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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흐른다' 작곡자 이기영입니다. 한강에 대해 써왔던 글입니다.

노래하는환경지킴이 0 1216
[기고] 그대는 한강의 신음을 듣는가
                                경향신문 2007년 07월 12일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호서대 교수 이기영
한강은 흐른다. 산과 들 사이길로 복숭아 진달래 꽃망울 터뜨리며 오늘도 무지개로 소리없이 흐른다. 한강은 흐른다 논과 밭 사잇길로 청보리 무배추 파랗게 물들이며 오늘도 비단길로 말없이 흐른다. 눈보라 휘날린들 멈출 수 있으랴 폭풍우 몰아친들 돌아갈 수 있으랴? 흐르고 흘러서 영원이리니, 대양에 이르러야 우리인 것을 한강은 흐른다 마을과 도시를 지나 저마다 생의 등불 환하게 밝히면서 오늘도 은하수로 묵묵히 흐른다-오세영 시인의 ‘한강은 흐른다’, www.singreen.com에서들을 수 있음-
  나의 살던 고향은 한강하류의 행주나루이다. 아버지는 조그만 배 한척을 가진 가난한 어부셨다. 봄이 가면서 황복이 사라질 무렵이면 웅어가 잡히기 시작했다. 금모래가 반짝이던 강가에서 아버지와 함께 그물에 걸린 채 퍼덕이는 은빛 웅어를 뜯어내 대바구니에 담던 추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갈대밭이 잘 발달된 행주나루 부근은 5월이면 국내 최대의 웅어 산란장으로 변해 7월초까지 웅어회를 먹으러 온 사람들로 성시를 이루었다. 웅어는 육질이 쫄깃하고 담백·고소하며 뼈째 먹을 수 있어 한강 물고기중 최고로 쳤다. 조선시대엔 초여름이면 강변 서일루라는 음식점에 임금님이 직접 행차하셔서 웅어회를 드셨다고 한다. 그런데 둑과 둔치를 만드는 등 무분별한 개발로 한강이 직강화되고 습지가 대부분 사라지자 장마철에 물살이 빨라졌다. 이 때문에 서일루는 어느 해 큰 수해로 그만 통째로 떠내려가 버렸다. 이젠 지나친 모래채취로 인해 갈대밭도 사라지고, 김포에 수중보가 설치되면서 물길이 막히고 오염이 가중되자 웅어도 더는 돌아오지 않는다(이상, 원문에서 빠짐).
  한강 수질은 그동안 수조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행주대교 부근 하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2003년 3.3에서 2006년 4.7로 악화돼 3급수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이 오염되면 우리의 피도 오염된다. 지난 반세기동안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이젠 수도권의 지하수까지도 대부분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버렸다. 아이들의 아토피 유병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급증한 것은 수도권 급수원이자 한반도의 대동맥인 한강과 낙동강이 오염된 것과 무관치 않다. 이것은 자연속의 모든 만물들이 물을 매개로 서로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웠던 우리의 금수강산이 개발이란 미명하에 수많은 도로건설로 산허리가 잘리고 아파트 건설로 산자락을 파먹고, 갯벌을 메운다고 수백 개의 산이 통째로 사라졌다.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백두대간을 파헤쳐 국민들의 식수원인 한강과 낙동강을 강제로 연결하고 도막내 자연스러운 흐름을 멈추게 하겠다고 한다. 이제 토목공화국 한국은 유엔이 발표한 환경지속성지수에서 146개국 중 122위를 차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연파괴 대국이다.
