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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막히 <완화삼>을 들으며 적어 본 며느리로서의 삶 (1)

꽃님 2 737
<玩花衫>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타는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들리며
흔들리며 가노니.

(조지훈 시 /정운진 곡 /박미혜 노래)


이 곡을 3일째 계속 듣고 있어요. 
시가 참 아름다워요.
학생 때는 그저 외우기만 했었는데 곡이 아름답게 부쳐지니까 시의 아름다움이 한결 더해짐을 느낄 수가 있어요.
박미혜씨 음성도 참 예쁘지요?
노래를 듣다가 몇 번인가 얼굴이 꼭 울음을 울 것처럼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특히...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이 부분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져요. 
이리하여 저도 천방지축 음악팬에서^^ 서서히 가곡팬으로 옮겨지나 봐요.^^ 
시의 맛을 알아가면서요.^^
그렇담 진즉부터 가곡을 좋아해오신 분들은 그 면에서 제게는 선각자들로 우러러 뵐 분들이시군요.^^



<들을 수 없었던 노래>
지금은 아무리 슬픈 곡이라도 들을 수 있지만 한때는 그러지를 못했어요.
87년 봄 어느 날,  박경규님이 제작하신 팬 파이프 가곡선집 테잎을 샀었어요. 
여기에 가고파와 고향생각이 들어있지요?
이 당시는 오랫동안 살던 복잡한 잠실을 벗어나 가까이 산이 있는 아주 서정적인 곳으로 막 이사를 했던 때였어요.  제가 시골에서 살아서인지 늘 자연이 그리웠거든요.
그런데 해가 저물고 집에 저 혼자있을 때는 차마 이 곡들을 들을 수가 없었어요.
테잎에서도 뻐꾸기 소리 들리지 실제 산에서도 뻐꾸기가 울지.... 슬퍼졌어요.^^ 
한없이 외로워지고 눈물이 났어요.^^
그래 자칫 마음의 균형을 잃고 감상에 젖을까....그러다 정말 집을 나가버리기라도 할까 봐^^....여럿이 있을 때 외에는 듣지않았어요.^^



<눈거칠다 : 하는 짓이 보기에 싫고 마음에 들지 아니하다.>
책에서 이 단어와 의미를 읽어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바로 지난 27년간 저의 시어머님 눈에 주로 비친 제 모습을 한마디로 명쾌하게 표현하는 낱말로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에요.



<아니에요.  저는 정말이지 모시고 산다고 할 수 없어요. 그저 어머님이랑 함께, 같이 살 뿐이에요.>
이 말은 저더러 시어머님을 모시고 산다고 누군가 행여 칭찬을 하시면 그 얘기 듣는 것이 너무나 송구해서 제가 늘상 사양하여 드리는 대답이었어요.
결코 겸손에서 나온 말이 아니라 사실이 그러하였으므로 정직한 표현이었어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를 주종간의 수직선상에 두었던 어머님 세대와는 달리, 인격의 평등과 존중 등 수평의 사고를 지닌 저를, 오히려 어머님께서 숱한 나날 참으시고 견디셔야 하였음을 제가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지요.^^



<차라리 닭이나 개를 며느리로 삼으시지 왜 사람을 며느리로 삼으셔서 모든 것을 다 따르라 하시나요. 어머니> 
정말이지 말대답이 될 수 있는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정히 원하시는 것을 들어드릴 수 없을 때 너무나 안타까운 맘에 드린 말씀이었어요.  그리고 또 그 원하시는 것이 어머니와 저 두사람 모두 또는 가정에 유익이 없는, 전혀 기싸움 같은 양상일 때는 너무 슬펐어요.^^



<모르고 모자라고 못하는 게 너무 많았던.... 못난 며느리>
그래서 낮은 늘 불안의 연속, 밤에는 베겟머리 촉촉히 적실 때가 많았어요.
그러나 낮에 있었던 일을 자리에 누워 생각해 보면 어떤 의미가 부여되고 그리하여 또다른 깨달음이 안겨지더군요.
그래서 그 때의 제 마음을 이렇게 적어 놓았었어요..


밤의 母情

부드러운 우단 자락 고요로이 펼치시고
밝음이 굳이 싫어 설은 녁에 오시어서
낮도록 아프던 마음 이슬되게 하신다.

울음자욱 못내 안스러 빗소리로 나리시며
이밤사 편히 잠들라 다독이며 어르는 이
해도록 서걱인 마음 꽃이 되게 하신다.

(1980. 4. 20)
2 Comments
김형중 2005.09.25 20:42  
  정헌님은 정헌이오십니까 ?
지나간 슬픈 세월도 자신의 소중한 삶임을 마음 속 깊이 간직 하시고,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조지훈님-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조이던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누님 같은 꽃이여"
이순이 지나지 않으시면 쓰실 수 없스신  시이시며
  또 앞으로 가셔야 인생의 지침.
이것은 정헌님의 깨달음이시며 인생 모든 중생을 어우리실 수있으신
부처님-진정한 정헌이 시옵니다.

부디 고귀한 가르침을 많이 주시옵소서

靜軒 2005.09.26 17:50  
  김형중님. 안녕하세요?  우선 따뜻하신 마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평소,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찬사를 하거나  또 저 자신이 받는 일에도 극히 자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저인지라  들려주신 말씀은 참으로 감당키 어려운 말씀이며 또 결코 받을 수 없는 말씀으로 받아 들여집니다.  부족하고 부덕한 한 아낙의 솔직하고 진실한 삶의 얘기일 뿐 거기서 지나치지는 말아 주시옵길 부탁 드립니다.  가르침이라는 말씀에 제가 울먹여짐을 이해하여 주십시오.  추호도 그런 마음을 가져본 적 없으며 그럴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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