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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매실..

별헤아림 14 1154
아버지
권선옥(별헤아림)

해 다 지는 저녁
이 가지 저 가지 옮겨가는
까치의 바쁜 날개 짓
멀리 고속도로엔 차들이 지나간다.

놀란 퍼덕거림에
고개를 드시는 아버지
담배 한 대 피워 물자
기어드는 왕개미 두어 마리
툭툭 털어 내시는 거친 손마디에
굳은살의 흙발도 눈에 드는 밭둑 가.

오밤중 달밤에도 부지런한 뒷모습 보이시다
밭둑에 심은 매실 다섯 그루.
두 해째 열린 매실 따 가라 기별하심에.
덜 익은 모양새의 청매실을 따니
그 맛처럼 아리다.
붓고 퍼내는 시린 상큼함
우리들은 아직도 멀어
우리들은 아직도 몰라
못내 돌아서는 아버지의 과수원

목련꽃 필 때의
호들갑스런 봄의 찬사도
아주 멀어진 유월
그러나 육손 같은 무성한 잎으로
아버지는 그대로 그늘을 드리운다.

< 2003. 6. 14. >

** 그 아버진 지금
일을그만 두시고 과수원은 다른 사람에게 빌려 주셨다. 그리고는 작은 무비카메라 들고 젊은이보다 더 열심히 놀려 다니신다. 그리고는 밤에 잠도 잘 안 주무시고 편집하여 테입에 옮기시고 난리시다. 건강..그리고 열정... 나보다는 역시한 수 위이시다.
작년에는 포도밭 빌려서 농사 지은 분이 포도값이 천정부지여서 일 년에 오천만을 벌었단다. 그래서 그 키 작은 아저씨 올해는 또 더 열심히 출퇴근을 한다.
나도 힘이나 세면 한 삼년 농사 짓고는 그 다음엔 일 안하고 그냥저냥 놀고 지내고 싶다.
매실은 그냥 거두지 않아도 잘도 자라서 열린다.
아들 딸들 가지고 가고 싶은만큼 가져 가고도 남는다.
어머니께서
'니 아는 사람들 그냥 나눠 먹든지 팔든지 하란다.'
쿨메신저에
"매실이 필요하신데 저처럼 게을러서 아직 사지못 하신분~?"했더니 알맞게 주문이 들어 왔다.
교장 오라버니 5Kg , 필요하냐고 물었더니,짱아지만 조금 하고 싶다는 교감 아저씨와 '쬐끔만!' 하시는 또 한 나이든 남자 선생님께는 5Kg을 반으로 나눠서 줘 버렸다. 그리고 40Kg은 Kg당 1000원씩에 팔아 버렸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격일로 출근하는 가사보조 쌤이 주문한 5Kg을 빠뜨린 것을 알고는 새댁 쌤에게 6kg만 담으라면서 5천원을 달라고 하고는 가사 보조 쌤은 4Kg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돈도 안 되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작년에는 무슨 심사로 꽁자(?)다 싶어서 그랬는지 무려 20Kg을 담갔다. 설탕값도 2만원은 가까이 든 것으로 안다.
그런데 20Kg담근 액기스를 동거인 성인 남자분이 다 소비했다는 사실이다. 학교 냉장고에 쥬스병 한 병 가져다 뒀는데 먹지 않은 것도 마저 갖다 줘 버렸다. 술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니 이해를 한다.

== 검증 되지않은 얘기들==
줄곧 지금까지는 정제되지 않은 노란 설탕을 매실 무게와 같은 비율로 엑기스를 담갔다. 그리고 두 달 혹은 세 달이면 매실을 건져 낸다. 일설에 따르면 삼 개월이 넘으면 매실 씨에서 독이 나온다고 했다. 삼 개월이 넘었을 경우에는 그 액을 한 번 끓여 두면 괜찮다고 한다. 그리고 노란 설탕이나 흑설탕일 경우 수시로 저어 주어야 설탕과 매실의 분리를 막을 수 있다.
설탕과 매실이 분리된 상태에서 공기가 들어가면 매실이 상하거나 설탕 부족현상으로 끓어 올라서 발효가 되면 새꼼해지면서 알코올화된다.
<횡설수설>
요즘 중국산도 많다고 합니다. 잘못 속아서 사면 액도 잘 나오지 않는다더군요. 제가 판매한 것은 가시 달린 나무에서 딴 참매실.
담는그릇은 유리병이 좋다. 유리병 값이 만만하진 않지만 깨뜨리지만 않으면 해마다 쓸 수 있는 탓에 본인은 몇해전에 5kg용기를 1만 5천원에 구입하고 그저께 다시 5L용 예쁜 것으로 8500원 짜리 두 개를 추가해서 매실10Kg을 담고 나니 공간이 좀 있었다.
** 그리고 작년과는 달리 믿을 만한 소식통인지는 모르지만 집에서 아이 키우고 TV 보면서 상식을 넓혀 가는 여동생의 말에 의하면
여유가 된다고 혹은 웰빙으로 꿀에다 담그는 것은 좋지 않고 노란 설탕과 흑설탕은 맛이 강하여 오히려 매실의 향을 감소시키므로 흰설탕으로 담아야 향이 깨끗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입자가 부드러워 매실알과 잘 융합하여 부풀어 오르고 괴는 현상이 없다고 하는데 믿어야 할지 안 믿어야 할지 갈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속는 셈 치고 올안 먹는 굴도 한 병 있지만 흰설탕을 부었습니다. 유리병에 맑게 비치는 파아란 매실알을 보면서 나날이 즐겁습니다. 어저께 처음으로 전화기가 뜨거워지도록 통화를 했다면서 소방차 불러야겠다는 말을하던 예의를 바른 새로 사귄 남자친구 (본인 말에 의하면 현재 나이 69세...?...^^*..)...에게 한 병 선물할 생각을 하니 더더욱이나 애틋하게 기다리는 마음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변경 사항=> 설탕은 노란 설탕으로
=> 일단 아까워서 남 줄 생각 없음.
14 Comments
김경선 2005.06.23 07:39  
  매실 이야기로
더운 여름을 식혀 주시는군요.