  자연의 형상은 자연을 이루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룸을 보여준다. 만일 물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꾼다면 균형을 이루기 위해 원래의 자연 상태로 돌아가려는 힘에 의해 홍수 때에 큰 재난이 닥칠 수 있다. 만일 댐같이 좀더 거대한 인공구조물을 만들어 이마저 억지로 막는다면 조화를 이루었던 자연 전체의 에너지 시스템이 서서히 균형을 잃고 무질서하게 바뀌면서 주변 기후가 이상해진다. 얼마 전 세계 130개국 2600명의 과학자들이 파리에 모여서 경고한 대로 산업화와 개발로 인해 초래된 온난화로 하나뿐인 지구에 인류와 온 생태계를 절멸시킬 수 있는 기상이변이 점점 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갈수록 후진적 개발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강은 흘러야 한다. 흐름을 멈춘 강은 병든 강이다. 생명을 잃은 강이다. 그런데 얼마 전 한 대통령 후보는 가둬놓은 물이 안 썩는다는 비과학적인 발언을 했다. 댐이나 저수지, 운하의 정체된 물 때문에 산소가 고갈돼 바닥에서 진행되는 혐기적 부패로 생성되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에 7%나 기여한다는 보고가 있다. 한강은 지하수가 대부분 오염된 수도권 시민들에게 유일한 식수원이자 국토의 대동맥이다. 한강은 국토의 생명살림을 주관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반도의 대동맥을 함부로 난도질해 생태계를 죽이는 대운하개발공약은 거두시라. 그 대신 인위적으로 설치한 한강의 수중보와 둔치를 제거하고 습지를 다시 살리는 등 한강이 힘차게 흘러가도록 자연을 원래대로 되돌려주자. 웅어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자연하천복원 공약으로 바꿔보자.


[기고]대운하…낙동강 기상재앙/
                                경향신문 2008년 02월 20일
1억명의 이재민을 낸 중국 대폭설 등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 곡물 값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작황부진으로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밀의 경우 지난 2년간 무려 3배 뛰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의 대재앙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산업화와 과도한 개발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의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아 해류가 약화되자 물과 에너지순환의 균형이 깨지면서 안정되었던 기후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자연스러운 물의 순환을 왜곡해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대운하 개발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60억2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매년 지구 상공으로 쏟아 내 미국을 제치고 이산화탄소 세계 최대 배출국이 되었다. 그런데 주범인 공장 절반이 남부해안 지방에 몰려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바닷물이 차거워지는 라니냐 현상과 함께 ‘대기순환의 이상’을 폭설의 원인으로 들었다. 중국 남부지역의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수증기 증발량이 급증했고, 이 수증기가 중국 북방의 차가운 기단을 만나 얼면서 폭설을 발생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온난화는 지구평균인 0.74도보다 무려 2배 이상이나 빨리 진행돼 1.5도나 올랐다. 지난해 여름 제주도를 초토화시킨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한 바 있다. 늦가을까지 계속 비가 와 장마라는 용어 대신 우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대운하 예정지인 낙동강 하류의 평소 수심이 2 정도인데 2500 톤이상의 배가 다니려면 6~8 미터 깊이로 바닥을 파서 항상 물을 채워두어야 하고 폭도 2배 가까이 넓혀야 한다. 이런 운하가 만들어지면 낙동강은 현재보다 유속은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고 수량은 수십배로 늘어날 것이다. 급속한 지구온난화로 높아진 한반도의 기온 때문에 물의 증발량이 크게 늘어나면 강 주변 지역은 운무현상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말 할 것도 없고 연중 폭우와 폭설로 인한 재앙도 급증할 것이다.
