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아직도 다 못 그린 얼굴

바다 8 1610
  아직도 다 못 그린 얼굴

지난 가을 어느 날 
섬진강변을 따라 한 주 동안 쌓였던 피로를 흘러가는 맑은 물 속에 띄워 보내며
음악에 취하여 말을 잊은 채 한참을 달리고 있었다. 차 안에서는 첼로와 피아노가
어우러진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  CD 속의 음악이 몇 번인가 반복 되어도 감상하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일어났다 사라지고 수없이 반복하다
어느 한 곡 속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 당시 이 홈에서 몇 분과 쪽지를 교환하고 있었던 때라  쪽지 속의 글을 읽노라면
그 모습이 보이는 듯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 마치 그들은 유령처럼 아니 오래된
친구처럼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느 날 음악친구가
“ 언니얼굴은 어떻게 생겼어요? 나는 동그랗고 살이 많이
 붙어 있어 사람들이 얼굴만 보고 뚱뚱한 사람인지 알아요.
 속상해 죽겠어요.”
“얼굴????”
갑자기 묻는 그 질문에 무어라 설명해야 좋을지 몰랐다
 “언니는 예쁘지 않아. 그렇다고  도깨비는 그리지 말고......”

그 후 쪽지의 주인공들은 어떤 얼굴일까?
몹시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이 글은 그 날 ‘얼굴’의 연주곡을 들으면서 떠올랐던
생각의 파편을 모아 옮겨둔 것이다

                  얼  굴

                 
                  <하나>

                  그리운 얼굴은
                  눈을 감아도 볼 수 있고

                  보고 싶은 얼굴은
                  달려가서 보지 않아도

                  내 안에서 볼 수 있다

                  <둘>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그 옛날 솔로몬 왕을 사로잡았던
                  시바 여왕의 요염한 얼굴도 그릴 수 있고
                  그 콧대 높은 크레오파트라의
                  오만한 얼굴도 그릴 수 있다

                  貧者를 위해 희생하시던
                  데레사 수녀님의
                  주름진 얼굴도 그릴 수 있고
                  사랑을 얻기 위해
                  왕실을 버린 다이애나의
                  애절한 얼굴도 그릴 수 있다

                  백성의 無知함이 안타까워
                  한글을 창제하던 
                  세종대왕의 용안도 그릴 수 있고
                  거북선을 타고 진두지휘하던
                  이순신 장군의
                  용맹스런 얼굴도 그릴 수 있다

                  風前 燈火 같은
                  나라를 구하려는 계백장군의
                  비장한 얼굴도 그릴 수 있고
                  큰 바위 얼굴을 보고 자란
                  어니스트의 자애로운 얼굴도 그릴 수 있다


                  그런데 왠일일까?
                  오래된 친구들의
                  따뜻한 가슴은 느낄 수 있는데
                  얼굴만은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 오래되어 잊어버렸을까?
                 
                  큰 맘 먹고 하얀 도화지에
                  그려보고 싶은 얼굴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세상은 일시에 정전이 되고
                  허상조차 볼 수 없게
                  칠흑 같은 어둠이 덮쳐버린다

                그리고는
                어디선가 아스라히 들리는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
                오래된 친구는
                본래 얼굴이 없었느니라.....    (2002. 10.  6)

해가 바뀌어 드디어 암흑 속에서 만났던 유령 같은 친구들을 만나던 날.
그들은 유령도 아니고 멀리 화성에서 온 외계인도 아닌 이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건장하고 아름다운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들과의 만남의 시작이 암흑 속의 가상공간 이어서 그런지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짧았음인지 광주에 돌아와 보니  그 친구들의 얼굴은 세월이 너무 흘러
탁본을 뜰 수 없는 비문처럼 희미하게 보이고 글 속의 따뜻한 마음만 더욱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언제쯤이나 그 친구들의 얼굴을 제대로 그릴 수 있을까?
아니면 영원히 못 그리고 말 것인지......

난 가끔 그 친구들이 그립고 보고 싶으면 목소리만 태우고 교외를 곧장 달리면서
아직도 다 못 그린 그리운 얼굴들을 마음속에 그려보곤 한다.

