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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예찬

정영숙 0 836
  가을 예찬

                                                        정영숙


  가을은 창문을 열어야 보인다. 무작정 떠나야 만난다
걸어가는 것 보다 완행버스를 타고 떠나면서 가을의 숨소리를 들어야 안다. 차창을 열고 들녁을 보라! 비록 내가 심어놓은 추수할 곡식은 아니더라도 황금 알이 조랑조랑 달려있는 벼와, 부러질 듯한 나무에 매달려 있는 과일을 바라보면 배가 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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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입으로 말하지 말고 마음으로 말을 해야 느낀다. 수필집, 시집, 참회록 같은 책을 읽으면서 담담히 인생을 관조해 보면 미래를 생각하고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글을 써 보라! 잘 쓰려고 애 쓰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그저 맘 가는대로 말 하고 싶은 대로 문자로 옮겨보면 그것이 글을 쓸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가을은 마지막 가면서 스스로 몸을 불태우고 가야 아름답다. 만약 붉게 타지 않고 잎마다 검은 반점이 찍혀 있다든지 힘없이 그대로 떨어진다면 산과들은 악취 풍기는 거름 밭이 될 것이다. 그르므로 가을은 붉게 타야 제 몫을 다 하는 것이다.


  가을은 마음이 깨끗해야 보인다. 가을 하늘은 구름한점 티 한점 없이 맑고 깨끗하고 부드럽다. 나는 더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 금단의 과일을 따 먹기 전 순결한 알몸으로 에덴동산을 뛰어 다녔든 창조시대를 생각하게 되고, 나 같은 허물 많은 사람이 어찌 하늘바다 곁에 서겠는가 하는 부끄러움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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