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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바다 5 984
추석

거리는 지금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맞이하여 전국 체전의
성화가 봉송되어 성스럽게 점화되듯이 전국에서 동시에 도미노
현상처럼 귀향의 행렬을 이루고 있다.

고향이 무엇이기에 혈육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만사 다 제쳐두고
오늘만큼은 무사고 운전을 다짐하듯 거북이 속도로 마음은 초고속
으로 그 고향에 가면 아련한 기억속의 첫사랑을 다시 만날 것 같은
그 마음으로 달리는 것일까?

초등학교 시절 일년 중에 마음을 풍요롭게 하고 제일 즐거웠던 추석.
미리 사놓은 리본 신발, 색동옷을 아무도 안볼 때 몇 번이고 꺼내어
입어보고 거울 앞에 섰던 그 시절. 혹시라도 먼지가 묻을까봐 손때가
묻을까봐 가장 성스러운 물건을 만지듯 했던 오직 추석날만을 빛내기
위해서 마련된 그 추석빔들.

동네 아낙네들. 석작 ,바구니, 제기며 남비를 한 아름 이고 마을 우물로
와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온갖 정성 다해 씻고 또 씻던 그 모습.
그 우물은 마을사람들의 생명수였으며 푸념거리를 털어놓으며 그 물로
응어리진 마음까지 씻고 갔던 영혼의 안식처였으며 또한 우리들의
놀이터였던 곳.

텃밭 한 모퉁이에 심어놓은 모시잎을 따다 잘 익은 돈부를 넣어 반달 같은
송편을 빚어 솔잎 겹겹이 넣어 쪄내서 고소한 참기름에 묻혀 내시며 한 입
물려주시던 지금은 꿈 속에서조차도 뵐 수 없는 그 어머니.

차례를 지낸 다음 행여 아들일까 늦동이로 낳은 다섯째 막내딸을 데리고
성묘 가시며 너는 딸이지만 아들 못지않게 으뜸이 되라고 지어주신 이름의
뜻을 들으며 아버지 따라 쫄랑쫄랑 따라갔던 성묘길.

오후에는 저마다 새 옷에 새 신발을 수줍게 뽐내며 몇 개의 송편과 과일
조각들을 손수건에 싸들고 뒷동산에 올라 이름 모르는 넓고 큰 묘 그 동산의
상석에 놔두고 소꿉놀이하던 기억.

술래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너무 오래 숨어 숨바꼭질이 끝나버렸던 그 날.
동산에 둥근 달이 떠오른 줄도 모르고 노는 아이들에게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들이......

다시 돌아와 저녁 먹고 또 마당 제일 넓은 집에 모여 강강술래를 하며 소리를
메기는 아이의 메김이 막힐 때까지 했던 강강술래.
다시 헤어지기 싫어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멀리 서울에서 남의 집 가정부를 해도 아주 세련된 옷에 세련된 서울말을 하던
동네 언니가 부러웠던 시절.

오늘 나는 왜 이리도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일까?
고향에 가보아도 그 추억 속의 친구가 하나도 남지 않은 그 고향이 너무도 내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가고 싶어도 결혼한 여자는 고향도 추억도 사랑도 남편의 것이 되어버림이
못내 서글프기만 하다.

(2002.9.19. 추석 전 날)

5 Comments
오숙자.#.b. 2003.09.08 03:20  
  추석이 또다시 돌아왔네요

바다님의 추억속에
나의 추석의 기억들도
여러갈래로 떠올라
음악의 대선율 처럼
스쳐갑니다.

이번 추석엔
두둥실 밝게 떠있는
달님을 못 보면 어쩌지요

달님한테
부탁의 말 전해야 하는데.....

이처럼 비가
계속해서 내리니...

하지만

꿈과 희망을 갖고

"내마음의 노래"가족들이여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추석 보내세요.

해피 추석 ! 여러분 !!
서들비 2003.09.08 12:48  
  아름다운 지난날들을
추억하게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아픈 농심을 걱정해주시는 오교수님마음도 참 감사하구요.

원래의 모습대로 더오 덜도 말기을 기원했던

한가위가 되기 바랍니다.
♧수채화 2003.09.08 21:19  
  가을이기엔 아직
푸르름이 많은 때...

잦은 비로....
열매의 풍성함이 덜하지만

마음만은 큰사랑
가슴 가득안고
고향 다녀오시길 바래요.

오고 가는 길
안전 운행하시구요^^

가족 친지들과
좋은 시간이시길
바랍니다.^^
동심초 2003.09.09 13:37  
  이대로 가을을 맞이하기는 비도 싫었나 봅니다
 어찌 이다지도 비가 많이 오는지요

 즐거워야 할 추석 귀향길
 비가 와서 혹시 짜증나면 어쩔까 걱정이 됩니다

 힘들고 마음 아프고 어려운 귀향길
 바다님께서 전해준 추석에 대한 추억들을
 하나둘씩 끄집어 내어 미소 지으며

 그립고 반갑고  정겨운 이들을 만난다는
 기쁨 하나만으로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규방아씨(민수욱) 2003.09.09 23:34  
  마음만 두고 몸만 왔다고 하는말...
지금이라도 대문열고 들어서면
두고온 마음이 반겨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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