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 딸의 <대상> 현수막
학교 앞 딸의 <대상>현수막
권선옥(sun)
그저께부터 딸에게서 들어온 문자메시지
'엄마! 나 <대상>이래. 김종건 선생님이 나 막 안으려고 하구..ㅋ.ㄷ.ㅋ.ㄷ.
<대상>은 아무나 하나 그러면서..(-_-)'
나의 답장
'응. 축하해.'
어제 들어온 문자메시지
'엄마! 나 수업 시간마다 박수 받고...... .ㅋ.ㄷ.
그런데 선생님과 애들이 한 턱 쏘래-'
나의 답장
'응. 그럼 쏘지 뭐.'
'엄마! 대구문인협회에서 계좌번호 불러 달래.'
누구나 돈을 밝히는 법
'상금이 얼마래? '
'몰라.'
밤 11시에 야자 마치고 오는 딸을 마중하러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 현수막이 나붙었다. 대상, 차하 그리고 입선한 세 학생들의 이름과 학반이 적혀 있었는데, '혜윰'이를 '혜윤'으로 잘못 적혀 있었고, 같은 반 현아도 입선을 했었는데 둘 다 <1-11>이 <1-7>로 잘못 적혀 있었다. 그래서 반 아이들이 교감 선생님께 말씀드렸다는 얘기까지 문자메시지로 전해 와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반기듯이 뛰어와서 운전하는 나의 옆자리에 앉아서는 또 조잘거린다.
" 엄마. 우리반 선전을 좀 해야 하는데 둘 다 1학년 7반으로 나와 있어서 반아이들이 김종건 선생님 보고 '학교 일은 지 혼자서 다 하는 것처럼 바쁜 척하면서 저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 하나?' 그랬데이"
거침없는 태도에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자기들 눈높이에 두고 해대는 어투에 잠시 멍해졌다.
말없는 나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는 듯 다음 말을 이어갔다.
'엄마, 나 현수막에 이름 걸려 보는 것 처음이데이. 전에는 한 번도 이렇게 이름 적혀 본 적이 없어."
"그~래? 나는 여태껏 처음이고 뭐고 단 한 번도 없었어."
오늘은 토요휴무 시범학교라서 출근을 하지 않는다. 어젯밤 궁금해서 통장 확인을 해 보니 <대상> 상금으로 적지 않은 50만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딸을 태워다 주고는 코른베르그에서 빵을 주문했다. 반 아이들에게는 소세지빵을 주문하고 선생님들을 위해서는 백설기빵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이 마트에서 포도요구르트와 오렌지 주스를 섞어서 여유있게 90개 정도를 사서 실었다.
마치는 시간에 빠듯하게 맞추어서 12시 10분에 학교에 도착했다. 교무실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시는 김종건 선생님의 얼굴이나 뵙고 인사나 하려고 했더니 딸의 대답이 김종건 선생님은 교무실에 없다고 한다.
"그럼 어디에 계시는데?"
" 학교일 혼자 하는 것처럼 나대니까 학교에서 방 하나 마련해 줬다."
"무슨 방. 상담실?"
"상담실 그런 거 아이다."
"그럼 무슨 방?"
"몰라! 아무튼 학교일 하라고 학교에서 방 하나 마련해 줬어."
딸을 따라가 보니 학교일 혼자하는 것처럼 나대서 학교에서 방 하나 마련해 줬다는 곳은 딸의 학반이나 1학년 교무실에서 두어 칸 떨어진 가까운 곳이었고 팻말은 <교지편집실>이었다.
미즈지만 신세대의 예쁜 담임 선생님께서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 나오자, 마치고 혜윰이랑 같이 갈 것 아니냐고 물었다.
"토요일이라도 공부한다고 오늘 도시락 사가지고 갔어요. ㅎ. ㅎ....... . 요즘 밤11시까지 야자하고 집에 와서도 씻고는 새벽 2시 반까지 공부하고 잔답니다."
어떤 대한민국의 엄마가 자기 딸 열심히공부한다고 자랑하겠는가.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실실 웃었다.
담임 선생님은
"차차 나아지겠지요."하신다.
딸의 담임선생님과 엄마인 나는 서로가 딸의 학업성적이 반에서 밑바닥을 깔고 있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다. 생활머리는 팍팍 돌아가면서 멀쩡한 것이 워째 성적은 그 모양인지. 그저 학교에 다니는 동안 성적은 엉망일 망정 훗날에라도 평생 우려 먹을 성실한 생활 태도와 지금 같은 당당한 자세만은 꼭 쥐고 놓치지 않을 바랄 뿐이다.
내일 오전 10시에 나는 대구 시민회관 소강당에서 한글559돌기념식 후에 열리는 <전국달구벌글쓰기 대회> 시상식에 참석할 것이다. <교지편집실>실장님께서 전화로 '혜윰이 어머님, 내일 영광스러운 시상식 자리에 참석할 거지요?' 하면서 딸을 포함한 세 학생의 수상 사진과 작품을 연말에 교지에 실어야 한다시며 사진을 몇 장 찍어 달라고 부탁하신다. 무보수의 업무에다 책임까지 떠맡은 셈이다.
'영광스러운'이란 황홀한 단어에 잠시 황홀하여 거절의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지? 나도 무보수의 이 업무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다.
<2005. 10. 8.>
- 에필로그 -
* 딸이 다니는 학교 앞 교문 위의 현수막은
그 다음 날로 딸의 이름도 학반도 바로 잡아졌지만,
언어 순화를 않는 딸의 말투도
학업 성적이 밑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것도
바로 잡을 능력이 나에겐 없는 것 같아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는 나 자신도 우리 부모님께는 못난 자식임을 스스로 아는 까닭에...... . *
권선옥(sun)
그저께부터 딸에게서 들어온 문자메시지
'엄마! 나 <대상>이래. 김종건 선생님이 나 막 안으려고 하구..ㅋ.ㄷ.ㅋ.ㄷ.
