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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봐야 안다.

김낙연 3 697

 
4남매중 장남을 종가에 입양 시키시고 막내로 태어난 나를 애지중지 키워 96세 생을 마치시는 그 날까지 곁에 두셨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께서 가신지 어언 6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불효막심했던 지난날의 어머니에 대한 나의 행각이 하나 둘 떠 올라 가슴을 아프게한다.
어머니께서 생전에 자주 하시던 말씀중엔 " 이가 튼튼할때 맛있는거 많이 먹어라."하셨는데
이 바보같은 아들 녀석은 아들 건강을 돌보라고 하시는 말씀인 줄만 알고 어머니께 감사한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내 나이 70을 넘어 늙은이 행색이 되어 생각해보니 그때 어머니께서는 치아가 안좋으셔서 한탄을 하신것이라 여겨진다.
이제와서 그때에 어머니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만 아프고 몸둘바를 모르겠다.

지난 2월27,28 양일간 부산에 위치한 산업자원부 산하기관이 주최하는 산업관련 전문가모임에 참석했었는데 공식일정이 끝나고 편안한 자리에서 여성단체 회장님 두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중 요즘 젊은이 들이 노인에 대한 생각이 바닥이라면서 그 중 한분은 일을 하다가 화가날때면
 "너 늙어봤어?"하고 야단을 친다고 했다.
요즘 고령화시대가 왔다 하니까 이곳 저곳에서 큰 수나 생긴것처럼 별의별 행사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나도 내 일과 관련된 행사에는 종종 참석을 하는데 가는곳마다 일을 주관하는 사람들은 40전후의 대학교수들과 관련연구기관의 연구직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활동하는 모습을 살펴보면 발표자료는 그럴듯하게 노인들을 위해 노력하는 내용을 갖추었으나 하는 행동에서는 경노사상이 바탕이된 흔적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회장님들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작년 1박2일코스의 세미나에 참석해서 겪었던일이 생각나 쓴웃음을 지었다.
1일차 세미나가 끝나고 배정된 숙소를 찾아 짐을 놓고 저녁식사를 했다.
밤에 진행되는 야외행사가 별로 재미가 없어 숙소로 돌아갔다.
그런데 난처한일이 벌어젔다.
방이 부족해 합숙을 하는것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합숙할 상대가 여자들이다.

물론 일을 하다보면 실수를 할수도있다.
그런데 여기서 예절이라고는 하나도 갖춰지지않은 젊은 지식인을 대하게된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어서 짐 가지고 나가세요! 명령이다.

기가막힐 노릇이다. 짐을 푼것도 내가 먼저이니 자기들이 움직여야 경우가 맞는데 이건 완전히 거꾸로간다.
그런데 더 기가막힌일이 벌어진다.그 사람들이 연락을 해 이 행사를 주최한 대학의 담당교수라는 사람이 왔는데 얼굴이 예쁘장한 남자교수다. 죄송하다는 말한마디 없이 자기를 따라오란다.
그리고는 자기 몫으로 정해진 방인데 나에게 준다고 생색을낸다.
"이 보시오 교수님,국가재정을 지원받아 치루는 행사인데 이렇게 준비가 허술해서 되겠소?"
홧김에 한마디 쏴 부첬다.
그제사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하단다.

다음날 아침 내 숙소에서 나를 추방했던 그 여인을 다시 보게됬다.
모습을 더듬어보니 어제 토론시간에 질의를 했던 무슨 노인관련연구소 소속의 연구원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온 모양이다.자동차에 아이들을 태우고는 급하게 행사장을  빠저나간다.
노인들 관련된 행사이니 기왕이면 부모님을 함께 모시고 놀러왔으면 납득이 가겠는데 이 또한 껄꺼룸하다.

늙어봐야안다.

 내가 어머니를 보내드린 후에야 내가 어떤 불효를 저질렀는지 뼈속 깊이 사무치듯이 늙어보지 않고서는 늙은이 세상을 알수가 없다.
그저 젊은이들 상상의 세계속의 늙은이 들 일뿐이다.
요새 E-메일을 통해 들어오는 편지중에는 노인 관련 학술행사를 안내하는 내용들이 많다.
읽을때 마다  "이 행사에는 노인들도 끼어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작년에 세미나를 주관했던 그 대학도 금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또 행사를 한다는 안내공지를 보았다.
차제에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단체나 연구기관은 먼저 경노사상을 바탕으로 인재들을 발굴 육성해 연구를 진행하도록 해야하며  반드시 일정비율에 노인이 연구활동에 동참해야 한다고 제의한다.
부산행사때 분임토의에 참가한 어느 여교수님도 똑같은 내용을  강력하게 주장한바있다.

 
3 Comments
노을 2007.06.15 09:06  
  붕어빵에 붕어 없듯이....
알아줘야 해요. 우리나라, 구호와 겉치레 요란하고
진정한 내실은 없는 행사들, 행사들....
눈높이교육을 꼭 따로 받아야 하는지 원...
공분을 느끼며 잘 읽었습니다. 그 행사 주관하는 곳에 좀 올리시지요.
정영숙 2007.06.16 16:31  
  공감을 합니다. 제 어머니기 금년에 87세신데 저를보고 너도 내 뒤를 따라온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 말할때 이해가 안가시드랍니다. 결국 가고마는 길을 젊었을때는 모릅니다. 부모 가시고 난 후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어머니께 잘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문종 2007.06.16 20:30  
  '세월'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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