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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늘의 해가 뜬다..

노을팜 11 1427



 
   
          
                  2nd mov. Larghetto



 

 

 

2009년 1월 1일.

 

참 사람 생각이란게 요망하다.. 싶습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날마다 태양은 떠 오르지만

유독 오늘의 해가 의미로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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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껏 50년을 살면서 신년 해맞이는 난생처음입니다.

우리나라 제일 먼저 뜬다는 포항 호미곶이나,

울산 간절곶, 또는 동해 정동진 같은 유명한 곳 아니라도

영양 인근엔 나름 무속의 메카인 일월산이나 구주령 옥녀봉같은 해맞이 명소가 있습니다.

 

남들 다 하는건 일부러 더 안하는..

북적거리는 인파를 못 견뎌하는..

 

놀팜과 함께

올해는 불타버린 산에서 우리만의 일출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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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제가 꽤 늦잠꾸러기입니다.

평소 노을이가 "나는 왜 열성만 이어 받았냐고-- "

아빠의 빵빵한 몸매와 엄마의 늦잠을 닮아 오늘날의 저가 되었노라는..

엄마는 "왜?? 다음날 꼭 해야 할 일 있으면 알람 맞춰놓고 칼같이 일어 난다고.. "

큰 소리는 뻥뻥 치지만

솔직히는 부지런한 엄마가 아니라서 미안한 구석도 있었지요.

작년 아침잠을 이기지 못해 신세가 좀 불쌍해진 노을을 위해서라도

뿌득뿌득 일어나

새해 처음의 해를 맞이하며 뭐라도 빌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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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놓치지 않고 산꼭대기엔 올랐습니다만

두텁게 덮힌 구름장때문에 해를 볼 수가 없습니다.

 

수하 집에서 깜깜한 중에 출발하여 30분 여분간  차 한대 없이 달리다

불영계곡 접어드는 옥방 삼거리에 이르니

중앙고속도로 방면에서 달려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들의 행렬..

역시나 우리 민족은 뭐든 열심인 민족입니다.^^

날은 어둡고 도로는 얼어 미끄럽고 꼬불꼬불하기로 빠지지 않는 불영계곡길이라

차들이 엉금엉금 입니다.

길게 잇는 저 차들은 울진 바닷가로 나가면 그뿐이나

우리는 마을 깊숙히 들어가 산꼭대기로 올라야 하니

한해 한번뿐인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좀 서둘러야 했습니다.

4륜구동인데다 스노우 타이어이고 거의 홈그라운드 길이어서

빵빵 신나게 추월하면서 냅다 달렸습니다.

서울, 경기, 인천,,,

예전 번호판이 바뀌기 전이라면 더 재미있을뻔 했습니다.

벌통 데리고 전국구로 떠도는 우리 입장에선

굳이 지방색을 따지자는게 아니라

'아~~ 전라도에서 오셨어요, 멀리도 오셨네-- "

"아~~ 경북 어디예요?? 우린 영양이예요--- "

서로 소통하는 정보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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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위는 밝아 옵니다만

구름에 가려 해는 떠 오르지 않습니다.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드리운 구름인지 분간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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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다 남은 굵직한 나무들 몇 뿐..

거의 민둥산 꼭대기에 바람은 어찌나 세찬지---

꽁꽁 언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기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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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늘의 태양은 떠 오르고..

이럴땐 또박또박 뭔가를 기도해야 했지만

못내 어색한 저는

일일이 고하지 않아도 모든걸 헤아리시는 하느님

저를 살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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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일.

 

첫 추위가 급작스럽게 찾아오면

허옇지 않게 투명한 유리 얼음이 만들어집니다

지난 12월의 첫추위에는 게으름 피느라 내려오지 못하고.. 

오늘의 냇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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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여 발 딛기 쮸뼛쮸뼛한---

두툼한 얼음장 밑으론 꺽지며 피래민가 물고기들이 떠다니고..

간간은 얼었다 녹았다,, 하며 아이스링크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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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느낀 실감은 안 납니다만..

얼음장 두께가 훤히 보이고, 도끼로 내리쳐도 별 표가 안남을 뻔히 알지만서도

발을 내딛기가 참 어렵습니다.

걸음마 서툰 어린 아기처럼 벌벌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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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곳이 한 여름날,,

균쌤이 한마리 수달이 되어 유유히 수영하며

가슴팍까지 묻혔던 그 곳이라는.

 

http://www.sunsetfarm.co.kr 노을농장에서
11 Comments
노을팜 2009.01.06 00:12  
한 해가 오고가며 새 해가 밝았습니다.
좋은 말씀 전하면서
신년 인사를 대신합니다.


