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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침묵 - 고요 속에

장미숙 5 1116
> 침묵 / 이종균
>                   
>혼자서 산에 오름은
>수작 걸 사람 없어 홀가분하다
>
>산을 내려오며
>오늘은 말 한마디 안했다고 말하니
>무겁게 다물어 온 산이 입을 연다
>
>그 말은 말이 아니냐고
>하루도 못 참는 건 침묵이 아니라고
>
>무시(無始)의 침묵을 깨고
>산이 말하는 것을
>나는 비로소 들었다.
**

고요 속에
- 장미숙(초원)



번화한 일상이 그리던
한 토막 분량

물표면 부딪쳐
말없음표를 찍는
수많은 언어의 응집

영혼의 리듬으로
미성마저 삼키고
주전자의 입김
무표정한 거울을 지운다

소리
쉬고 싶은 소리



풍경 울린 여운
물 흔들어
커피 향 뿌려 놓고
사라진 짧은 공간이다.

(2007. 2월호 문예사조 연재시)

*
선생님의 표현에서처럼..
소리가 쉬고싶을 때도 있을 것 같아서요~
등산하시면서 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고,
산의 말을 들으시고..  참 좋으십니다.
얼음 녹는 산이 행여 위험할 수도 있겠다싶은데요..
조심하시면서 산을 즐기시길 빕니다~



 
 

5 Comments
자 연 2007.02.06 03:07  
  침묵의 묵상중엔
똑 소리 그도 파문

천지의 조화로움
건져내는 예인 만남

하늘여 축복 눈 내려 봄눈녹듯 웃으소.

아름다움이 넘나드시는
대화 들리듯 하여 좋습니다.
어울림이듯 신구 조화이듯
자주 좋은 교감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종균 2007.02.06 10:37  
  초원 선생님!
문예사조에 실린 "바위"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도
잘 읽었습니다.
-바람에 실어 떠나보낸
자갈과 모래
그리고 먼지까지도
다시 불러 모으고 싶은 건...

자연 선생님!
묵상 중엔 똑 소리도 파문이라 하시니
내 가슴이 철렁합니다.
사실 침묵했다는 말로 침묵을 깬거지요.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노을 2007.02.06 17:00  
  시를 잘 모르지만
대단한 절제와 여백의 미가
오히려 긴장감을 맛보게 합니다.
장미숙님의 시를 읽으면서
어쩌면 그렇게 대상에 대한 예리한 관찰과
애정이 담백한 시어로 표현되는지
알 듯 말 듯한 간지러움을 느낀답니다.
바 위 2007.02.06 18:14  
  세상에 바위눍어 모래 자갈 돌로큰다

속없는 속심이야  그만알고 말았으면

사랑도 여지가 있어야 그림된다 바람소리.


이종균 박사님 모시고
담소하는 기분이라 공연히
이 마음 따듯해 집니다.
더하여 노을님도 참여하셔 간지럽단
표현에 반하고 싶습니다...

조은
저녘이시길
기원 합니다

고맙습니다...
장미숙 2007.02.07 13:02  
  오가는 말씀들이 정스러이 다가옵니다~
내마음의 노래에 걸음하시는 모든 분들께서 시인이시라고 생각되며
특별히 노을님은 더더욱요~^^
이종균 선생님께서 말씀 주신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원본대로 '사랑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로 알아주시길 부탁드릴께요.
<사랑 할 시간이 많지 않다>의 저자 정현종 시인님께서 아시면..^^
이 시는 사실 시라기보다 지난 1월 이른 나이에 먼 나라로 떠난
친구의 영혼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십사..고 올린 글이었어요.
오서산 아랫마을에 살던 이 친구 집에 갔다가 오서산에도 올라 보았거든요.
*
사랑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  장미숙(초원)

몸은 좀 어떠냐고 전화했을 때
물집이 자라서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말에도 얼른 달려가지 못한 게
해를 보내며 가장 마음을 눌러
신년 첫 계획으로
체형에 어울릴 외투를 마련하여
시집 한 권 넣어 싸 두었는데
여권사진으로 준비했다는 꽃다운 얼굴 앞에
향불을 피워 올리다니
“사랑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가슴은 울렁거린다
친구야!
소풍 때마다 부르던 달타령 신명
살아 옮길 수 없던 달의 영혼
눈발로 펄펄 고향 오서산 갈대숲에 내려앉고
고민하던 수영복 입지 않고도
강으로 바다로 마음먹기 달렸구나
너 없는 세상에 하염없이 눈은 내려
덮을수록 꺼내고 싶은 그 맑던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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