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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아침(펌)

인애 0 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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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아침

황동규


베어진 나무 앞에는
물 반쯤 담긴 연못이 있어
아침이면 반쯤 밝을녘에
말없이 다가가 등걸 위에
나무처럼 서 있고 하였더니

어느 날 마음 속에
가지와 잎이 돋고
또 어느 날은 꽃이 피어
오동꽃 동생 꽃 피어 못물에 비치고
동네 새들이 찾아와
내려앉으려 돌고 돌고 하더니

막 내린 서리 핥으며 낙엽이 굴러와
발 앞에 멈춘다.
아 등걸 위에 다른 사람이 올라 서 있구나.
아 이제 마음 벗어놓고......

무성한 여름도 지나고
스산한 가을도 지난 감나무엔
따지 못한 감 세개만이
세상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하늘을 버티고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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