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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내려오는 길

호수나무 2 1092
[대청봉 내려오는 길]


캄캄한 새벽
양양 오색에서 플래쉬를 켜들고 시작한 가을산행
열두 살짜리 늦동이 막내는
다람쥐처럼 오락가락 폴짝대며 날아다녔다

대청봉 정상에서 사진 찍고 점심 먹고
느긋하게 내려서는데
갑자기 무릎이 아파왔다
기암절벽 단풍천지가 눈귀에 아우성인데
굽이길 그늘엔 가끔
며칠 전 내린 때 이른 첫눈까지 미끄러웠다

천불동계곡 천당폭포 까마득한 철계단 아래
소공원으로 먼저 내려 보낸 아이의 모습이
등산객들 사이사이로 나폴나폴 사라져갔다

모든 사람들 다 앞질러 간 조용하고 어두운 길을
힘겨운 반걸음 반걸음
불 밝힌 남편을 따라 내려서던 비선대

‘나는 내려오는 게 더 쉽던데’
소공원 매표소 가로등 아래
반가운 아이의 얼굴이 단풍처럼 붉었다

내려오는 길이 올라가는 일 보다
더 어렵다는 걸
나이 쉰이 넘어서야 알았다̒









2 Comments
자 연 2006.12.16 14:02  
  님 가족 산행시가 자꾸날 부뜨시오

천당이 어디던가 대청오른 수만계단

오 십줄 고운 무릅시큰 놀라심이 님만아녀


나비야 청산가자 앞세우신
산행길 그아들 좀 보여주시지요...
고맙습니다......
호수나무 2006.12.28 13:11  
  자연님.
다람쥐처럼 나폴대며 청봉넘던 막내가
겨울방학이 되니
컴퓨터, 텔레비전앞에서 큰 바위처럼 꼼짝도 아니하니
이를 어찌합니까.

자연님의 시심 역시
자주 날 부뜨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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