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언제나 나는 말할 수 있으리...

노을 8 720
내게 미친 바람이 불어와서
외국으로 살러 갔다가
못 살아내고 돌아온 그 해 초여름,
언니와 지금은 돌아가신 형부의 차에 타고
어딘가를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문득 가곡을 실내악으로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왔습니다.
'너무 좋다, 이게 FM에서 나오는 거야?'
'테잎이야, 너희 형부가 어디서 사왔더라
좋다고 자주 들어'
'....???'
형부는 음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었던 터라 많이 놀랍더군요.
이런저런 상황이 너무 안 좋던 때였지만
그때 들려오던 그 가곡은 내 맘을 환하게
밝혀 주었습니다.
돌아오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며
오랜만에 크게 숨길이 터졌습니다.

사람이 자질구레한 日常事를 무엇 하나도
제 맘대로 못하고 사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짧은 외국생활에서 뼈저리게 맛보고 도망을 온 터여서
우선 그리운 우리 가곡을 마음대로 듣게 된 것부터
그리도 반가운 것이었지요.

그곳의 경치는 세상 사람들 입에 늘 오르내릴 만큼
아름다웠지만 내 눈엔 우리의 山河보다 못하고 
그저 낯설기만 했었는데
역시 다시 돌아와 만난 산이며 들이며 나무들이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정답던지
황량해졌던 내 마음에 다시 윤기가 돌며
이상한 안도감 같은 것으로 충만해졌습니다.

언제나 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가곡은
우리나라 산과 들, 냇물과 바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하늘빛과 바람결, 대지를 적시고 살찌우는 비와 햇빛을
모두 한데 섞어 버물여
그 땅을 닮은 심성의 소박한 사람들이
물레를 잣고 실을 뽑아
고은 황토빛이며 치잣물이며, 쪽빛으로 물들인
우리만의 선율이라고..
그러니 들을 때마다 마음결이 고와지는 거라고...
부를 때마다 즐겁고 행복해 지는 거라고...
 

8 Comments
자 연 2005.07.29 16:46  
 
선생님 ...

우리 自然이 제 마음 알아준다
눈물 찔금 입니다 .
투표장이면 오백표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저녘노을 예사롭지 않을거라 미리 마중가야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대사관 2005.07.29 17:38  
  노을님...
어찌 그리도 제맘을 그대로 표현해 주시는지...
잠시나마 내마노와 인연을 맺은덕에 정답고 사랑스런 우리 가곡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뜻하지 않게 외국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곡에 대해 걸음마를 시작하자 마자 떠나오게 되어,
어찌나 아쉬움이 큰지요.....
갈증이 심한데 겨우 싸이트를 통해 목축이고 있습니다.
시원하게 해갈하고픈데, 생업에 매달리다보니 그리 쉽지 않군요.
자꾸 그리움만 커집니다.....
요들 2005.07.29 18:03  
  노을님...
슬프고, 공감가는 이야기..  눈앞이 뿌연해 지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많은 부문이 공감가는 이야기, 
지금도 내 발로 우리나라 국토 구석 구석을 밟아 보고픈 생각
변함없습니다.  외국  별 생각이 없어요.
노래요? 우리 노래만큼 가슴 절절히 와닿는 노래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요.
외국 가곡이라 배워보지만 입술에서만 외워서 부르는 노래는
부르는 나에게조차 감흥을 못갖는데.. 하물며 듣는 이에게야 뭐~~

좋아요,  내 나라. 내 국토,  내 노래...
숨을 한번 크게 쉬어 보렵니다.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
건강 하세요....  ^^*
旼暎 오숙자 2005.07.29 18:41  
  참 아름다운 가곡 전도사 이십니다
언제라도
어디를가나
가곡 사랑하는 그 마음
영원하소서...  ^(^**
지킬박사 2005.07.29 22:47  
  내 나라, 내 국토, 그리고 내 노래.... 우리 가곡운동이 가야할 곳이라고 봅니다. 우리 '내마노 합창단'이 가야할 길이기도 하겠지요.
우리 사이트의 가까운 선생님들이 지으신 너무나 좋은 곡들이 많이 있지요. "산아,산아, 한라산아 ~~" " 독도, 너는 동해에 서 있구나"  "아 고구려" 등등등... 조국과 우리 국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래한 아름다운 곡들이지요.. 이런 노래를 만들고 부르며 보급하는 곳이 여기 말고 또 있나요? 우리 '내 마음의 노래'가 갖는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다 2005.07.29 22:59  
  노을님!
너무 아름답고 용기있는 생각이십니다.
머지 않아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네요
산처녀 2005.07.29 23:31  
  노을님의 글을 읽을때마다 가곡사랑하는 열정이 넘처 넘처 나는
대단한 위력을 갖인 분이라고 생각되여 집니다 .
거기다 제가 하나 더 붗혀 드릴게요.
대단한 애국자십니다 .
내강토 내조국 사랑이 남다르시기 때문에 가곡도 그리 사랑하시지요 .
내마노의 자랑입니다 .
노을 2005.07.30 13:17  
  그냥 늘 갖고 있는 생각일 뿐인데 지나치게 의미를 주시는 것 같아
난감해집니다.
제가 너무 표현하기를 즐기는 탓인 줄 압니다.
그래도, 어쨌든, 기필코, 학실하게 가곡은 바로 저의 정서 그 자체라고
말하겠습니다.(실은 다른 음악도 많이 좋아한다고 고백하면서...)
대사관님
자주 오셔서 갈증 많이 푸세요. 흔적도 남기시며 교제도 나누시구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