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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친구

산처녀 18 892
3년 묵은 김치같은 , 떨어져 있어도 자주 안보아도 언제나 함께 하는 것 같은 친구가 있다.
모 여중에 교장으로 근무하는 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녀린
코스모스를 생각할만치 순동이였다 .
도회에서 전학을 온 그녀는 시골아이들에게는 크나큰
 관심거리였으며 악동들에게는 놀림의  대상이 되어서 툭하면 치마를 걷우쳐서 울리곤 하였다.
나도 그 때는 별명이 솔방울이라고 할 만큼 작아서 그녀와 난
곧 친해질 수가 있었다.
커가면서 그녀는 도회물을 먹은 부모님의 뜻대로 도회로 진학을 하고 나는 시골 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헤어젔다 .
그녀는 무엇이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내게 찾아와 상담하고
또 그녀의 부모님도 딸에게 풀수없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나를 불러서 딸을 위로하곤 하였다 .

그런 친구가 근 3년 만에 찾아왔다 .
같은 도시의 고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남편과 함께.
우리는 반가움에 두 손을 맞잡고 흔들며 우리 집으로 가자고 하니 그녀는 그냥 너와 함께 걸어본 길을 같이 걸어보고싶어 왔노라고 사양을 한다.
우리는 손을 나란히 잡고 초등학교를 거닐면서 변한 옛모교에 또 은사에 관해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

헌데 그녀는 나의 양손을 쥐고 나를 들여다 보면서,
"나,병이 들었어"
"응,? 왜?
" 나 얼마 전에 췌장암 수술하고 돌아왔어"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너를 보지 않으면 못볼 것 같은 절박함에 보러왔다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옛날의 방공 연습하느라고 뛰던 강변길이랑 학교 수목원을 걷고 또 걸었다.

그녀는 독실한 크리스찬이다.
"그런데 나는 희망을 얻었어"
"희망을?

'응 나는 며칠 전 점심 식후에 주님께 기도하면서 ,
남은 인생을 몇 년 간 늘려주십시요.
그래서 봉사 하면서 살다가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면서 욕심인가 했는데,
 "주님께서 이미 너의 뜻을 받았노라고 "
하시더란다.
가슴에 뜨거운 불 같은 것이 치밀어오면서 ///
나는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이니
"얘, 그게 성령 받았다고 하는 거니?"
'그녀는 그렇다고 한다
나는  의심하지 말고 열심히 기도하며 살아라 하는 말 밖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쓸쓸히 그녀와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나의 가슴은 너무나 무겁고 짖늘렸다 .
친구라고 찾아온 그녀에게 나는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것에 허망하기만 하였다 .
며칠간 잠도 잘 못자고 식사도 잘못하고 마음은 자꾸만 삭막해진다
내가 믿는 부처님에게 그녀의 기도 응답대로 봉사하면서 살 수 있게 몇 년만 더 그녀에게 생명을 주십시요하고 기도하는 일 밖에...
18 Comments
서들비 2005.01.05 22:27  
  가슴 뭉클한 얘기 고맙습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을 선물받아 잃었습니다.
우리가 가장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연의 순리가
죽음이아닌가 생각하는 계기였어요.
친정어머니의 마지막을 준비하지 못하고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한것도 마음이 아파오구요.....
바다 2005.01.05 22:54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피할 수 없는 그 길....
그냥 가슴이 젖어오나 마지막을 주님께서 봉사하며 살 수 있게 허락하셨다니  마지막까지 거룩한 성녀가 되어 그 나라에 가시길 기원합니다.
오숙자.#.b. 2005.01.05 23:34  
  주변에서 한사람 한사람 아프게도 되고
어느분은 저세상으로 먼저 가기도 하고
왜 이런 일이 주변에서 자주 생겨나는가를 알게 되었답니다
나의 순서가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인정 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 는 현실을...

지금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리라고 다짐해봅니다.

산처녀님
나도 덩달아 기도할께요.
나비 2005.01.06 02:16  
  마음아프심에 저도 위로를 보내드립니다!
죽음도 아름다운 자연의 순리이지만 저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
이세상에 남아있는 모든 눈물을 다 흘린듯합니다!
산처녀님! 건강하시고 새해에도 즐거운 매일매일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가객 2005.01.06 09:02  
  산처녀님! 가장 좋은 친구인 "오래된 친구"가 3년만에 찾아온  반가움의 이면에 그 친구의 병마로 인한 상심이 너무 컸겠군요. 하지만 그 친구 분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 주실 것이기에 앞으로 남은 세월이 두분간의 두터운 우정을 나누기에 충분하리라 믿습니다.
우지니 2005.01.06 11:30  
  아우님 친구 이야기 참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 아픔들이 이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세상에서 귀한 것은 시간일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않은 시간을 아우님과 함께하고 싶었던 그 친구와의 우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옛 정이 그리워 다시 찾은 친구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
이렇게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긴여로에 자신도 모르게 떠나가야하는 것을 . 그래도 다정했던 옛 친구라도 만나서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갈 수 있는 친구는 행복한 분이시군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보람되게 잘 보내시고 평안한 마음으로 머나 먼 여행길에 오르시도록 기도합시다.

