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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무슨 효(孝)를 실천 할 수 있을까?

권혁민 5 805
아버지가 돌아 가신 지 언 23년.
그때 나의 어머니 나이가 43.
바로 지금 나의 나이다.

지금, 나의 여자 동창생들과 그때 그 일을 당하셨을 어머니를 비교하니 그때의 설움과 한숨이 나의 기를 콱 막아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그래서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도 눈물 한방울 자식들 앞에서 흘리시지 않았다.이 기막힐 사실을 나는 불혹이 되어서 늦게나마 철들어서 알게 되었다.아들만 4형제를 이땅에 남겨두시고 그렇게 훌쩍 떠나신 아버지를 위해 울 눈물은 당신에게는 아마도 없었을지도 모른다.자식들과 서울이라는 낯설고 물설은 도시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어머니는 남의 집 허드레 일부터 빌딩을 청소하시는 일까지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죄다 경험하셨다.지난 토요일은 아버지의 추도식으로 온 가족이 다 한자리에 모였다.집을 나서며 가곡집을 성경책과 함께 챙길 때-아내가 내게 묻는다.노래책은 왜?나는 "그냥 그런 게 있어!"11월 내가 무대에서 노래 할때 못 오셨기에 내가 이제 나의 어머니를 위해 노래재롱을 떨기 위해 그러는 나의 심산을 아내는 알 수는 없었던 것이다.어머니 앞에서면 난 그냥 아이다.코 흘리며 찔찔 눈물짜던 그런 아들이고 싶다.내 머리가 아무리 하얀 서리가와서 곱게 염색하신 당신의 머리보다 희다하나 그냥 철부지 혹은 개구장이이고 싶다.노래를 두곡 부르고나니 7살 8살 어린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자기도 노래 한다고하여 내 아들이 두곡. 조카는 이에 질세라 태극 1장에서 5장까지 훌륭히 마친다.색동옷 입고 노모 앞에서 노모를 웃게하기위해 춤추며 노래하던 늙은 아들의 효(孝)난들 못할소냐.어제밤에는 목욕을 딸이 집에서 도와 드렸다.장인 어른이 5년전에 하늘의 부름을 받고나서부터 부쩍 기력이 쇠하여 지셨다.그래서 한 겨울은 시골에 혼자 계시는 것보다 함께 있는 게 좋을성 싶어직접 장모님을 모시고와서 함께 지내고 있는데........목욕한 후 발 맛사지 클림을 발라 주무르면서 한국가곡집을 폈다.내마노의 가곡집까지 근 한시간을 장모님을 위한 특별 연주회가 어제밤 있었다.황진이의 꿈도 박연폭포도 금강산도 석굴암도 섬진강도 보리밭도 비가(슬픈노래)도 대관령도 오직 그녀만을 위해서 연주했다.그래서 그런 지 오늘 아침 그녀의 얼굴이 환한 사과빛이다.아침사과를 수저로 갈아 그녀의 입안에 떠 넣어 드릴 때-나의 할머니 모습이 클로즈업되어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해 옴을 느꼈다. 
5 Comments
바리톤 2006.12.11 12:35  
  아름답습니다. ^^
김수경 2006.12.11 18:27  
  권선생님은 참으로 훌륭하신 효자십니다.
아름다운 큰 일을 하셨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복된 세월이 쌓이시길 기원합니다.
고광덕 2006.12.11 22:00  
  아름다운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부모에 대한 효는 부모님이 좋아하실 만한 일을 하는거랍니다.
실천이 쉽게 보일 지 모르지만 대단한 용기가 아니고서는
하기 힘들죠.
예술가곡과 친하면 누구나 그리 할 수 있겠죠...
sarah* 2006.12.12 09:32  
  사랑도 내리사랑.. 효도도 내리효도겠지요
어머님을 기쁘시게 해드리는 권혁민님의 귀한 모습이
훗날의 권선생님 아드님들의 모습이리라 여깁니다
두 분 어머님이 오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권혁민 2006.12.12 16:27  
  송구 합니다.제 자랑을 스스로 하려는 의도로 비쳐 질 수도 있는 일기장 같아서.....하지만 이 글을 올릴때 저의 마음은 순간적으로 어린 아이의 순수함과 순진함이지요.노래를 배우고 노래를 부르는 것은 부르는 당사자. 그 자기만족을 뛰어 넘어 듣는 이에게 배려이고 고마움이고 용서이고  충분한 이해이고 화합이 였으면해서 염체 불구하고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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