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가을 날

별헤아림 11 1020
가을 날
권선옥(sun)

아침에도 가을이 다녀갔나 봅니다.
두고 간 붉은 빛을 여물도록
외면합나다.

저녁에 가을이 또 다녀갔나 봅니다.
두고 간 바람이 내내 시리도록
감깁니다.

해마다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창문을 열면 드높은 가을 하늘 파랗게 물들고
달이 기울면 높은 산에 꽃이 핍니다.

그러나, 겨울을 맞기 위해
햇살은 빛나건만 가을 날 오후
병실에서 울리는 전화를
아무도 받지 않습니다.

<2005. 9. 25>
11 Comments
바 위 2005.09.25 13:47  
  선생님 ...

詩 眼에는
산은 눈이요 들은 찬비 입니다...
가을 빛 자꾸 드려다 보면
병 되려니 휘이 바람과 나드리 하시지요...

강건 함은 지상 명령이오니다...
고맙습니다 !!
요들 2005.09.26 06:40  
  오란다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니요,
가란다고 해서 가는 것도 아니지요....

오라는 이 없어도  오고,
가라는 이 없어도  갑니다.

항상 그렇듯이....

오는 이는 항상 반갑고,
가는 이는 항상 아쉽습니다....
못내...
별헤아림 2005.09.26 07:08  
  나뭇가지에 걸린 한 줌의 햇살처럼
가을 날의 절대 고독..... !
신재미 2005.09.28 20:49  
  가을 !!
소리만 들어도 울렁이는 가슴이 있다는 것은
내일에 대함 소망이 있다는 것
헤아림님 안부 두고 가요
별헤아림 2005.10.01 03:54  
  신재미님..@!
흐린 날에도 젖지 않고 때묻지 않는 순수를 지닌 분

시에도 수필에도 문운이 가득하길~~!!!
우지니 2005.10.02 01:08  
  가을이 그렇게 병실을 찾아
가을 빛으로 위문을 하러오고
때로는 스산한 바람으로
냉정하게 검진을 하는 동안
어느덧 계절은 봄이 되어
우리 모두에게 꽃을 선사합니다.

병실에 울리는 전화를
 받지 않은 까닭은 ? 궁금합니다.




별헤아림 2005.10.02 05:32  
  전화벨이 끊어지기 전에 받아야겠다고 서두르는 사람도 ...
시끄럽다고 벨소리가 빨리 멈추기를 바라는 사람도 없는 ...

무관심.. 허무주의.. 사그러지는 생명의 불꽃...!
살아있는 자와 죽어가는 자의 분리 현상.


우지니님...ㅎ.ㅎ.
손꾸락 가는 대로 지쪼대로 쓴 것이어유~~!
별 뜻 없시유..ㅎ.
사랑노래 2005.10.02 06:58  
  님의 가을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저는 시인도 문학인도 아니지만
님이 노래하지 않은 그 한 가지를
마음으로 써서 더 추가 하려합니다.


가을비   

은혜의 비
축복의 비
비가 내립니다.

가만 가만
소리 없이
비가 내립니다.

수고하였으니
집안에서 쉬라고
추수하려면
잠시 쉬어 두라고
비가 내립니다.

아직 마무리 못 한 초목들
또 한 번 생명수를 마시고
마무리 잘 하라고
비가 내립니다.

은혜의 비
축복의 비
비가 내립니다.
별헤아림 2005.10.02 20:07  
  푹 쉬라고 가만가만 내리는 비...!
정말 공감이 갑니다.
저도 어제 '권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감상하고
덕양어울림누리 마당에서 택시가 잘 오지 않는 바람에
기차 시간을 놓쳤습니다. 심야 고속을 타고 내려 왔더니 피곤해서 비를 핑계삼아 하루 종일 읽다가 자다가 반복입니다.
산처녀 2005.10.03 22:10  
  가을을 그 누가 공허의
계절이라 했는가
지질것만 같은 더위를 이긴
결실은 터질것 같은 풍요를
앉고 환하게 웃는데
이리보아도 저리 보아도
 푸근해지는 인심은
한번 살어 볼만 한기여
별헤아림 2005.10.05 10:51  
  '풍요 속의 빈곤'

산처녀님..@!
전 왜 이럴까요?
엄마가 지으신 '고구마, 감자, 땅콩,옥수수'에다
'포도와 배'까지 박스 채 가져다 놓고도
배는 고픈데 손이 가질 않습니다.

친구들이랑 통화하면서 수다를 떨어도
가을은 고독합니다.

그저께는 누렇게 익은 큰 호박을 차에서 내려 올라오는 저에게
딸이 말했습니다.
"엄마, 익은 호박 작은 거 세 개나 있으면서 왜 또 가져 와...?"
"응. 그건 장식용이구... . '
쳐다보고 있으면 넉넉해지던 익은 호박들...
바라보고 있어도 풍요로움을 쉬이 느끼지 못함은
늙어간다는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가진단을 해 봅니다. ...^)^...?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