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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 걸치고 싶다

바다 10 1758
 

언제부터인가 가끔은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며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아직은 한 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고 여기에 주량도 공개할 수 없지만...
 
 직장에서 만나는 직장 동료 외에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는
7~8명의 남성동지들이 있는데 그들은 만나기만 하면 술타령이다
코가 비뚫어지게 마셨느니...
술에 맞아버렸느니...
술독에 빠져버렸느니...

그런데 그 중에 한 친구는 언제나 술을 한 잔 걸쳤다고 말을 한다
“ 대낮에 고향후배들과 소주 한 잔 걸치고....”
 ‘ 한 잔 걸치고’ 이 말이 너무 재미있어  써 놓았던 글을 여기에 올려본다

 <한 잔 걸치고 싶다>

소주 한 잔 걸치고
이 짧은 한 마디가
박인희의 '목마와 숙녀'를 듣게 한다

소주 한 잔 걸치고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

한 잔 걸치고
술 한 잔을 배낭에 담아
어깨에 걸쳤을까?
가디건처럼 목에 감았을까?
걸쳤다는 게 무슨 뜻일까?
이제 보니 술도 걸치는구나

* -  *  - *  - *

고향을 닮은
어느 민속주점 그 곳엔

우물가에
댕기머리 아이들이 그리워
표주박이 이리저리 뒹굴고

한 쪽 귀퉁이엔
인정이 드나들던 그 사립문이
열지도 닫지도 못한 채
버티고 섰다.

통로 옆 작은 선반 위엔
세상의 불의를
다 태워버리기엔 버거워
가느다란 심지 드러내며
깜박이는 호롱불

설날 아침이면 집집마다
복을 전해주던 복조리는
이제는 빈 가슴으로
쓸쓸히 놓여 있다

그 옛날
할아버지가 큰기침하며 
하얀 연기 뻐끔뻐끔
품어내던 곰방대는
구레나룻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어머니의 한을 담아
또드락 또드락
두들기던 다듬이 소리는
지금도 내 가슴에
메아리 되어 울려 퍼지고

멍석, 망태, 지게, 항아리, 키는
향수병에 걸려
제 빛을 잃은 지 오래다

나는 그 곳에서
이마엔 이등병 계급장이 자랑스럽고
머리엔 간밤에 하얗게 내린
무서리를 이고도 무겁다 하지 않는
아름다운 친구를 만나고 싶다.

그 푸른 하늘같은
고향의 옛친구와
반달같은 모습으로 마주앉아
이른 새벽이라도 
한 대낮이라도
지란지교를 이야기하며

국화향 가득한
그 작은 고향에서
가슴을 열고
이마를 맞대며
구수한 동동주 한 잔 걸치고 싶다
 
(2002. 9. 22. 추석 연휴)

**^^**        **^^**    **^^** 
 
 이제는 지난 번 서울에서 번개팅을 했던 친구들과
서울의 안암골에서 멋지게 술 한 잔 아니 몇 잔이라도
다시 걸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10 Comments
별헤아림 2003.02.08 00:25  
  <쓰러진 술병 위로 >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옥자락을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냐구요?
<별헤아림>과 <드보라>.(스펠을 몰라서... deborah어렵데이.)
두 사람이 <주류>랍니다. 다음 번개모임에서 만나길 ...기대해 보며
음악친구 2003.02.08 02:03  
  이런~
죄송해요.
나만 오늘  주님을 모시고 왔네요.
ㅎㅎ~


내 거울같은 국민학교 친구들~!
난 이 친구들만 만나면 그 시절로 돌아갑니다.

내 자랑스런 서울 신창 국민학교 6학년 9반  친구들~!

