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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해를 보내며

정영숙 1 680
묵은해를 보내며


정영숙




달력의 마지막장은 시작의 장이다



시작은 화려함보다 고요함이다



고요함과 깊음 속에 나를 反芻(반추)하여 본다



마른 걸레로 먼지를 밀어내 본다



물걸레로 닦아내기엔 너무 많은 것이 붙어있다



작년 이 시간 신과 약속했던 삶의 정결함이



달력을 한장한장 찢으면서 어겨졌다



이 시간 또 거짓약속을 할까 두렵다



그래도 깊은 곳에서 하라고 부추긴다



달력의 마지막장은 시작의 장이다



달력의 마지막장은 시작의 장이다.




1 Comments
원형연 2010.05.2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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