 집단에 대한 애정 또는 집착이 너무 강한 경우
집단 이기주의, 배타적 민족주의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표현의 자유와 각 종교, 민족, 국가, 성을 묘사하는 데에 대한 신중성.
이 두 가지는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겠다.

내가 자유로운 언행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이 믿는 믿음, 속한 그룹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따스히 배려하는 자세가
선행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는 픽션과 논픽션의 선을 그을 필요는 없다.

인간이 동료인간을 존중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과연 자연계, 은하계 더 나아가 전 우주에 속한
어느 누가 인간을 따스히 이해하고 받아줄 것인가!

인간은 인간을 사랑해야 한다!
비록 불완전하고 죄로 가득찬 모순덩어리라 할지라도.....
13 Comments
바 위 2006.05.20 01:26  
  아 !
부럽다면 也

코드가 그립네라
고맙습니다 @@@

김용애 2006.05.20 03:55  
  저도 얼마전에 딸과함께 "오만과 편견"이란 영화를봤는데 명작 답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는 순간, 아! 그래서 제목이 오만과 편견 이었구나 라는느낌이 오더라구요.
김형준님 처럼 글솜씨가 없어서요...... 내용은 전달이 안되고요^^*
김형준 2006.05.20 05:56  
  바위님!
다녀 가신 뒤 글을 계속해서 썼답니다.
어제는 친구들과 모임을 늦게까지 가진 뒤
돌아와서 글을 쓰다 보니 피곤해서 첫 몇 문단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어느 정도 더 썼습니다.
아마 며칠간은 계속 생각을 하면서 수정작업을 거치게 될 것 같습니다.
김형준 2006.05.20 05:58  
  김용애님!
아 따님과 함께 '오만과 편견'을 보셨군요.
저는 애석하게도 그 영화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것의 원작인 제인 오스틴의 'Pride & Prejudice'를
원서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 영화를 비디오나 DVD 형태로 라도 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박금애 2006.05.21 13:53  
  영화는 아직 못 보았고
작년 이때쯤 책을 읽었습니다.
기억을 더듬으며 형준님의 감상문을 잘 읽었습니다.
같은 지구인끼리 서로 사랑하고 보듬어야 한다는
인류애 얘기는 공감 가는 부분입니다.
김형준 2006.05.21 21:35  
  박금애님!
아, 책을 이미 읽으셨군요.
시간이 되시면 영화도 보시면서
책을 읽으셨던 기억을 상기시켜 보는 것도
좋은 정신적 운동이 될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영화를 보았습니다.
나름대로 반전들도 여기 저기 재미있었구요.
관람객들이 모두 나가고, 청소하는 분들과 나가는 길 안내
아르바이트 학생이 있었지만 마직막 음악이 다 끝날 때까지
열심히 듣고 느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김형준 2006.05.22 01:18  
  모든 것은 우리에게 반면선생이 되어 줍니다.
좋은 인품을 소유한 분에게서는
'저 분 처럼 살아야지!'하는 긍정적인 면을 배우고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거나, 이기적인 면이 있는 분에게는
'아, 저렇게 하면 곁에 있는 이들이 상처를 입는구나!'
하는 생각에 내 스스로의 부족한 면을 돌아보게 됩니다.

영화도 우리에게 간접적인 교육 경험을 제공해 줍니다.
동일한 영화를 보는 경우에도 각자가 살아온 삶의 경험에 따라
다른 각도에서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게 됩니다.

제가 위에 써놓은 '감상 소감'은 순수히 제 입장에서 써놓은 것입니다.
김경선 2006.05.22 06:59  
  김형준님께서 미리 올려주신 정보 덕분에
오랫만에 영화를 잘 보았습니다.
김형준 2006.05.22 09:37  
  김경선원장님!
영화를 보셨군요.
어떻게 느끼셔습니까?
영화는 그저 영화로 보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맞이하시길 빕니다.
감사드립니다!
송인자 2006.05.24 09:37  
  책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그리고 주연배우 톰 행크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는데... 쩝.
음.. 이안 멕켈렌은 무슨 역을 맡아도 카리스마가 넘치지요.^^
여기에 영화 감상문을 올려도 되는 군요.
그럼.. 저도 한 편 올리겠습니다. ^^
김형준 2006.05.24 10:45  
  송인자님!
'남아있는 나날 (Remains of the Day)의 감상문
올리신 것 잘 읽었습니다. 역시 지난 번에
댓글로 주고받은 대로 영화도 좋아하시고 다양한
공부 취미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무언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해서 열심히 탐구해보고
배우는 과정을 거치는 분들은 이미 많은 축복을
받은 분들이라 느껴집니다.

공부할 것이 많은 분, 놀 것이 많은 분,
사랑할 것이 많은 분, 도와줄 것이 많은 분
모두 모두 많이 많이 축복받으세요!
김형준 2006.06.13 10:39  
  영화 다빈치코드는 '호기심', '궁금증'이란 인간이
가진 중요한 요소들로 인해 인기를 얻었고,
그 결과 흥행에 성공을 하고 있다.

허나 영화가 진정 잘 되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 재미는 있었는가?

그것도 보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것 같다.
김형준 2006.06.13 10:41  
  중국 정부가 영화 '다빈치 코드' 상영을
중단하기로 최근 결정하였다.

역시 중국에서는 아직도 정부가 나서서
그러한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이다.

상영 중단의 이유로 '중국 내 기독교인들의
흥분 내지는 소요 등의 가능성'이라는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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