<대상>은 아무나 하나 그러면서..(-_-)'
나의 답장
'응. 축하해.'
어제 들어온 문자메시지
'엄마! 나 수업 시간마다 박수 받고...... .ㅋ.ㄷ.
그런데 선생님과 애들이 한 턱 쏘래-'
나의 답장
'응. 그럼 쏘지 뭐.'
'엄마! 대구문인협회에서 계좌번호 불러 달래.'
누구나 돈을 밝히는 법
'상금이 얼마래? '
'몰라.'
밤 11시에 야자 마치고 오는 딸을 마중하러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 현수막이 나붙었다. 대상, 차하 그리고 입선한 세 학생들의 이름과 학반이 적혀 있었는데, '혜윰'이를 '혜윤'으로 잘못 적혀 있었고, 같은 반 현아도 입선을 했었는데 둘 다 <1-11>이 <1-7>로 잘못 적혀 있었다. 그래서 반 아이들이 교감 선생님께 말씀드렸다는 얘기까지 문자메시지로 전해 와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반기듯이 뛰어와서 운전하는 나의 옆자리에 앉아서는 또 조잘거린다.
" 엄마. 우리반 선전을 좀 해야 하는데 둘 다 1학년 7반으로 나와 있어서 반아이들이 김종건 선생님 보고 '학교 일은 지 혼자서 다 하는 것처럼 바쁜 척하면서 저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 하나?' 그랬데이"
거침없는 태도에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자기들 눈높이에 두고 해대는 어투에 잠시 멍해졌다.
말없는 나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는 듯 다음 말을 이어갔다.
'엄마, 나 현수막에 이름 걸려 보는 것 처음이데이. 전에는 한 번도 이렇게 이름 적혀 본 적이 없어."
"그~래? 나는 여태껏 처음이고 뭐고 단 한 번도 없었어."
오늘은 토요휴무 시범학교라서 출근을 하지 않는다. 어젯밤 궁금해서 통장 확인을 해 보니 <대상> 상금으로 적지 않은 50만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딸을 태워다 주고는 코른베르그에서 빵을 주문했다. 반 아이들에게는 소세지빵을 주문하고 선생님들을 위해서는 백설기빵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이 마트에서 포도요구르트와 오렌지 주스를 섞어서 여유있게 90개 정도를 사서 실었다.
마치는 시간에 빠듯하게 맞추어서 12시 10분에 학교에 도착했다. 교무실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시는 김종건 선생님의 얼굴이나 뵙고 인사나 하려고 했더니 딸의 대답이 김종건 선생님은 교무실에 없다고 한다.
"그럼 어디에 계시는데?"
" 학교일 혼자 하는 것처럼 나대니까 학교에서 방 하나 마련해 줬다."
"무슨 방. 상담실?"
"상담실 그런 거 아이다."
"그럼 무슨 방?"
"몰라! 아무튼 학교일 하라고 학교에서 방 하나 마련해 줬어."
딸을 따라가 보니 학교일 혼자하는 것처럼 나대서 학교에서 방 하나 마련해 줬다는 곳은 딸의 학반이나 1학년 교무실에서 두어 칸 떨어진 가까운 곳이었고 팻말은 <교지편집실>이었다.
미즈지만 신세대의 예쁜 담임 선생님께서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 나오자, 마치고 혜윰이랑 같이 갈 것 아니냐고 물었다.
"토요일이라도 공부한다고 오늘 도시락 사가지고 갔어요. ㅎ. ㅎ....... . 요즘 밤11시까지 야자하고 집에 와서도 씻고는 새벽 2시 반까지 공부하고 잔답니다."
어떤 대한민국의 엄마가 자기 딸 열심히공부한다고 자랑하겠는가.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실실 웃었다.
담임 선생님은
"차차 나아지겠지요."하신다.
딸의 담임선생님과 엄마인 나는 서로가 딸의 학업성적이 반에서 밑바닥을 깔고 있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다. 생활머리는 팍팍 돌아가면서 멀쩡한 것이 워째 성적은 그 모양인지. 그저 학교에 다니는 동안 성적은 엉망일 망정 훗날에라도 평생 우려 먹을 성실한 생활 태도와 지금 같은 당당한 자세만은 꼭 쥐고 놓치지 않을 바랄 뿐이다.
내일 오전 10시에 나는 대구 시민회관 소강당에서 한글559돌기념식 후에 열리는 <전국달구벌글쓰기 대회> 시상식에 참석할 것이다. <교지편집실>실장님께서 전화로 '혜윰이 어머님, 내일 영광스러운 시상식 자리에 참석할 거지요?' 하면서 딸을 포함한 세 학생의 수상 사진과 작품을 연말에 교지에 실어야 한다시며 사진을 몇 장 찍어 달라고 부탁하신다. 무보수의 업무에다 책임까지 떠맡은 셈이다.
'영광스러운'이란 황홀한 단어에 잠시 황홀하여 거절의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지? 나도 무보수의 이 업무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다.
<2005. 10. 8.>
- 에필로그 -
* 딸이 다니는 학교 앞 교문 위의 현수막은
그 다음 날로 딸의 이름도 학반도 바로 잡아졌지만,
언어 순화를 않는 딸의 말투도
학업 성적이 밑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것도
바로 잡을 능력이 나에겐 없는 것 같아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는 나 자신도 우리 부모님께는 못난 자식임을 스스로 아는 까닭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