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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축 졸업

수선화 6 1151

12일 오늘은..
올 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제 아들 중학교 졸업식에 참석하여
선생님이 아닌 학부형의 위치에서 일년 동안 수고하신 담임선생님의 모습을
감격어린 마음으로 바라보고 왔습니다.

13일인 내일은..
제가 일년동안 '미운정 고운정' 주며 가르친 서른여섯 명의 아이들과
이별하는 날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졸업이라 하여  *눈물*  흘리면 큰 일 나는줄 알기에..
졸업식이 진행되는동안 어수선한 분위기와 끝나기가 무섭게
활짝 웃으며 가족들 친구들과 함께 희희낙낙 떠나버리는 그 모습에

어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다 떠나고 남은 빈교실에 홀로 남아 
그 허망함에 혼자 눈물짓기도 한답니다.
그것이 상처가 되어..
다시는 6학년 담임을 하고 싶지 않다는 분들도 계시구요.

해마다 2월이 되면..  아이들과의 이별이 못내 서운하고 아쉬워
한 권의 책으로라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돌아갈 '징검다리' 되어줄
문집을 만드느라 마음은 분주하기만 한데..

오늘 그 문집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어 아이들 책상위에 놓여지고
지금은 잘 모르더라도..  언젠가 오늘이 아련히 그리울 때

'사랑과 우정과 꿈과 시'가 담긴
아름다운 '추억의 앨범'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오늘 아이들에게 제가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은
우리 헤어질 때.. '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 이 되자고..
약속 아닌 당부를 했답니다.

내일은 저도 눈물을 속으로 삼키면서..
떠나는 아이들에게 활짝 웃어주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오늘을 보냅니다.
6 Comments
음악친구 2003.02.13 01:19  
  제가 국민학교 졸업할때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반 애들 모두 펑펑 울어서 눈이 다 퉁퉁 부었어요.
그때 사진을 보면 모두가 코가 빨갛고 눈이 젖어 있어요.

그 아름다운 모습들~

"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 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왠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

난 지금도 이 노래만 들으면 눈물이 나는데...
미리내 2003.02.13 06:19  
  수선화님^^
선생님에 ~~위치와  학부모님에  위치와는 뭔가  다르지요,,
그마음을  알고싶네요`*`.......

아드님이  고등학교에  입학하신다니,
이제부터  3년동안  마음 고생하셔야겠습니다 ㅡㅡㅡㅡㅡ대학을  보내려ㅡ,는 정성
말입니다,,

제가 아이들  학교보냏적에  선생님 말씀이  삼박자가  잘맞아야 된다고 하셨거든요ㅡ..

축하드립니다,,
아드님에  고등학교  생활에  말씀입니다,,

여행은 아니가셨는지요,  즐거운 여행 자~~~알 하시고  나중에  뵈여요,
가객 2003.02.13 12:39  
  작년 이맘때에 우리 큰 아들의 중학교 졸업식장에 가서
'이별'인가요? 그 노래를 듣고 있노라니
꼭 30년전의 제 졸업식의 정경이 눈에 선하게 떠오르면서
만감이 교차했던 기억이 납니다.

각별한 사랑을 베풀어 주셨던 은사님들을
성인이 된 후로는 찾아 뵙지 못한 죄책감도 함께 들면서...

수선화님의 글을 보면서
선생님들의 제자에 대한 사랑은 언제나 변함이 없으실텐데
언제나 그 분들을 찾아 뵙고 용서를 빌어야 할지
무거운 생각만이 듭니다. 
 

 
유성-━☆ 2003.02.13 18:13  
  수선화님!
오늘  아들녀석 초등학교 졸업식에 갔다왔답니다
졸업식장 에서 송사  답사를 읽는데  엤날 내 어린시절 졸업식이 생각나서
마음이 찡했는데  아들애 한테  친구들과 선생님과 헤어져서 슬프지 않냐고 물었더니
하나도 안 슬프다고 하더군요  비단 우리애만 그런게 아니 더라구요
모든 아이들 표정이 그럴수가 없었어요 슬프기는 커녕 즐거워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떠들고 킬킬거리고 .. 어쩜 요즘애들 그럴게 감정이 메말랐는지
안타까운 생각마저  들더군요

눈물을 속으로 삭히면서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겠노라는 수선화님의
제자 사랑하는 마음이  참으로 아름다운 선생님으로 부각 되는군요
규방아씨(민수욱) 2003.02.13 22:54  
  문집을 만드셨군요???
우리 큰아이 초등졸업할때 남자총각선생님이셨는데도
아이들의 글이 담긴 문집을만들어
졸업식때 주더라구요..


마음이 따뜻한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 마음
무뚝뚝한 남자애들이지만
가끔씩 선생님 이야기를 한답니다..

사랑이라는것은
무언으로 오래오래 전해지는거에요
아이들 가슴에
사랑의 선생님으로 남으실 거에요...


졸업식장에서
요즘은 아이들이 우는게 아니라
떠나는 아이들을 보고 선생님께서
그리고
어제 입한한 아이가 이만큼이나 자랐구나 싶어
부모님들이 운다니까요...
ㅎㅎ


졸업축하드리고
또 졸업식장에서 너무 서운해 마시길요
수선화 2003.02.14 01:31  
  문화예술회관이 바로 학교 앞 건물이어서
저희학교 졸업식은 그 강당을 빌려서 한답니다.

모든 겉치레 행사는 줄이고
졸업생 전원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담임 선생님이 불러주는 마지막 호명을 들으며
졸업생 전원이 한 명 한 명 단상 위에 올라가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표창장과 졸업장을 받게됩니다.

어제 예행연습을 할때보다
하루 사이에 더 의젓해진 아이들 모습을 보며
요즘 아이들 나무라기 전에
우리들 스스로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느꼈습니다. 

요즘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과연 중요하게 가르치고 있는 덕목이
무엇이기에 아이들이 이렇게 자라고 있는 것일까..
물론 선생님들도 함께 책임져야 하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요.

마지막으로 졸업식 노래를 부르는데..
올해 처음으로 담임을 맡은 옆반 선생님이 그만 2절 가사
' 잘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이 부분부터 감정을 참지못해 계속 눈물을 훔치기에
그나마 억지로 참고있던 저까지 눈시울이 뜨거워져
무척 혼이 났답니다.

언젠가는 졸업생 답사를 들으며
솟구치는 눈물을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운동장 창문을 열고 찬 바람에 눈물을 날려보낸 적도 있었지요.

음악친구. 미리내님. 가객님. 유성님. 그리고 규방아씨님
님들의 따뜻한 배려에 오늘 무사히 졸업식을 마침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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