 수천만년 동안 한반도의 지형을 형성하고 생태계를 부양해왔으며 민족문화를 발전시켜온 백두대간의 대동맥 한강과 낙동강을 단 1년 만에 평가해서 인공 시멘트 혈관으로 완전히 개조하겠다는 것은 무지와 오만의 극치이다. 단기적으로는 토목건설사들에 개발 이익을 안겨줄지 모르지만 지역민들에겐 상시로 기상재해를 일으킬 수도 있는 경부운하건설을 재고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소비대국이면서도 책임을 도외시하고 석유재벌 편만 들어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대표적 ‘환맹’ 부시 미 대통령도 일방주의 때문에 역대 최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는 미국의 대외적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고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이명박 당선인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 당선인도 환맹대통령, 재앙대통령으로 기억되지 않기 위해 국민들의 뜻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 이기영 호서대 교수초록교육연대대표 〉


[기고] 첫 대운하 텔레비전 토론을 보고/한겨레 2008년 1월 8일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호서대 교수 이기영
첫 대운하 텔레비전 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나 찬반 양쪽의 시각 차이가 너무 커 당장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주었다. 당선자가 토목회사 최고경영자(시이오) 출신이어서 그런지 찬성 쪽은 청계천의 성공을 자랑하며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태세다. 그러나 대운하는 청계천과는 전혀 다르다. 청계천은 생태계가 살아 있는 하천이라기보다는 콘크리트로 만든 긴 어항에 불과하다. 7.8㎞ 떨어진 중랑하수처리장에서 물을 거꾸로 펌프로 퍼 올려 다시 5.8㎞를 흘려보내는 그저 보기 위함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는 수로다. 이 때문에 방류한 큰 물고기만 있지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형성되지 않아 물고기에게 매일 먹이를 대 주어야 한다. 유지보수비만 무려 1년에 400억 가까이 들어가고 전기스위치만 내리면 당장 물이 말라버리는 콘크리트 구조물일 뿐이다.
 그러나 한반도 생태계 전체의 운명이 달린 한강과 낙동강은 다르다. 국민의 소중한 식수원일 뿐만 아니라 백두대간에 사는 생명체들에게 물과 산소를 공급해주고 미네랄 등 각종 영양원을 날라주는 젖줄이자 대동맥이다. 청계천은 따로 하수도가 있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기능만 하면 되지만 한강과 낙동강은 한반도 생태계를 살려주는 생명지기 역할을 한다. 만일 한강과 낙동강을 콘크리트로 메워 이 역할이 축소되거나 변형되면 한반도의 생태계는 순식간에 큰 변화를 겪고 파괴될 수도 있다. 또한 수만 년간 강을 중심으로 문화가 발달된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문화재들을 수장시켜 버릴 위험이 높다.
 이번 첫 토론에서 누가 봐도 몇 가지 확연하게 드러나는 사실이 있었다. 하나는 물류에 의한 경제적 효과가 상대적으로 너무 작고 공사비가 크게 축소돼 있다는 사실이다. 고속철도나 새만금 등 대부분의 대형 국책사업도 처음엔 비용을 최소화해 발표했다가 나중에 몇 배로 늘어났다. 이번 기회에는 그 비용을 정확하게 다시 산정해 밝혀야 한다. 운하로 물이 맑아진다는 근거 없는 주장도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물은 흐르면서 공기와 닿는 표면적이 넓어짐에 따라 산소가 다량으로 유입돼 유기물이 산화됨으로써 맑아진다. 가두어 둔 물이 맑아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억지다. 배의 스크류가 공기를 유입시켜 물을 맑게 만든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언발에 오줌누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과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런 일이다. 수류수송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적게 해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한다는 말은 맞지만 그것도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에서 해로를 이용하면 될 일을 왜 억지로 큰 돈을 들여 금수강산을 파헤쳐가며 배가 산으로 올라가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아니다. 높은 산을 넘기 위해 끌고 올라가야 할 바지선의 연료비용도 훨씬 많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운하보다는 당연히 해로를 먼저 개척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생태 환경적 가치가 개발가치보다 우선하는 새로운 환경경제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도 콘크리트 옹벽으로 둘러싸인 직선의 강가보다는 수양버들이 늘어진 곡선으로 된 생태하천을 훨씬 더 보기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태안에서 사고 난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기름으로 환경재앙이 얼마나 무서운지 직접 체험하고 있다. 봉사를 다녀온 사람들은 주변에 사람말고는 생명체가 하나도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 사건은 한번 파괴된 환경이 회복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국민 환경교과서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생명줄인 식수원 한강과 낙동강에 석유로 움직이는 배가 석탄이나 화공약품이나 이를 원료로 만든 제품을 싣고 떠다니다 사고라도 난다면 어찌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기영/호서대 교수,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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