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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물든 감성의 숲을 거닐며

김형준 2 688
내장산은 내게 기쁨을 주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산.
허나 맘 속에서 그리며 상상하던 모습은 아니었다.

가을
내장산
단풍

아직은 단풍이 완연하지 않은 산
밑 바닥에서 가장 높은 곳을 거쳐
다시 다른 쪽 가장 깊은 곳까지
오르고 내림, 비틀고 비틀림을 거듭하였다

길가의 가로수들은
빠알간 능금처럼
노오란 단감처럼
단풍이 들었다

산속에는 가을이 펼치는 색채의 향연이 열렸다.

파랑, 빨강, 노랑, 주황......

곧 떨어져 나갈 듯한 잎사귀들도
아직은 생명의 근원인 뿌리에 연결되어 있다

불 사르고 가리라
내 몸 전체 보시하고 떠나가리라
아무런 미련도 아무런 아픔도 없다

불이 붙기 시작한 잎들
이미 불타 소진한 잎들
아직도 청춘을 누리는 잎들

이 모든 잎들이 이루는 색과 모양의 조화로움이
나의 몸과 마음, 혼을 모두 따스히 감싸 안았다.

언젠가 다시 찾아 가리라
혼자서, 둘이서 조용히
산길을 걸으며 말없이 대화를 나누고 싶다

산 속에서 사는 여러 생명들과 더불어
2 Comments
바다 2006.10.19 22:25  
  불 사르고 가리라
내 몸 전체 보시하고 떠나가리라
아무런 미련도 아무런 아픔도 없다

티벳트 불교가 생각납니다.
이곳 대원사 티벳박물관에서 사람이 죽으면
  여러 날짐승들에게 보시하는 장면이...

내장사에 다녀오셨군요. 저도 다음주 수요일에 간답니다.
김형준 2006.10.22 01:40  
  바다님!
다음 주에는 단풍이 더욱 잘 익어
님이 오심을 환영하는 환한 미소를 지으리라 믿습니다.

저도 이번에 내장산과 짧은 상견례나마 했으니
다음에 다시 가도 산이 저를 내치지 않고
친근한 사이가 되자고 할 것 같은 마음에 가슴이 두근 거립니다.

잘 다녀오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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