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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가꾸며, 세상을 바꾸며

김형준 4 757
                          김형준


자그마한 키의 정원사가 있습니다.
별로 힘도 없이 보이고, 허리도 약간 구부러져 있습니다.
나이도 지긋이 들었는지 머리가 소금과 후추를 섞은 색입니다.
얼굴에 주름도 넉넉히 있는데 늘 미소가 스며있습니다.
다리가 약간 불편하고, 말도 어눌하고 귀도 조금 안 들립니다.

매일 아침 자신의 정원에 들어갑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곳에 들어갑니다.
꽃들이 노래를 합니다. 밤새 잘 주무셨냐고.
아름답고 고운 색깔들로 환영 인사를 합니다.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로 정원사를 맞이합니다.
튜울립, 장미, 카네이션, 백합의 합창단이 노래합니다.
인간들은 이해할 수 없는 너무도 아름다운 하모니입니다.
정원사는 꽃들이 부르는 노래를 사랑합니다.

정원사는 늘 꽃들을 한 송이씩 만납니다.
'잘 잤어.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하고 물어봅니다.
물을 꽃들에게 정성스런 마음으로 천천히 줍니다.
너무 많지도 않고, 너무 적지도 않은 양을 뿌려줍니다.
꽃들이 기쁨의 환성을 지릅니다. 정원사도 기뻐합니다.
혹시 벌레가 스며들었나 여기저기를 살펴줍니다.
정원사의 손끝이 스칠 때마다 꽃들은 황홀해 합니다.
사랑이 가득한 아빠의, 엄마의 손길임을 알기 때문이죠.
정원사는 늘 노래를 해줍니다. 사랑의 노래를, 기쁨의 노래를
꽃들도 이젠 정원사의 18번을 잘 압니다. 함께 불러봅니다.
어느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꽃들은 시기하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정원사가 자신들을 모두 공평하게 사랑하는 것을 느낀답니다.

정원사가 동네 길을 나섭니다. 어린 아이들이 놀려댑니다.
그저 손을 흔들어주고 갈 길을 갑니다. '안녕!' 하면서.
지나가는 어른들도 그를 별로 거들떠 보지 않습니다.
그다지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취급을 하나 봅니다.
정원사는 서운해하지 않습니다. 서운할 것이 없나 봅니다.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도 늘 인사를 합니다.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지어줍니다.
어느덧 그의 사랑스런 마음이 사람들에게 번져갑니다.
못났다고, 장애인이라고, 가난하다고 그를 상대 않던 이들도
어느새 그의 겸손함에 의해 변화가 되기 시작합니다.

그가 손을 다정하게 흔들어주면 함께 손을 흔듭니다.
그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 더욱 깊이 고개를 숙입니다.
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면 따라서 밝은 미소로 답합니다.

정원사가 가는 곳마다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웃음꽃이 핍니다.
사랑의 꽃이 핍니다.
친절의 꽃이 핍니다.
말도 잘 못하고, 듣지도 잘 못하고, 보지도 잘 못합니다.
하지만 그의 삶은 행복합니다.
정원에 가면 늘 사랑을 주고 받는 꽃들이 반깁니다.
길에 나가면 사람들의 얼굴에, 마음에 핀 꽃들이 반깁니다.
사람에게도 꽃들에게도 늘 한결같은 사랑을 줍니다.
그 사랑은 다시 정원사에게 돌아옵니다.

그는 사랑의 꽃을 피우는 정원사입니다.
그가 물가에 가면 물이 춤을 춥니다.
그가 들판에 나가면 바람이 살랑여 줍니다.
그가 산에 가면 나무들이 노래를 부릅니다.
그가 바다에 가면 바다 속 생명들이 모두 출렁입니다.
그가 가는 곳마다 축복의 기운이 넘쳐납니다.
그가 있는 곳마다 기쁨의 소식이 나누어집니다.

우리도 그러한 사랑의 정원사 되어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우리가 가는 곳마다 환한 세상이 되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기쁨이 넘치고
우리가 가꾸는 모든 것마다 맑게 밝게 변하는 세상.
그 세상을 함께 꿈꿔 보렵니다.
나도, 우리도 모두 사랑의 정원사가 됩니다.
사랑으로 정성으로 씨를 뿌리고 꽃을 가꾸렵니다.
그럼 이 세상도 평화로운 낙원이 될 것입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기뻐합니다. 당신을 감사합니다.

나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 되어 주세요.
내가 늘 가꾸어 드릴게요. 사랑하니까. 너무도 좋으니까.
4 Comments
사랑노래 2006.02.28 23:25  
  축하합니다.
님은 이미 그 사랑의 정원사가  되셨군요.

우리 가곡 부르기
그 연주의 공간을
정원이라고 느꼈지요.

튜울립, 장미, 카네이션, 백합...
어느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은 꽃이 없듯
어느 하나도 예쁘지 않은 꽃이 없듯
가곡을 불러주신 멤버들
사랑스럽고 예쁘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지요.
모두들 아름다운 목소리
모두들 아름다운 연주
모두들 다 즐겁게 잘 불러 주셨기에
모두들 다 잘 불렀다고만 말씀드릴 뿐,
누가 제일 잘 불렀다고 말 할 수가 없네요.

꽃들도 시기하지 않듯, 그럴 필요가 없듯
멤버들도 시기하지도 그럴 이유도 없었지요.
모두가 서로 공평하게 사랑하고
모두가 다 가곡을 즐겁게 불렀기 때문이지요.

아무래도 꽃이되기 보다는
사랑의 정원사가 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바로 그렇게 하렵니다. 
김형준 2006.03.01 01:01  
  사랑노래님!
고운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것들은 참 아름답습니다.
물론 인간들도 토기장이 이신 조물주가 만드신
것이지요. 하나도, 한 사람도 모자람이 없는
하나님의 완성체들입니다. 인간이 보기에 부족한
사람도, 다른 생명체들도 만드신 분의 마음에
다 기쁨을 주는 피조물들이겠지요. 완전한 것은
세상에 하나도 없기에 서로 보완관계로, 서로
부족함을 채우면서 유기체적으로 살아가라
하시나 봅니다. 아픔이 올 때 기쁨이 있는 이를
생각하며, 기쁨이 올 때 어려움이 있는 이를
생각하며 살다보면 조물주가 기뻐하시는 보다
아름다운 생명들이 되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함께 정원사 되시어 우리들에게 허락해주신
그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들을 함께 가꾸어
가시지요. 우리가 할 수 없는 나머지들은
그저 하늘에 맡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사랑과 정성을 담아 다 하면
우리에게 맡겨진 꽃들과 나무라는 생명들은
너무도 아름다운 찬양을 조물주에게 아낌없이
드리겠지요. 그럼 우리 청지기들에게도
'잘 했다, 충성된 종아!'라고 따스한 말씀
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탑세기 2006.03.02 14:54  
  마음속에 사랑이 가득 담겨 있으시군요....
김형준 2006.03.02 16:30  
  탑세기님!
꽃들은 우리에게 늘 말해주지요.
서로 사랑하라고.
어차피 꽃들도, 나무들도, 동물도, 인간도
하늘이 주시고, 땅이 저장해 주는
물과 영양분을 먹는 한 가족이지요.
하늘이 노하셔서 물을 전혀 안주시거나
하늘이 슬프셔서 너무 많이 주시면
우리네 지구 가족은 모두 아픔을 당하는 거지요.
서로 나누고, 서로 앉아주고, 보살펴주는 모습에
하늘이 감동하시면 늘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모자람없이 여유로이 주시는 거지요.
인간은 그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축복받은 존재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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