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나는 오늘 속옷을 샀다.

권혁민 7 1706
백화점엘 갔다.
여성 란제리 코너를 서성였다.
들어 설 용기가 내겐 필요했다.

이런 내게 여직원 한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누구에게 선물 하실려고요?"
나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네에"
대답을 했다.

그녀가 추천해 주는 것은 화려하고 야했다.
걸쳐 입어도 속이 훤히 다 비칠 그런 망사도 있었다.
여성들의 옷은 값이 참으로 이상하다.
더욱 작을수록.....그리고
더욱 얇을수록 더 비쌌어니 말이다.
입은 듯 혹은 안 입은 듯
안 입은 듯 혹은 입은 듯.......
하기야
여성의 속옷은 자기 손으로 입기는 하지만
그것을 벗기는 것은 늘 애인이거나 남편의 손이니
꼭 자기만을 위해 입는다고는 말 할 수 없지.
그러니
상대방의 취향도 고려해서 선택해야겠지......

"이거는 싸이즈가 너무 작은 거 같은 데......
네에?
어머머 아내 되시는 분이
글레머신가 보죠....호호호.(점원 아가씨가 부러운 듯 얼굴을 붉힌다)
"저어,아내가 아니라...."
"그럼 애인이시겠군요"(나를 이상 야릇한 눈으로 쳐다보며 눈을 흘킨다)
"애인?-그래요, 애인이지요,나의 어머니 이시니까요"

어느날인가....
문득 본 빨래줄에 걸려 있는 여성의 자존심-속옷.
너무나 낡고 헤어진 것이
마흔이 넘어서야 겨우 생각났다.
아내랑은 수시로 와서 사준 여성 속옷.
겉옷 값보다 결코 싸지 않은 메이커 백화점 속옷.
당신의 지갑에서는 결코 꺼내서 사기는 평생가도 안 사실 그런 속옷을
오늘(회이트데이) 샀습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은근히 질투도 하셨을 거 같다.

일요일 날.
대형마트 계산대에 서서 모녀 둘이서 친구처럼 조잘 되는 것을
한참이나 부러워 쳐다 보았던 나.

나의 어머니는 평생 그런 정겨운 친구 한사람 두시질 못했다.
무슨 사연인 지.
지금 나의 아내 역시 그렇다.

그럼,

나부터라도
어머니에게
아내에게
친구가 되어야 겠다.
 
다정한 여자 친구가 되어야 겠다.

너무 느끼 할 글인가?
남성 회원 분들께는 욕 무지 얻어 먹을 글인가?
 
7 Comments
김경선 2007.03.15 08:01  
  가족에 대한 사랑과
세심한 배려를 실천하는 권혁민께
배우고 갑니다.
노을 2007.03.15 10:55  
  처음 몇 줄 읽으면서 미성년자 관람불가 아닌가 하며 아슬아슬...
차츰 더 읽다가 코끝이 시큰....
거 참, 감동 먹이는 방법도 가지가지군요. 
이종균 2007.03.15 11:14  
  "유혹이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는한
성공적인 패션은 없다"던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말이 떠오릅니다.

아내에게
빨간 슬리브레스 밸리패션, 흰 머풀러
그리고 검은 썬그라스 끼워
오픈 카를 타고 달려 보겠다던 꿈이
한 때 내게도 있었던 것 같은데...

권 선생님 !
행복한 가족 모두 부럽습니다.

탑세기 2007.03.15 12:24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한 마음입니다
바 위 2007.03.16 04:21  
  사랑도 하기나름 노래는 사랑불러

가만히 앉어놓고 우리가  남이냐고

온 식구  모여 앉아 웃고 우는날이 천국일레...


갈수록
태산 아니면
바리톤 晴 소리라

고맙습니다... ;
김명환 2007.03.17 20:23  
  부럽습니다 감히 거기까진 상상도 못해 봣읍니다 상대방을 배려 한다는게
그래 쉽지마는 아닌것 같읍니다. 늦지 않었으니 지금 부터라도 모양세라도
내 볼까 합니다 감사..
오경일 2007.03.18 20:14  
  어머님이 양행을 하신지 40년이 되셨습니다.
처음에는 남성,여성복 아동, 유아복에 속옷까지 다 판매를 하셨는데
제대하고 양행에 있을때 어머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젊은 여자분이 가슴가리게를 구입하러 오셨는데 A컵,B컵,C컵 싸이즈가 85,90,95가 먼지도 모를때
물건을 만지는것 조차 브끄러워
어찌나 얼굴이 화끈 거리는지 몰랐었던 때가 생각이 나는군요.
(지금은 여자분들만 봐도 눈 짐작으로 어떤 싸이즈구나 알아 맞힐 정도지만.)

그래서 그런지 아직 어머니나 아내의 속옷을 구입해 본적이 한번도 없는데
권혁민님 글을 읽어 보니 한번 사 볼까 하는 용기가 생기네요?

레이스가 많이 달린 걸 좋아할까?
혹시 쓸데없이 사왔다고 혼나지는 않을까?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