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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귀머거리가 된다

이훈자 4 955

 - 때론 귀머거리가 된다 - 이훈자


자물통에 입 맞추니 기다렸다는 듯 '딸깍' 혀를 내민다
홍조 띤 얼굴로 들어오는 남편을 맞는 아이들
굴렁쇠처럼 굴러나와 탁구공 튀듯 사라지고
전기밥통에선 증기기관차인양 '삐이...' 김 빼면서
밥 해놨으니 먹으란다

열 달 지나도 해산하지 못한 남편 배가 알아들었는지
입맛 다시며 함께 먹자는 표정을 짓는다
툭망스럽게 "잘 거면서 무슨 밥이야,우유에 청국장이나 타먹고 자!"
냉장고 문 여는 부인에게 살갑게 다가서자
안주가 발효됐는지 엮겨운 냄새가 쏟아져 나온다

"왜 그래" 부인 오발탄을 맞고 격분한 남편
철퍼덕 주저앉아 할 말 못할 말 못 가리는 아이가되어
오징어 씹듯 아내를 세 치 혀로 잘근잘근 씹는다
남편은 햇볕에 뽑아논 푸성귀처럼 늘어지고
아내는 못 들은 척 귀머거리 되어
총각무 다듬으려니 자기에게 화풀이 하라 몸을 맡긴다

잠시 후 코고는 소리
아침햇살 퍼지듯 안방 넘어 거실로 퍼져 나온다

4 Comments
달마 2006.01.14 02:40  
  이 선생님 오셨습니다...

삶에 지혜와 재치가 묻어나는
현실적인 연륜에서 뭍어나는 글
되 읽으며 미소가 지어짐은
남일이 아닌 때문이리지요
옛날 오승룡씨 오발탄 총 솜씨보다
너누룩하고 편한 아줌마 선생님글이라
尊네요
좋습니다
자주 좋은 글 나눠주시지요...

눈 보다
삼동 소대한 속
겨울비로 알아서
가뭄 해갈 시키더니
선생님이 오셨습입니다...

고맙습니다 !!!

이훈자 2006.01.14 08:42  
  내 마음의 노래에 제 마음을 노래하고 싶었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겨울비 맞은 대지처럼 마음이 촉촉해지네요.*^^*
김순진 2006.01.14 08:48  
  이훈자 시인님 어서오세요.
음악이 있고
인생이야기가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나요.
많은 활동 기대합니다.
이훈자 2006.01.15 21:49  
  음악과 인생이야기가 있으니 삶이 풍요롭고 넉넉해지네요.
더욱이 글을 쓸 수 있기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