여러 가지 인생에 대한 정의 중
인생은 B to D라는 말이 가슴에 다가온다.
B는 Birth(태어남)이고, D는 Death(죽음)이다.
즉 인생은 태어났다가 죽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럼 B와 D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C가 있다. C는 무엇인가?
바로 Choice(선택)이다.
즉 인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선택하는 대로 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말대로 세상에 절대적으로 좋고 나쁜 것은 없습니다.
우리의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행복해 지려고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행복과 불행을 결정하는 것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그 환경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나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music garden 의 '순수'님의 글
 
 
하루하루 탁월한 선택끝의 행복한 나날들 되십시오~~~
바 위 2009.01.06 01:24  
노을아

잘 맑게 자라

모두 어른들 즐겁게 해주렴



고마운 우리들 노을아
열무꽃 2009.01.06 07:45  
신선한 소식 주시니
반갑기 그지 없네요.
홍양표 2009.01.06 16:58  
대 자연! 거기에는 하늘이 있다.
우주가 있다. 무한 우주, 무한 신비, 무한 생명, 무한 감사로.
노을팜님!
B - C - D???
우주가 영원하지 않습니까!
우주는 나를 안고 있습니다. 변화된 나를.
영원을 믿고 삽니다.

가물가물?  검을?  玄妙?  shimmering?
그렇지만 분명이 존재합니다.
황덕식 2009.01.07 00:35  
모든걸  헤아리시는 하나님!!  저를 살피소서?!?
내가 늘 하는 기도를  우째  님께서 승낙도 없이 도용 하시는 교 !?

유통기간이 끝난 인생인 내게,  정신나간  젊은 친구하나가 되지도 않는 원고 청탁을 해와 할수없이 조잡한 모자이크같은 글로 이시간까지  끙 끙 대다가 싸이트에 들어 와,    님의 글 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읽게되었고....

님이 올려준 사진들을 보며, 어릴적 지리산 밑 내 고향의  냇가를 다시 보는듯 하여  지난날의 수줍던 작은 그리움들이    이 한 밤을 지새울것 같구려!!!!!
鄭宇東 2009.01.07 08:18  
노을이! 놀팜! 노을맘!

그리고 우리회원! 모두가

소원성취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정영숙 2009.01.07 10:02  
다 타버린 나무의 뼈에서 태양이 살아 올라오군요. 이 사진을 보며 많은것을 느꼈습니다.
하나님의 시계인 태양이 해마다 그 자리에서 돌고있는데 우리 인간만이 자리를 바꾸어 가며 서산으로 돌고있습니다. 음악과 사진에서 태양이 부글부를 타오릅니다. 감사합니다.
이동균 2009.01.07 10:59  
수년전 동해안의 큰 산불 인공위성에서도 다 확인이 되었을 정도의 큰 산불이었건만,
사진으로 보니, 그나마 그때의 허망하다 못해, 가슴뚤린 구멍에 잠시 사진의 묘미를 느껴 봅니다.
노을네 가족에게도 한 해 젖과 꿀이 흐르는 해가 되소서! 그리고 내마노의 모든 가족들에게도
한 해의 저 태양과 같은 충만함이 가득하소서!
놀~맘 2009.01.07 18:42  
'바위'님!
웬지는 모르나 풍속도 한 켠에 씌여진 시조 속에 우리 노을이 들앉은 느낌입니다.
늘.. 정 주시는 님! 고맙습니다.



신선하기는 '열무꽃'님 덕분에
제가 열무꽃을 새로이 본다는 것이지요.
올해는 소담수목원 음악회 안 하시는지??



'홍교수님'!
가물가물, shimmering,,
희미하더라도  느낄 수 있는 빛의 존재가
참으로 감사하지요!
아기였던 내가 자라나 자식을 낳고 품에서 떠나 보내고
조용히 사그라드는, 순하게 소멸하면
그 뭐라도 되어지겠지요-----



'황덕식'선생님!
악보에서 활자화 되어 있는 작곡자 황덕식의 부풀려진 이미지보다
실제 많이 소탈하셔서 참 좋았답니다.
넘치는 정을 주셔서, 칭찬을 주셔서
못내 쑥스러워,, 놀팜이나 저나 연락도 못 드렸습니다.
훗날 만나 뵈면 뱀탕은 아니어도(^^) 맛난 거 대접하겠습니다.



'정우동'선생님!
지난 번 대구에서 만나 뵈었어도 왜 허전한지?!??
조촐히 차 한잔이라도  놓고 말씀을 들었어야 했는데요----
선생님도 행복한 한 해 기원드려요~~



'정영숙'님!
마산에 계시지요??
  <경상도 살고 있다고,,  마음 주신 분들 모두 경상도?!?? > ^^
고운 시심과 열심인 모습을 본받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균쌤'님!
선생님과 우릴 이어준 내마노가 중매장이군요.
우리에겐 젖과 꿀이 흐르는 한 해,,
선생님은 윤기나게 빛나는 목소리로 빛나는 연주 활동 많이 하시어
지켜 보는 사람들, 재미나서 뒤집어지는 모습 올해도 기대합니다~~
sarah* 2009.01.07 20:32  
영양 후미진 산자락이지만 맑은 물가에 정답게 자리한 노을농장 이쁜 가족에게
올 한 해 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정직하고 맑은 아름다운 열매가 넘치는
소박하지만 풍성한 기쁨과 행복이 꼭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뵙고 싶은 노을팜님 노을맘님 노을아씨.. 모두 건강하셔요~~
송월당 2009.01.08 08:25  
해마다 자주는 아니지만 올려주시는 아름다우 사진,어울리는 글,음악과 함께
일년 동안 못 만났던 해후를 맘껏 누리며 감동 합니다.
노을팜의 가정에 새해 행복이 깃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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