저도 좀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리산에서 살고 있는 남편이
형제들에게 나누어줄
매실즙을 담아 놓았으니까요.
배주인 2005.06.23 10:20  
  매실은 주방에선 만병 통치약 처럼 쓰고 있지요.
각종 양념할때,  육류, 생선, 셀러드 소스...
양념 간장,  양념 된장, 초 고추장...
한번 매실액을 넣고 양념해 보세요. 
깊은 맛과 오묘한 맛이 더해지고  건강도 좋아지고...

매실주 담그고 나온 매실알은 냉동실에 넣어놓고  찌개류, 생선 매운탕, 김치찌개등에 넣거나  보쌈 할때나 족탕등  탕류에 넣고 끓이면  생선의 비린내와 육류의 누린내등 잡냄새가 싹 제거 된답니다.
매실의 마술이랍니다.

또한 씽크대의 묵은때, 나물 다듬은후  풀물든 손은 매실액을 조금 묻혀서 닦으면 금방 없어지고 반짝 반짝!!!

냉장고에 항상 보관하고 있지요. 
매실은  꽃으로  열매로  우리에게 돌려 주네요.  ^^*
서들비 2005.06.23 12:47  
  와!!~~~~
^^*
별헤아림/sun 2005.06.23 17:09  
  김경선 원장님 시집 무~지~무~지 잘 가신 듯합니다.
...*^^...
배주인님게서는 주방 주방에서 매실에 의한 웰빙을 실천하시고 계십니다. 부럽습니다. 다양한 생활 상식.
배주인님, 서들비님.
가정에 사랑의 향기 꽃 피우시길~~!
홍양표 2005.06.24 07:29  
  에쁜 딸이 종알거릴 땐 내용보다 모습에 빠지게 됩니다.
웃는 모습이 보고 싶네요.
별헤아림! 매실이야기 보며 매실술의 맛,
아버님의 "굳은살의 흙발도 눈에 드는 밭둑 가. 
오밤중 달밤에도 부지런한 뒷모습 보이시다"가  더욱 깊이 와 닿네요. 
아버님의 굳은 살, 부지런한 고생, 영원히 잊지 마세요.
별헤아림/sun 2005.06.24 14:34  
  홍양표 교수님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6월23일-25일 3일간 대구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이 있군요.
<로미오와 줄리엣>
15000원 석에서도 충분히 필이 온다더군요.
현규호 2005.06.24 15:25  
  가벼운 치통일 때 소금에 절인 매실(우메버시)을 아픈 이에 물고 있으면 고통을 줄일 수 있고, 몸살 감기다 싶으면 소금에 절인 매실 애끼스 두 세 스픈을 더운 물로 희석시켜 마시고 이불 뒤집어 쓰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가볍게 물리칠 수 있죠.
돌파리 말 듣고 모든 사람이 그데로 따라하면 개업의 병원문 닫으면 어쩌나...^(^**
달마 2005.06.24 16:55  
  별 선생...

화개 쌍개사 옆마을에 갓시집온 경상도 새색씨
구식피로연 매실주 생각이 어제같습니다.
너누룩 펴놓는 아버님 사랑 이야기 부러워
단막극 처럼 스쳐간 아버지 그늘에 그렁그렁 매달립니다.
존 글에 매실주 한 주전자 덤으로 올려 놓키요...
고맙습니다 !!
문상준 2005.06.24 20:31  
  아름다운 분들의 글들을 읽고 있다보면 그런분들과 그저 같이 어울려 사는 삶이 얼마나 좋은 가 새삼 느낍니다..
사랑노래 2005.06.25 12:33  
  아름다운 심성을 가지셨군요.
그 정경과 그 심정이 이해됩니다.
존경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시를 님의 아버님께서는 읽으셨을까?"

아직 아버님께서 읽지 않으셨다면
꼭  가슴으로 읽으실 수 있도록
편지로 보내 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버님의 사랑에 대한
조그마한 보답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 전에
아버님께서 읽으시다가
의구심이 생기실 구절,
머뭇거릴 수 있는 대목,
단 한순간이라도 지루할 만한 대목은  없는지...
한번 더 살펴보신다면
그 사랑 더욱 클 것입니다.
별헤아림/sun 2005.06.25 17:18  
  별내면 청학리에사시는 허준(?) 선생님.
그저께 경북대 병원엘 갔더니, 병원이 파리만 날리고들 있었습니다...@!
...^(^*...
별헤아림/sun 2005.06.25 17:20  
  달마님 말씀대로
엑기스 건져 내고 바로 소주 부어서
매실주 만들어야겠습니다.
마실 분이나 있을지 없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만...... @!
별헤아림/sun 2005.06.25 17:24  
  수려하시고 가곡 잘 부르시는
<내 마음의ㅡ노래>소속 '멋진 남자'
트레이드 마크 문상준님.
가끔 눈 앞에서 문상준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삶도 아름다운 삶입니다.
별헤아림/sun 2005.06.25 17:36  
  사랑노래님의 글에는  마음마저 느껴지는 그 무엇이 있는 듯합니다....!
승용차로 35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계시는 탓에  3주에 한 번은 뵙고 지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인척의 행사에 가면 인파들 속에서 제 눈에는 뵈지 않는 아버지께서 어느결에 옆에서 "왔느냐...?"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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