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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시래기

묵향 1 1550
애기 시래기

                                    김 화 순

전북 장수마을로 놀러온
12월 첫눈
추위에 오소소 질린무청에게
악수를 청한다

눈의 체온 실린 여린 손
노을도 반해 딸려 들어가고
바람이 수시로 다녀가도
꼭꼭 옷깃 여며주는 뿌리

가장 푸르고 싱싱한 날
날카로운 칼에 베인 상처 속으로
햇빛의 쨍한 눈빛 녹인 채
가마솥 속에서 그간의 사연
절절이 풀어 내는데,

싱싱한 시간들은
박제된 무향의 이름으로 태어나고
어깨동무한 끈끈한 의욕은
하늘빛을 잉태한 채 널려있다

첫눈 만나서야 완성되는
애기 시래기의 생이
된장과 어울릴 구수한 날을 위해
몇 날 며칠 바람 속에서
눈물 삭이고
영혼도 발효한 후
질량만 보존한 꿈으로
푸른 날들을 추억하고 있다 
1 Comments
바다 2003.01.21 17:38  
  묵향님!
반갑습니다
이름에서 서예를 하시며 글을 쓰시는 분같은 느낌이 오는군요

애기시래기의 일생이 눈앞에 펼쳐지고
저 어렸을적 기둥 한 귀퉁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던 시래기타래가 생각나는군요

그것도 구수한 된장과 어울려 자기 생을 마감하면서
우리 인간에게 주는 그 자연의 맛이 오죽하겠습니까?

그 옛날에는 시래기국이 최고였지요

묵향님의 글에서 고향을 맛볼 수 있어서 좋군요
이 곳에 자주 방문하셔서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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