우리들도 친구분이 가는 길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거든요.
장미숙 2005.01.06 13:26  
  친구분의 아픈 소식으로 많이 놀라셨겠어요.
매일 매일을 최후의 날처럼 아름답게 살아가실 친구분께서
지금까지의 행복보다 남은 날의 행복이 더 크시길 빕니다.
정우동 2005.01.06 15:11  
  오랜 친구 걱정으로 상심하는 님의 모습이 선연히 그려집니다.

서양의 어느 시인이
사람은 남의 고통 속에서 태어나 자기의 고통 속에서 죽는다. 고
하더만도 아프고 안 아프고도 자기의 분복이니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을 최선을 다하며 즐겁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자 연 2005.01.06 18:17  
  또 한해의 석양
얼굴 붉히는 일 보며...

묵은 벗
아픔을 지키며 ...

떨어지는
오늘이 무릅를 칩니다...


선생님 좋은 벗
셋 만 있음이면 천하가 안부럽는데
벗의 벗님 쾌차 빕니다... 
 
 
산처녀 2005.01.06 18:52  
  간다는것 아,직까지는 인정하기싫은 저에게 .
아직은 용기가 있다고 생각했던 제게.
친구의 아픔은 정말 인정하기 싫은 아픔이였읍니다.
오늘도 아픈 친구를 생각하며 한숨이 쉬여 집니다 .
나의 무력함은 내일 책이나 한권사서 친구에게나 갈까하는 정도의
생각정도이니말입니다.
박성자 2005.01.06 20:45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생각하기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으로
양분됩니다.  산처녀님도 친구분도 행복하신 분이십니다. 
그 절박함속에서 떠 오릴수 있는  진실한 친구가 있다는것, 그것만으로도
크나큰 위안과 위로가 될 수 있으니까요.  가슴에 간직한 추억으로
미소 지을 수 있고 연민에 가슴 뭉클 눈시울을 적시며 축복해 줄 수
있는 내 안의 연인으로 간직한 나만의 비밀에 감사함으로 고개를 숙여
내 안의 연인과 대화해 보세요.  너는 열심히 최선을 다한 멋쟁이야!
너는 일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며 봉사와 희생으로 삶을 멋지게
살은 멋쟁이야! ....  내 안의 연인과의 원망, 후회, 화냄, 절규,위로등의
충분한 대화로 평화를 찾으신후 친구분에게 전화를 거세요.
산처녀님의 위로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을테니까요.
용기내어 밝음으로 즐거움을 선사하세요.
사랑한다 ~  고백도 해 보심이... 
요셉피나 2005.01.06 23:02  
  산처녀님! 아프신 친구분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드시군요.
님! 진정한 사랑은 곁에 있어주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관심 가져주고 곁에 있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님은 무력하신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듭니다.

예전에 제가 살면서 힘들 때 제 얘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던 좋은 친구가 생각납니다.
그 순간 전 그 친구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였답니다.
너무 감사하고 소중했기에.... 
김경선 2005.01.07 10:00  
  육체의 고통은 심하지만
산처녀를 친구로 두신 교장선생님은
행복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리아 2005.01.08 18:18  
  현재에 충실하며 사는게 제일 좋다는 건 아는데 잘 안되네요.
 하지만 올해는 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바보 2005.01.09 18:25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는 말을 새삼 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오래 살 수 있다는 마음가짐
암 따위는 이겨낼 수 있다는 신념
그리고 친구로서 따뜻한 애정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친구분의 병은꼭 쾌유 될거라고 확신합니다.
산처녀 2005.01.09 19:53  
  동호회원여러분 생각지않은 친구의 와병소식에
신년초부터 마음이 많이 아픈데 여러분에 격려
너무나 감사합니다 .
친구에게 이모다진 기를 전달해야겠읍니다 .
함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녀에게 신의 은총을 ///
사래올 2005.02.16 13:54  
  산처녀님정말로정스럽고따스한아랬목같은그마음씨가더없이고맙게느게짐니다내게그정게운친구가있다는것에감사하네요나도더불어우리부처님께기도하리다
산처녀 2005.02.16 22:35  
  사래올님 반가워요.
천신만고 끝에 입문 하셨군요 .
자주 들어오셔서 감상도 많이 하시고 좋은 글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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