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사랑 고파도 서두르면 그 뭐시기에 물려요

김형준 2 794
사랑이 그리운 계절이다.
과거에 찾아왔던 그 사랑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은 이따금 사랑을 먹고 싶어한다.
이미 아내가 있고, 남편이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금단의 열매를 먹는 것이 그리도 달콤한 것일까.
배우자에게 걸리면 그 즉시 '죽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꽃뱀을 만나면 껍데기뿐만이 아니라 속살도 내주어야 하는데도
'먹고 싶어, 먹고 싶어 사랑이.'
하고 중얼대는 모습들을 여기저기서 본다.

'드세요! 마음대로'
말로는 그렇게 위로해 줄 수 있지만
내가 그러한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으랴.

배 고프면 음식을 먹고,
목 마르면 음료수를 마셔야 한다.
사랑이 고프면 사랑을 먹어야 하리라.
허나 사랑, 특히 육체적 사랑은
먹고 싶다고 다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육신을 위한 음식도 잘 못먹으면 체한다.
사랑을 먹는 것은 아주 아주 신중을 기해야 한다.
땡긴다고 가리지 않고 달려 들다간 혼쭐 날 수도 있다.
뺨 맞고, 동네 창피 당하고, 더 심하면 황혼 이혼에다가....

나이가 상당히 지긋한 남자 넷이 묘령의 자매와 등산을 시작했다.
아마 여성들의 나이가 남성들보다는 훨씬 젊었나 보다.
그렇게 여섯 명이 다들 서로 잘 친할 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헌데 자매 중 한 사람이 무슨 일로 인해 빠지게 되었다.

남은 건 남자 넷, 여자 하나...
게다가 유일하게 남은 여성과 남자 중 한 명이 가까워졌다.
그 유일한 여성은 다른 남자들이 보는 앞에서
음식을 찜한 남자의 입에 넣어주는 등 친밀감을 과시했다.
그 남자도 과히 비싸지는 않지만 마음을 담은 선물 공세를 폈다.

나머지 남자 중 한 남자가 삐쳤다.
'잘들 놀고 있네! 꼴값을 떨어요, 흥!'
마음이 그렇게 불편해지기 시작하니 같이 등산을 할 수가 없다.
'나는 발목이 아파서 당분간 등산을 못 할 것 같아.'
이렇게 핑계를 대고서는 그 모임에서 빠져버렸다.
나머지 다른 남자 둘은 그나마 꽤 젊은 여성과
등산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이 되는 모양이다.

그렇게 남자 셋, 여자 하나는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모임을 계속 지속하고 있다.
한 남자가 여자의 관심을 주로 받고,
다른 남자 둘은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길 기대를 하면서....
가을이 되었으니 익은 감, 밤이 떨어지듯이.

입을 아무리 크게 벌리고 있다한들 입 안에 정확히 들어오는 것도 아닐 텐데.

사랑이 고픈 사람은 사랑을 해야 한다.
허나 상대를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사랑에 목 말랐다고, 사랑에 허기졌다고
막 달려들었다가는 큰 코고 뭐고 다 다칠 수가 있다.

등산 모임에서 빠지게 된 그 남자는
오늘도 과부댁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서성이고 있다.
혹시나 자신의 고픈 사랑을 누군가가 채워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러한 그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애처롭기만 하다.
서서히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겨울잠을 자야 할 시간이 오기 전에
고픈 것들을 충분히 다 채울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2 Comments
김형준 2006.10.04 17:00  
  외로울 때 무엇을 하세요?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고독을 맞이합니다.

황혼은
인간에게도 예외 없이 찾아 옵니다.
늘 젊은 사람은 상록수처럼
자연의 계절 주기를 따르는 이는 활엽수처럼
삶을 살아 갑니다.

쓸쓸함이 찾아 들면
가장 기쁨을 줄 수 있는 이에게 전화를 하세요.
서로 시간이 맞으면 함께 만나 먹고, 떠들고, 키스하세요.

지금, 바로 지금 하세요.
기쁨이 다시 올 겁니다.
김형준 2006.10.06 14:51  
  잔잔한 사랑이 가을의 기운으로 밀려옵니다.
오래 전 그 사랑의 추억과 더불어
이 가을이 퍼뜨리는 새로운 사랑의 추억들이
미래의 어느 시간 속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우연히 만나는 그 사람들 속에서
당신이 그렇게 고대하던 사랑이 서성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