이 친구들이 자꾸 내 어깨에다 술을 걸쳐 놓길레,
너무 무거워 뱃속에다 넣어 버렸어요.
ㅎㅎ~

근데  내 뱃속엔 술만 들어간게 아니고,
우리 친구들의 우정도 함께 들어가 ~
지금 배가 빵빵~ 합니다.
ㅎㅎ~
싸나이 2003.02.08 04:45  
  나는 술을 닝게루라 합니다.그래서 언제나 친구들과의 약속때는 닝게루 꼿으러 가자 라고 말합니다.벌써 오래됬습니다.나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들 닝게루를 꼿고 삽니다.이놈은 나의 정신세계에서 참으로 오랫동안 안주해서 외로움을 덜어주고 모난부분을 접어주고 끝없이 깊은 상념의 세계로 나를 안내 합니다.우리는 꼿으면 핸폰 꺼놓고 밤이 낮이 되도록 꼿기도 합니다.걸친다는 것은 객관적 아마추어적 표현이고 꼿는다는 것은 주관적,전문성이 함축되있습니다.(?) 가끔은 나도 걸처야 겠습니다.
deborah 2003.02.08 08:42  
  저도 한마디 할랍니다.걸친다는 표현을 가끔쓰는데 다시 생각해보니,걸친다는 것은 쪼금 객관적인 (아주 빠지지않은 그런냄새가 나구요)것 같구요,싸나이님의 닝게루 꼿는건 님의 말씀대로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것 같네요,바다님 언제 오셔서 별헤아림님,싸나이님,음악친구,댓글 아직 안 달으신 우리 님들 모두...한잔(?)걸칠까요? 아~~난 술이 좋아 !!
가객 2003.02.08 12:16  
  외로운 밤그림자 가슴에 드리워 오면
가끔 허름한 외관의 민속주점으로 기어 들어간다.
그 곳에는 그나마 고향의 흙냄새를 맡을 수 있어
마음 한 구석을 편히 열어놓고 술한 잔 걸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옛동무 대신에 새동무가 있으니
무언가 엇나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일까
마시고 난 후의 발걸음에 외로움의 바람이 이는 것은
여전하다.
송은 2003.02.08 14:06  
  바다님 인간적인 글 재밌게 있었어요
바다님은 여직 한잔두 안걸쳐 보셨나부다..그 기분을
모르신거 보니...저우에 음악친구,별헤아림,드보라님과
어울리며 한잔 걸치시면 분위기 짱이겠는데...싸나이님은
꼿는다니...좀 무서블거 같으...


나리 2003.02.08 14:14  
  주옥같은 님들의 글에 취해 한동안 넋을 잃고 있었어요.^^

오늘도 이곳에서의 안식이 마냥 행복합니다.^^

유성-━☆ 2003.02.08 17:06  
  바다님!
안암골 에서의  추억의 밤을 못내  잊지 못하는것 같군요
그뿐이 아니고  음악친구 집에서 노래했던 기억이  더 그리워 지네요
봄방학 하면 또 올라오세요 그 간절한 바램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몸은 술은 못 하지만 분위기는 맞출수 있으니까요
다시 만날날을 기다리며.....
미리내 2003.02.09 00:05  
  아우님아^^
나~~~~~지금 홈에 들어왔소,,
하지만  아직도 머리가 띵띵하고  도저히 앉아있응ㄹ수가 없소이다,,

오늘은 고대병원에  내과에 다녀왔소이다.
뭐가뭔지  모르것네..

19일날  심전도 검사받으려가야하고 21일날  결과봐야하는데.
심기가  과히 불편하당께요^^

나중에  맑은 정신이 들면  다시 찿아 오것소,,
바다 2003.02.10 14:29  
  별헤아림님!
우리 아직 얼굴은 모르지만 만나면 <쓰러진 술병 위로>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옥자락을 얘기하면서....

음악친구!
이 다음 만나면 우리들의 사랑까지도 걸치면서...
 
싸나이님!
님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려면 링게루를 꼿고 불러야 혀가 돌아가겠어요.
걸치기만 하면 사나이가 되겠는데 할 수 없이 링겔을 ....

드보라님!
아무래도 우리는 여자이니 객관적인 입장을 취해야 할까 봐요

가객님!
그 민속주점이 쓰러져 가는 곳인지 아니면 가객님의 허리가 굽으셨는지?
이마에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간밤에 무서리가 하얗게  내린 동무는
언제라도 환영이지만 허리굽은 할아버지 동무는 좀 ...

송은님!
동백꽃이 만발하던 오동도의 숲길과 여수 돌산대교를 지나면
그 푸른 바다가 위엄을 드러낸 모습이 언제라도 그리운데 그 곳에서....

나리님!
언제라도 보고픈 님인데 여기서만 잠깐씩 뵈니 의정부로 호박꽂이 얻어먹으러
제가 가든지 아니면 광주로 내려 오셔서...

유성님!
하늘에서 별동별이 떨어지도록 우리 노래하고 이야기하며...

미리내님!
함께 마셨던 그 동동주와 순대국을 잊지 못하니 이 다음 서울 가면
 다시 사 주실 것으로 믿으며...

위의 모든 분들과 정말 멋지게 술 한 잔 아니 몇 잔이라도
함께 걸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사랑하는 님들!!! 
제 글에 동참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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