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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어떤 풍경

사은 0 1064
1.
하교 길에 아이들 동전 몇 푼으로
붕! 붕! 덤불링 하며 튀어 오른다
튀어 오를 때마다 자꾸만
세상이 너무 우스워 보인다는
실제보다 더 높이 튀어 오르는 붕붕은
아이들에게 일찍이 거만함을 가르친다.
온갖 재주를 부리며 튀어 오르는
아이들은 학교 보다 이곳에서 더 자란다.

2.
누런 개 한 마리도 아이들 노는 곁에서
주인의 눈치를 보며 꼬리를 흔든다.
먹이조차 주지 않고 지나가는
주인의 뒤통수를 쳐다 보다 이내
꼬리를 내리고 앞다리 세우고 뒷다리 뻗어
스트레칭 한다 헬스클럽 창문으로
키보다 더 높이 튀어 오르는 아이들과
뒷다리 쭉! 뻗어 스트레칭 하는 개가 보인다

3.
아이들은 동전 몇 푼으로 세상에서 적절히
높아지는 방법을 열심히 배우고
개는 스트레칭 하면서 이를 간다
주인에게 알랑거리며 꼬리치는 개도
덤불링 하며 튀어 오르는 아이들도
저 반대 급부를 위한 제물로 키워진다.
하나는 복날에 저 기름진 식탁을 위하여
또 하나는 어른들의 꿈을 대신 이루어 줄
마술 같은 욕망의 도구로 키워지는 것이다.



2004년 4월 5일 늘 푸른 제주에서 김광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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