그리고 소월의 시 한 구절을 읊어본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얼굴이여!
그러다가...
어둠 속의 유령이 될 얼굴이여!!! 
8 Comments
미리내 2003.02.14 08:46  
  바다님^^
정녕코~~그립소  언제 다시 만날수가 있을까,,요
광주에 미인이  무색할정도로  눈이크고 순수한 마음이  너무도 고왔고  아름다웠소ㅡ
(어느~노래속에 나오는  귀절같네 한상일에 웨딩드레스인가^^).

그날  처음  만나 우리는 길에서  얼싸안고  포옹을 하였으니...
남들이  뭐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

바다님에 순수한  사랑이  참으로 멋지고  좋습니다,,
그리운 친구들  얼굴을  잊기전에  다시  서울에  한번 다녀가시구려,,
그러면 ㅡㅡㅡㅡㅡㅡㅡ 우리는 또 번개 모임이라는  번개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것이니,

이런 곱디고운  마음을  종종  자주 남겨두시구려,
나리 2003.02.14 09:21  
  바다님 ! ! ! ! !

^*^    ^*^    ^*^

    ^*^    ^*^
김아지 2003.02.14 10:54  
  얼굴,,,, 사람들이 나의 얼굴을 그리고자 할때 어떤 모습을 떠올리지 조심스러워집니다.
또 내 자신이 내 얼굴을 그린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케 하는군요. 미리내님께서 바다님 노래 하신것봄 아하 !!핑계할수 없는 미인이신 건 틀림 없나봅니다. *^.^*
동심초 2003.02.14 11:06  
  늘 푸른 바다님~~~~~~
어쩜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군요^^

 늘 이 홈을 들어올때마다
 비목 식구들의 얼굴들을 그리며 음악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너무 짧은 만남때문인지
 바다님 얼굴이 제 마음에 각인 되지 않아
 속상해 하고 있엇어요

 하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면 얼굴이 굳이
그려지지않은들 어쩌리요

그리움이 깊어지면 만남이 이루어진다지요

그래서 번개는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나봅니다

바다님의 아름다운 마음 때문에
오늘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유성-━☆ 2003.02.14 18:36  
  바다님 !

어쩌지요  님의 얼굴울 그리려고 하니

서글 서글 하단 인상밖엔  모습이 떠오르질 않네요

다음번에 다시한번 만난다면  잊지 않도록  마음깊이 새겨 두겠어요

하지만  아름다운 우정 만큼은  늘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답니다
음악친구 2003.02.14 22:25  
  지난 가을 바다님과  수없이 많은 쪽지들을 주고 받으면서
그 전에 내가 다짐했던 온라인은 온라인으로 끝내자!는 맹세가 깨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목소리가 듣고 싶고,
다음엔 모습이 그리워지고,
마지막엔 향기를 맡고 싶다는 생각까지...

바다님은 자신이 덩치도 아주 크고,
인물은 더더군다나 기대도 말라는 말씀에...
처음엔 그대로 믿었으나 자꾸 강조하시는 모습이
혹시 내슝(?)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까지~
ㅎㅎ~

역시나 내 생각대로 적중하여 바다님은  누구 말을 빌리자면,
똑 부러지게 생기셨다~!

아~ 이 분  이런 모습이었구나~!

난 지금도 바다님을 얼굴을 그릴순 없지만,
운동장에 모여있는 수없이 많은 사람 가운데서  바다님을 찾으라면 찾을수 있다.

그 당당하여 아름다운 얼굴!
또 보고싶고~ 그립습니다.
가객 2003.02.14 22:26  
  그리운 얼굴들...

가슴 속에 있는 순박함과 아름다움을 꺼내 놓고
가슴과 가슴으로 서로가 함께 나누며
깊은 우정을 나누어 온 얼굴들.

처음으로 만났다가 헤어진 후로도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가 못내 그리워 하는 얼굴들.

눈을 감고 보면 오히려
우리들의 가슴 속에 더 살아 숨쉬는 그리운 얼굴들.
그런 얼굴들이
'얼굴' 노래 속에서 오버랲되며 지나갑니다.


맑은눈동자 2003.02.15 17:52  
  그리운 얼굴 보고픈 얼굴 너무도 보고플땐 차라리 눈을 감는다
눈감은 천장에 그리운얼굴 메달린다
바다님외에 모든 회원들의 얼굴들을 상상하며
못다한 그림을 나름데로 완성해본다
맑고 깨끗한 영혼처럼 바다님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