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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대로(내마노 성악가 7월 모임에 다녀와서)

바다박원자 0 1427
그냥 그대로

지난 4월 어느 날, 고광덕 회장님의 쪽지가 날아왔다.
5월에 초대작시가로 모시겠다고 .
혹시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7월에도 괜찮다고...
유명한 시인도 많고 작시가도 많은데 이렇게 귀한 자리를 마련한 해주신다니 얼마나 감사한지...
어느 새 내가 작시한 노래가 45곡을 넘어서고 있었다.
5월은 학기 중이라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7월 방학 중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올려진 동영상을 보면서 그날 이후 나는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대한민국에서 가곡을 가장 사랑하는 분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날 멋진 시 한 편을 써서 낭송할까?
 렛슨을 받아 노래 한 곡 불러볼까?
무슨 옷을 입고 갈까?

광주전남 우리가곡부르기 행사 준비로 학기말 사무정리로 이리저리 쫓기다 보니 시간이
 다 가고 있었다.  우선 옷부터 준비해야지... 어느 날 우리학교의 팔등신 미녀인 가장
나이어린 선생님이 영어 수업 발표를 했다. 원피스 같으면서도 개량 한 복 같기도 한 아주
여성스러운 옷을 입고 수업을 하는데 너무나 아름다웠다. 바로 저런 옷을 입어야겠다.

 며칠 후 점심시간에 그녀가 있는 교담실에 가서 그 옷을 어디서 샀으며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물으니 약 3년 전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샀노라고...
그럼 그렇지.
저렇게 날씬하고 예쁜 옷이 육중한 이 몸에 맞을 옷이 인터넷 쇼핑몰에
있을 리가 만무했다. 옆에서 듣던 나와 나이가 비슷한 선생님이
충장로 5가에 가보라고 ...
어디 한 복 가게에 가서 빌려 입어야겠다 하니 무슨 행사를 위해 150만원을 주고
산 자기의 옷이 아주 예쁘고 품위 있으니 그 옷을 빌려 입고 가라고..
나도 솔깃하여 그러기로 했다. 도대체 150원만짜리 옷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 옷을 입은 나의 모습을 아주 멋지게 상상을 하고 말았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느님께서 돌보아 주셨구나

며칠 후에 입고 오면 보라고 하기에 그날만을 기다리던 어느 날
점심을 먹고 있는 그 선생님이 입고 있던 옷..
흰색 바탕에 가느다랗게 검정 가로줄 무늬가 있는 원피스인데 평소보다
 더 훨씬 뚱뚱하게 보이고 더 늙어 보이는 옷.
아! 이 옷이 그 옷인가요?
천이 아주 고급스러운데 제가 입으면 더 뚱뚱하게 보이겠네요.

열여덟 살 소녀나 된 것처럼 하마터면 남의 옷을 빌려 입고 가서 허세를
부릴 뻔 했는데...
그래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자. 헌 옷이라도 내 옷을 입고 가자.
 시는 앞으로 잘 써서 가곡으로 보여드리면 되고 노래는 먼 훗날 열심히 노력하여 
제대로 무대에 서 보자.. 다 털고 나니 나의 몸과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졌고
마음속에 어두움이 사라지고 밝은 빛으로 가득했다.

백석대학교 예술대학동 콘서트홀.
한 분 한 분의 노래하시는 모습이 다 특색이 있고 아름다워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지만 나는 그 곳에서 한 없이 꿈을 꾸었다.
혈연과 지연을 찾는 사람도 없고 빈자와 부자의 구별도 없고 남녀노소의 구별도 없는
 가곡사랑으로 인해  오직 하나가 되는 곳. 
가곡을 사랑하는 분들의 사랑과 열정과 우정과 아름다운 연주가 어우러진
이 시대 최고의 유토피아

초대해 주신 모든 분들께 늦게나마 이 졸필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오늘이 있기까지 제 시를 작곡해 주신 작곡가 여러분들께도 가슴 깊이
존경을 드리며 감사를 드립니다.

2009년 8월 1일

영평리에서 박원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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