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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봄 日記

agonykim 0 1351
(봄을 기다리며 쓴 일기입니다)

        2010년, 봄 日記

[2월초~음력설 지나 2월 중순]

유난히 길고 춥던 겨울 끝자락으로 겨울비가 내렸다. 여름 비처럼 많이 내렸다. 立春 지나 섣달 그믐도 지나 雨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아침에는 여전히 쌀쌀하다. 다시 겨울이 오려나 보다.
하기야 봄이 우리 곁에 그렇게 쉽사리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어렵게 맞이하게 되는 봄이 눈 부시게 환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2.21(일)]

올해 벌곡 방향으로 첫 라이딩(Riding)을 했다. 움츠리고 있는 동안 봄은 고양이 걸음으로 우리 가까이 온 느낌이다.
벌곡川 얼음장 아래 물소리로도 오고, 甲川 둑 봄나물 캐는 성급한 여인들의 들뜬 마음으로도 왔다.
장성川 감돌고기떼 산란을 꿈꾸며 황망히 바쁠 날 멀지 않겠다.


[2.28(일)]

정월 대보름이다. 양촌으로 라이딩을 했다. 모촌리, 산직리 마을과 평촌동 길헌분교 마을 농악대의 풍악놀이 흥겹다. 새봄을 맞아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려니, 풍악소리에 봄이 푸르게 두근거린다.


[3.8(월)]

꽃샘 추위다. “꽃샘 추위에 변덕각시 얼어 죽는다”고 어머니 늘 말씀하셨는데, 계절이 거꾸로 가는 걸까? 시샘이 지나치다.
강원 산간엔 눈꽃이 피었다 하고, 전남 구례 계곡은 산수유 꽃으로 노랗게 물들었단다.


[3.17(수)]

도로변 쥐똥나무에도 파란 싹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눈이 내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겨울 눈처럼 펑펑 내렸다. 출퇴근 길 좌우로 보이는 소태봉, 옥녀봉, 도솔산의 설경이 제법이다. 봄 속의 겨울, 아니면 봄과 겨울의 공존이랄까?
그런 가운데도 甲川 여울물 소리는 점점 커져갈 것이다.


[3.20(토)]

비, 바람에 이어 황사 소식이 있다.
지리산 高峰엔 눈이 하얗고 산 아래 마을은 노랗고 붉은 꽃으로 환한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아파트 단지 내 영산홍에도 푸른 빛이 돈다. 어렵사리 봄은 우리 곁으로 온다. 아니, 이미 많이 와 있다.
작년 첫서리 내린 후 말없이 무표정 했던 나무들, 저마다의 빛깔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4.25(일)]

春情을 못 이겨 모든 것이 달아 오른다. 오작실 林道도 봄 기운이 깊어간다. 저 고운 빛 피우려 지난 겨울이 그리 혹독했나 보다.
그래서 그런 고통을 시인 마종기님(1939~ )은 아래와 같이 노래한 걸까?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중략)

아름다움을 아프게 확인시키며 봄은 어렵사리 와서 쉽사리 떠날 것이다. 내 젊은 날 한 페이지처럼~. 이제 매년 오는 봄을 더 뜨겁게 맞이하고 포옹 해야지.

물빛 더욱 반짝이고, 진산 萬疊靑山의 넉넉한 고요도 점점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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